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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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신수빈은 곧게 펴진 어머니의 등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어머니가 그때 어떻게 이를 악물고 그 치욕을 삼켜 냈는지 평생토록 알지 못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어머니 마음속 가장 깊이 숨겨 두었던 상처를 사람들 앞에서 그대로 드러내게 했다.신수빈은 이내 어머니 앞에 서서 무릎을 꿇고 있는 진 씨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웃었다.“어머니께서 지난 일을 따지지 않고 당신이 낳은 아들을 길러 주셨다는 걸 안다면...”그녀의 목소리는 몹시 날카로웠다.“감사해 하며, 자신이 저지른 일을 돌아보는 것이 도리겠지요. 그런데, 뉘우치기는 커녕 염치도 없이 아버지의 외실이 되어 딸까지 낳다니요.”진 씨 모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다시 비웃듯 말했다.“염치라는 것이 없다면 차라리 평생 그늘에 숨어 사는 외실로 지내면 되지 않습니까? 지난 이십 년도 그렇게 살았으면서!”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신 가가 후작부가 되자, 갑자기 아들이 있다는 걸 떠올린 겁니까? 어머니는 지난날의 원한도 따지지 않고 피땀 흘려 셋째 오라버니를 길러 주셨습니다. 헌데 지금 와서...”신수빈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그 은혜가 어머니를 찌르는 칼이라도 되었다는 겁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어머니께서는 늘 덕으로 원한을 갚으셨는데... 당신들은 대체 무엇으로 답했습니까?”신씨 부인은 지금까지 모든 사람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등을 곧게 세운 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딸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녀가 애써 눌러 두었던 모든 억울함을 한꺼번에 끌어 올리게 했다.한편 태후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신수빈이 나서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내 그녀의 시선이 신수빈의 배 위로 향했다.여자가 아이를 낳는 일은 가장 위험한 일인데, 특히 회임 중에는 감정의 기복이 커지는 것이 가장 해로웠다. 태후의 입가에 희미한 냉소가 스쳤다. 출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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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한편 그들이 나타나자, 진 씨 모녀는 마치 피가 끓어오른 듯 기세가 높아졌다. 이제 자신들을 밀어 줄 사람이 나타났다고 생각한 듯했다. 신도연은 고개를 숙인 채 신수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신수빈의 얼굴에는 여전히 조금 전과 같은 완강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눈가가 살짝 젖어 있었다. 분노 때문인지 눈물이 은은하게 맺혀 있는 듯했다.이내 신도연은 손으로 분노로 인해 맺힌 눈물을 조용히 닦아 주었다. 그 행동에는 오라버니다운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었다.“오라버니들이 다 여기 있는데 네가 어머니 대신 나설 필요가 어디 있느냐. 얌전히 뒤로 가 있어라.”그리고 살짝 웃으며 덧붙였다.“곧 아이 엄마가 될 사람이 화를 내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도 모르느냐?”“셋째 오라버니…”신수빈의 목이 메이면서, 방금 전 신도연이 닦아 준 눈가에서 눈물이 다시 흘러나왔다.신도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띤 채로, 정 씨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형수님. 어머니와 누이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정 씨는 곧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누이의 명성을 위해서라도 시집간 딸이 친정 일에 너무 깊이 개입해서는 안 되고, 이후의 일은 남자들이 처리해야 했다.“걱정 말거라.”정 씨는 곧 하녀들에게 신씨 부인을 부축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신수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을 신 가 남자들 뒤쪽으로 물러나게 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태후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바로 그때, 신도연이 몸을 돌려, 먼저 진 씨 모녀를 한 번 바라본 뒤 시선을 태후에게 옮겼다. 그리고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신은 조정에 몸을 두고 세상을 오가며 많은 일을 보았고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맑았다.“헌데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일이 하나 있으니 부디 태후 마마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태후는 겉으로 보기에 진 씨 모녀의 편을 들어 줄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신도연의 출신을 생각하면, 조정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불효라는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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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태후는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보아하니 신 공은 참으로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구나. 자신의 친어머니조차 인정하지 않다니. 이미 부유해졌으니 어머니를 모른 척하는 건가?”하지만 신도연은 더 이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막 관직에 발을 들였을 때의 순진한 신참 관리도 아니었다. 이런 부류의 여인들이 던지는 도발과 비아냥은 그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다. 그저 스쳐 지나는 말에 불과할 뿐이었다.신도연은 담담히 말했다.“저 두사람이, 제 개인의 일은 맞습니다.”태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그 말은 저 모녀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냐?”신도연은 가볍게 웃었다. 그 태도는 여전히 당당하고 곧았다.“그녀는 본래 제 생모입니다.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그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회장에 들어온 이후로 신도연의 말은 줄곧 신 가를 두둔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이렇게 말하다니. 도무지 의도를 읽기 어려웠다.신씨 부인 역시 그 말을 들은 순간,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옆에 있던 며느리 정 씨가 재빨리 그녀를 붙잡은 덕분에, 신씨 부인은 일단 참기로 했다. 도대체 신도연이 무엇을 하려는 지 보고싶기도 했다. 한편 진 씨 모녀는 신도연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진 씨는 서둘러 눈물을 닦으며 신도연에게 마치 오랜 세월 어둠 속에서 버티다가 이제야 달빛을 보는 사람처럼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들아… 어미가 지난 세월동안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았는지 아느냐. 네가 내 곁에서 사라진 뒤로 나는 하루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그녀는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혹시 굶고 있지는 않을까… 옷은 따뜻하게 입고 있을까… 정실 부인이 낳은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맞거나 꾸중 듣지는 않을까… 그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내 수명이 줄어든다 해도 우리 모자가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어미는 기꺼이 감수하겠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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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그 말을 마친 뒤, 신도연은 몸을 돌려 잠시 진 씨를 바라보았다.울음도, 연약한 척하는 태도도 어느새 잊어버린 채 멍하니 서 있는 모습에, 다시 시선을 거두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그때 생모는 제게 온갖 사랑을 쏟아부어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평소 단것을 많이 먹지 못하게 하셨지만 생모는 무엇이든 제게 쥐여 주었지요.”“그래서 저는 생모야 말로 세상에서 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연회장은 어느새 조용해졌다.“헌데 어느 날, 참을 수 없는 치통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그 사실을 아시자마자, 제 처소의 하녀들을 모두 불러 누가 제게 사탕을 주었느냐고 따져 물으셨습니다.”“그때 저는 어렴풋이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모를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만약 제가 더 이상 신 가의 셋째 공자가 아니라면, 어머니 곁에 남아 평생 함께 지내겠다고 한다면, 신 가를 떠나 멀리 떠나 어머니와 누이, 우리 셋이 서로 의지하며 살겠다고 한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하시겠냐고요.”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순간, 신도연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스쳤다. 어린 시절의 고통이 잠시 얼굴 위에 스친 듯했다. “그 말에 생모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고, 세상 물정도 모른다며 꾸짖으셨습니다. 신 가의 하늘 같은 부귀와 막대한 재산을 어찌 형제 자매들만 차지하게 두겠느냐고도 하셨지요.”연회장 여기저기에서 작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그러니 반드시 신 가로 돌아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언젠가 가주 자리를 차지해 신 가의 모든 재산을 손에 넣으라고 하셨습니다.”신도연은 천천히 말을 맺었다.“신 가가 저를 길러 준 은혜가 있는데 생모의 품성이 이토록 비루하니... 설령 제가 이 일로 몰락한다고 해도, 이런 사람이 가문을 어지럽히게 둘 수는 없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노골적인 경멸이 떠올랐다.그때 신도연은 고작 여덟 살이었다. 정실 부인은 아이를 예법에 맞게 기르고 있었던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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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신씨 부인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신수빈이 다시 어머니의 팔을 붙잡아 끌어당기고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오늘 이 자리는 말 그대로 한 편의 연극과도 같았다. 이 판에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신도연 한 사람뿐이었다.신 가의 다른 사람이 나서는 순간, 신 가가 외실 여인을 억지로 내쫓는다는 말이 돌 것이 뻔하기도 했다.진 씨는 신도연의 얼굴이 여전히 평화로운 것을 보고 아들이 결국 마음을 굽힌 줄로 착각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신도연의 팔을 꽉 붙잡았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욕망이 번뜩였다.“왜 굳이 시골로 숨어 살아야 한단 말이냐?”그녀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계속해서 쏟아냈다.“네 누이는 지금 왕야의 측비이고, 너는 왕야 곁에서 중용받는 대신이 아니더냐. 게다가 태후 마마까지 우리 편이 되어 주셨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참고 버텨 왔는데, 이제야 겨우 고생 끝에 빛을 보는 때인데, 왜 눈앞의 부귀영화를 버리겠느냐!”그 말을 듣고 있던 신병호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들이 떠나겠다고 말하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기 때문이다.분명 더 좋은 길이 있는데 왜 굳이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태후가 이미 진 씨 모녀의 편을 들어 주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막아서면 태후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는 것 아닌가.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도연아. 네 어머니 말이 맞다. 지금 우리 집안은 날로 번성하고 있다. 네 어머니와 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면 우리 집에도…”말을 끝까지 잇기도 전에 그는 멈칫했다. 신병문의 시선이 조용히 그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신병호는 머쓱하게 말을 삼켰지만, 그 뜻은 이미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었다.신도연은 천천히 몸을 돌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눈빛은 여전히 잔잔했다.“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을 집 안으로 들이셔야겠지요.”그는 조용히 물었다.“헌데 아버지께서는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신병호는 잠시 멍해졌다.“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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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진 씨는 아들의 태도를 보자마자 알았다. 그가 이미 정을 끊고 마음을 굳혔다는 것을, 자신을 절대 신 가로 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이 단단하다는 것을…“이 멍청한 것 같으니라고!”진 씨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네 누이는 지금 왕야의 측비인데다가 태후 마마의 총애까지 받고 있다. 네가 원한다면 어떤 앞길이든 열릴 텐데, 왜 굳이 다 버리고 떠나겠다는 것이냐!”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그리고 가려면 너 혼자 가라. 나는 안 간다! 이십 년이나 버텼다. 겨우 자식들이 장성할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다시 그 가난한 시골로 돌아가라고? 나는 절대 안 돌아갈 것이다!”신도연은 진 씨가 하루라도 경성에 남아 있는 한 아버지 신병호의 성정으로는 신 가에 평온한 날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밖에 나가 있는 동안, 형님 신병문이 장로들의 일을 직접 처리하기도 곤란할 것이고 조부도 지금은 항주에 있다. 그렇다면 결국 집안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거라는 뜻이었다.신도연은 곁에 서 있던 자신의 수행인에게 눈짓을 보내자, 곧 수행인이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그 사람이 나타난 순간, 진 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몸에 힘이 빠진 듯, 맥없이 굳어 버렸다.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명주 지부였었고, 그가 바로 진 씨가 훗날 다시 시집간 그 남자였던 것이다. 명주 지부는 먼저 앞으로 나와 태후에게 예를 올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신은 다음 달 경성에 올라와 업무 보고를 올릴 예정이었는데, 마침 신 대인께서 함께 오자 하셔서 조금 일찍 경성에 들어왔습니다. 겸사겸사 개인적인 일도 정리하고요.”사람들은 아직 명주 지부의 개인적인 일이 어째서 신 가와 관련되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 순간 진 씨는 몸을 움츠리며 사람들 뒤로 숨으려 했다.명주 지부는 그런 진 씨를 깊은 실망감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너는 딸이 그립다며 경성에 가서 잠시 머물겠다고 했지. 내가 경성에 업무 보고를 올리러 오면 그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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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명주 지부는 말을 마치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품에서 한 장의 휴서를 꺼냈다.“내 집안의 문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뜻대로 해 주지.”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오늘부터 진 씨는 더 이상 왕 가의 며느리가 아니다. 생사와 혼인, 그 어떤 일도 이제 왕 가와는 무관하다.”그러고는 휴서를 그대로 진 씨의 얼굴에 던져 버린 뒤에, 태후에게 예를 올리고 그대로 물러났다.태후는 이 일련의 전개에 완전히 놀라 버렸다. 진 씨가 이미 시집간 몸이었다고?심지어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친아들이 남편까지 직접 데려와 버렸다.태후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이 어리석은 것!진하빈 역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머니가 명주 지부와 아직 화해하지 않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분명 경성에 올라오기 전에 화해부터 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건만…!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다.‘어머니가 나를 망쳤어.’진 씨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려 있었다. 신병호가 분노에 차 있는 모습을 보자 앞날이 완전히 막혀 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그녀의 머릿속에 불꽃처럼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는 딸이 있었다. 왕야의 측비가 된 딸이…아들은 이제 믿을 수 없게 됐지만 딸은 아직 남아 있었다.진 씨는 눈빛에 증오가 가득한 채로 신도연을 노려보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태어나자마자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그런데 그 순간, 문득 태후가 오기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안 되면 효로 눌러라. 이 왕조는 효로 나라를 다스리니, 관직이 아무리 높아도 효, 한 글자면 사람 하나를 짓눌러 죽일 수도 있다.’진 씨는 광기 어린 독기로 이를 악물고 외쳤다.“아무리 그래도 나는 네 친어미다! 열 달을 품어 낳은 어미에게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이 패륜아 같으니라고! 내게 무엇으로 갚을 생각이냐!”신수빈은 조용히 눈을 감고,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여기까지 왔구나.이것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수였다.진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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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진 씨 모녀는 이미 겁에 질려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듯, 그저 얼어붙은 채 서 있을 뿐이었다.신도연은 단검을 다른 손으로 옮기고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다시 칼을 내리쳤다.또 한 번. 피가 터져 나오듯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반대편 팔이었다. 그러고는 숨을 고르며 조용히 물었다.“이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그러자 맏아들에게 붙잡혀 있던 신씨 부인도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는 신병문을 밀쳐내고 앞으로 달려왔다. 떨리는 손으로 상처를 막아 보려 했지만 어디를 어떻게 눌러야 되는지 알 수 없었다.피는 계속 흘러내렸다.“의원! 어서 의원을 불러!”신씨 부인의 목소리가 찢어지듯 울렸다.“너희들은 다 죽은 사람이냐!”그녀는 아들을 끌어안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왜 이렇게 어리석게 구는 것이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고.! 어미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조금만 일찍 받아들였더라면 너가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신씨 부인의 울음은 매우 처절해서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눈물을 흘리게 했다.“어머니… 저는 괜찮습니다…”신도연은 힘없는 목소리로 어머니를 달랬다.하지만 그는 무인도, 이도현 같은 장수처럼 강건한 몸도 아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몸이 계속 흔들렸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윤수혁이 나타났다.그는 품에서 작은 옥병에 담겨져 있던 환약 하나를 꺼낸 뒤, 신도연의 곁에 반쯤 무릎을 꿇은 후 그의 등을 받쳐서 약을 입에 넣어 주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신씨 부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 주었다.“신 백모,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셋째 형님은 괜찮으실 겁니다.”한편 태후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신도연이 이렇게까지 독한 사람일 줄은. 자기 살을 도려내 어머니에게 돌려주다니.이제 진 씨가 어떻게 효도를 핑계로 그를 억누를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부인들은 모두 조정 대신들의 아내들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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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신수빈은 셋째 오라버니 신도연의 시선이 방금 그 소녀가 사라진 방향을 따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 사이 화청 안의 손님들은 거의 다 나갔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던 그 남자는 어느새 자취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신수빈은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아마 십중팔구 태후를 따라 귀한 ‘아드님’을 보러 갔을 것이다. 태후가 떠나자 진 씨는 신도연이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 그리고 문득 정신이 든 듯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을 보았다.혹시라도 누가 자신에게 책임을 묻기라도 할까 두려워 허둥지둥 밖으로 달아났다.진하빈은 이런 결말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어머니가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대로 신 가를 떠나버리면 앞으로 다시는 인정받을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밖에서 관리 차림의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그는 공손하게 신 가 사람들에게 예를 올렸는데, 특히 신수빈 앞에서는 유난히도 공손한 태도였다. 신수빈은 그가 이도현의 관리임을 단번에 알아아차렸고, 담담히 고개만 끄덕였다.밖에서는 이도현과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관리는 신수빈에게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곧장 진하빈 앞으로 가서 말했다.“측비 마마. 방금 왕야께서 태후 마마께서 마마를 측비로 봉하셨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소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라 하셨습니다.”그리고 담담히 덧붙였다.“왕야께서 또 말씀하시기를, 측비 마마께서 이토록 태후 마마의 총애를 받으시니 이미 사람을 보내 짐을 정리하게 하여 모두 태후의 궁으로 보내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앞으로 측비 마마께서는 태후 마마를 곁에서 모시기만 하면 되시니 굳이 왕부로 돌아오실 필요도 없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진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태후에게 중용되는 그녀의 가치란 오직 ‘총애받는 측비’라는 겉모습에 불과했기 때문이다.만약 왕부에서 쫓겨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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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신도연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내가 왕야께 은전을 청해 네가 왕부에서 ‘병사’한 것으로 꾸미고, 내가 새 이름을 마련해 항주의 넉넉한 상가 집안으로 시집가게 해주겠다. 이후의 삶도 책임지마. 평생 근심 없이 살게 해주겠다.”그러고는 담담히 물었다.“그렇게 하겠느냐?”진하빈은 멍해졌다. 그의 말은 결국 그녀를 작은 상가 집안으로 시집보내겠다는 뜻과도 같았다. 심지어 신 가보다도 못한 집안일 수도 있었다.엄청난 용모를 타고난 자신이 그런 평범한 사내에게 시집간다면 평생을 망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게다가 독수리를 본 사람이 어찌 제비와 참새 사이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진하빈은 간절히 애원하기 시작했다.“아버지는 이제 후작이시고 오라버니도 왕야의 중신이십니다. 오라버니께서 왕야께 한 번만 부탁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왕야께서도 오라버니의 체면을 봐서라도 제게 잘 대해 주실 것입니다.”신도연은 작게 웃었는데, 그 웃음 속에는 어딘가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보아라.”그는 차분히 말했다.“너와 어머니는 같은 부류다. 하늘보다 높은 욕심을 품고 스스로 길을 정하지. 헌데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될 일일 텐데.”그제야 진하빈은 깨달았다.신도연이 얼마나 냉정한 사람인지. 한 어머니에게서 난 친동생이라 해도 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친어머니조차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진하빈은 다시 신병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아버지... 저도 아버지의 딸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키워 주셨잖아요. 제가 왕야께 버림받아 궁 안에 갇힌 채 젊음을 허비하는 모습을 정말 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그러고는 더욱 간절하게 말했다.“제가 왕야의 왕부에 남을 수 있다면, 훗날 아이 하나라도 낳게 된다면, 아버지와 신 가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오늘 하루만 해도 신병호는 이미 분노로 지쳐 있었다.진 씨가 이렇게까지 수치를 안겨 준 것도 화가 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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