신수빈 또한 태후의 뜻을 짐작할 수 없었으나 낮은 목소리로 어머니를 달랬다.“어머니, 제가 곁에 있을 테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다른 일이라면 신씨 부인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겠지만 궁에서 생긴 일만큼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상가 출신으로 오래동안 살아왔기에,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이들을 직접 대면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궁중 명부들이 입궁할 때는 이미 연교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들은 내궁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옮길 수 있었고, 영수항을 지나니 태후의 궁과 가까워졌다.오늘은 모녀만 부름을 받은 줄 알았으나 도착하고 보니 달라져 있었다. 마침 태후가 대신들과 부인들도 초청한 것이었다. 이 연회는 큰 의미가 있었다. 해마다 추수 후 가장 먼저 바쳐진 벼로 술을 빚어 그 첫 술을 신료들과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다. 풍요와 태평을 기리는 대연이라고도 불린다.행사는 태후의 궁이 아니라, 궁성 안 가장 큰 전각에서 열렸다. 평소 백관들이 조회를 올리던 바로 그곳.내관이 길을 인도하며, 지나치는 전각들의 주인마저 일일이 설명해주었다.“이곳은 근정전입니다. 조회가 열리는 전각과도 바로 이어져 있지요. 섭정왕께서 평소 휴식하시고 정무를 보시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이 늦어지면 이곳에서 쉬시기도 합니다.”신수빈은 근정전을 올려다보았는데, 엄숙하며 위엄이 있었다. 역시나 역대 천자가 정사를 돌보던 자리 같았다. 지금 이도현이 하는 일은 사실상 천자의 역할과 다를 바 없으니, 사실상 그의 거처와 일상이 황제와 다를 바 없었다. 곧이어 그들은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는데, 이도현 또한 대전에 자리하고 있었다.그는 신수빈이 신씨 부인과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잔을 든 손이 아주 미세하게 멈춰지며, 눈썹 또한 거의 보이지 않게 좁혀졌다.신수빈은 단번에 그의 놀람을 읽었다. 그에게 전한 소식이 아직 닿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수많은 시선이 모인 자리에서 서로 말을 섞을 수는 없었기에, 이도현이 먼저 내시를 불러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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