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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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태후는 조카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정양왕에게 최근의 일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정양왕은 좌우를 한 번 살피며, 사방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한 걸음 다가갔다. “이도현 그자는 예전에 여 귀비께서 베풀어 주신 정을 전혀 기억하지 않는다. 조정에서 장 가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감히 폐하의 신변을 위태롭게 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지 않느냐. 훗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폐위를 하고 다른 황제를 세우는 일조차 서슴지 않을 것이다.”그 말이 바로 태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태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서화가 죽기 전에 제게 편지를 한 통 남겼습니다. 그 편지에는 신 씨가 품고 있는 아이가 이도현의 아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게다가 신 씨는 저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반드시 무언가 일을 꾸밀 것이라고도 했어요. 그 모든 화살은 결국 저를 향할 것이라도 했고요. 그리고 지금 이도현이 신 씨를 위해 하는 행동을 보세요. 그 여자를 얼마나 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여자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이도현이 인정하게 된다면 그 여자가 옆에서 움직이는 대로 이도현이 흔들릴지도 몰라요.”하지만 정양왕은 미간을 찌푸렸다.“그저 여자 하나일 뿐이다. 무슨 큰일을 만들 수 있겠느냐? 게다가 이도현이라는 사람은 성정이 굳세고 의지가 강하다. 헌데 어찌 남에게 휘둘리겠느냐? 내 생각에는 그 여자를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도현이 없어지면 그 여자가 의지할 곳이 어디 있겠느냐? 네가 마음만 먹으면 그 여자를 처리하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다.”태후는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그러자 정양왕의 얼굴에 노기가 스쳤다.“설마 아직도 그에게 손을 대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냐?”태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도현이 어떤 인물인지 오라버니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세 군을 압도할 만큼 용맹하고 무예 또한 뛰어납니다. 보통의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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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지금 선항족이 다시 난을 일으켰다는 소문만 흘려도 이도현의 성격을 생각하면 반드시 직접 토벌에 나설 것이다. 그러니 그가 경성을 떠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우리 손안에 들어오게 될 거야.”태후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역시 오라버니의 식견은 남다르십니다. 그때 거두어 두었던 선항족이 오늘날 이런 도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양왕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 책사에게 들은 모든 계책을 하나하나 자세히 태후에게 설명해주었다.그러자 태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래도 저는 그 신 씨 여인이 마음에 걸립니다. 주서화가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편지를 남겼을 리 없어요. 분명 그 여자의 비밀을 알게 되었기에 신 씨에게 살해당한 겁니다. 이 계책은 반드시 실행해야 해요. 이도현이 경성을 떠난 뒤에 저는 절대로 그 여인을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강회 지방의 많은 일들이 아직도 신도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비록 상처도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곧 길을 떠나야 했다.경기대영에서는 신도연에게 병력을 일부 배정해주면서, 내년 홍수철이 오기 전까지 반드시 회하를 다스리라고 했다. 신 가 사람들은 성 밖까지 나와 그를 배웅했다.신도연은 부모에게 작별을 고하고 힘겹게 몸을 지탱한 채 마차에 올랐다. 얼굴빛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며칠 전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신수빈의 눈에 아직 걱정과 아쉬움이 어려 있는 것을 보자, 그는 자신의 몸에 차고 있던 옥패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하출곤륜’이라 새겨진 옥패였다.“조카의 만월잔치에는 내가 참석하지 못하겠구나. 내년에 돌아오면 너와 조카에게 반드시 큰 선물을 준비해 주마. 이 옥패는 내가 조카에게 미리 보내는 사과의 선물이라 생각하거라.”신수빈은 예전에 조옥에서 이 옥패를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고 조용히 당부했다.“셋째 오라버니,가는 동안 몸조심하셔야 해요. 이렇게 큰 상처를 입으셨는데… 길에서 바람 맞고 노숙하게 되면 몸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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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신도연 일행이 길을 떠난 뒤, 신 가 사람들은 멀어져 가는 수레와 말의 행렬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곁에서 신씨 부인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자, 신수빈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신씨 부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연이는 올해 벌써 스무 살이다. 헌데 곁에서 살림을 돌봐 줄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며칠 전 내가 그 얘기를 꺼냈더니 아직 인연이 오지 않았다고만 했다. 네 큰오라버니가 도연이 나이였을 때 네 형수는 이미 둘째를 배고 있었는데 말이다.”곁에서 듣고 있던 정 씨는 얼굴이 붉어졌다.그녀는 신 가에 시집온 뒤 삼 년 동안 두 아이를 낳고, 다섯 해 만에 손주 셋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늘 아래 아이들을 재촉할 때마다 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곤 했다.그때 신태안이 곁에서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다가 참지 못하고 말을 보탰다.“어머니, 그건 모르셔서 하는 말씀입니다. 사내라면 먼저 공을 세운 다음에 부인을 맞는 것이 옳습니다. 셋째 형님은 원래 속에 계산이 있는 사람이니 어머니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신태안이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을 꺼내자마자 신씨 부인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이 집안에서 제일 속 썩이는 게 바로 너다! 장안에 온 뒤로 네가 저지른 일들을 한 번 생각해 보거라. 오늘은 이 씨 집 막내를 때려눕히고 내일은 시랑의 처남을 두들겨 패고… 네 큰 형님은 날마다 남의 집에 찾아가 고개 숙이며 사과하느라 바쁘다! 너도 이제 열아홉이다. 도연이보다 겨우 한 살 어릴 뿐인데, 참... 네 셋째 형님을 좀 보거라. 너는 어쩌면 맨날 고양이나 개나 쫓아다니며 쓸데없는 짓이나 하는 것이지 않느냐!”신태안은 억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그래도 다섯 째 보단 낫죠. 그 애는 맨날 강호 떠돌이들이랑 어울려 다니는데 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겁니까.”신씨 부인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한 대 쳤다. 하지만 신태안은 몸이 단단하고 튼튼해 오히려 때린 신씨 부인의 손만 아플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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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이도현은 손을 들어 신태안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열심히 하거라.”그 한 번의 격려에 신태안은 머리가 아찔해질 만큼 기뻐했다. 조상 묘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길몽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갑옷을 두르고 늠름하게 서서 이 섭정왕 곁에서 함께 전장에 나서고 싶었다. 낮은 계급의 무관들이 언제 최고 지휘관과 직접 말을 나눌 기회를 얻겠는가. 신태안은 물론이고 그의 상관인 정 대인조차 그런 기회는 없었다.이렇게 어렵게 찾아온 순간이니 그가 얼마나 공손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신수빈은 넷째 오라버니의 그 ‘볼품없는’ 모습에 차라리 얼굴을 가리고 싶을 지경이었다.“왕야, 그럼 저는 언제쯤이면... 그때 성 밖으로 나가실 때 왕야를 따르던 군사들이 입고 있던… 그 갑옷을 입을 수 있습니까?”이도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가 말하는 것이 서남으로 출정했을 때의 호위군을 뜻한다는 걸 이해했다. 그 당시 그를 수행한 병사들은 모두 그의 친위군이었으며, 가장 낮은 지휘관조차도 수많은 전장을 겪은 종이품 무관들이었다.이도현은 신태안을 한 번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은 별처럼 반짝이며 기대에 차 있었다. 어릴 적 자신이 아버지를 올려다보던 때처럼 강자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 담긴 눈빛이었다.이도현은 피식 웃었다.“그날이 올 것이다.”그 한마디에 신태안은 크게 고무된 듯 군례를 단정히 올리며 힘차게 말했다.“반드시 왕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그 모습을 본 신수빈은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청하, 빨리 나를 마차에 태워 주거라. 저 사람은 나랑 아무 관계 없는 사람 같아.”그 말은 신태안의 귀에도 그대로 들어갔다. 그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 웃었다.이도현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민망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듯해,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드넓은 들판 위, 그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이도현은 불꽃처럼 뜨거운 시선으로 마차에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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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시월 이십일, 조정에 급보가 올라왔다.대주 왕조가 서사주에 설치해 두었던 군현이 무장한 도적 떼의 기습을 받았다는 보고였다. 그 무리의 수는 적지 않았고 서사주의 병사들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성이 무너지며, 군민들은 모조리 학살당했다.성루 위에 선항족의 깃발이 걸리고 나서야 사람들은 선항족이 완전히 멸족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십여 년 동안 숨어 지내던 그들이 이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이 소식이 조정에 전해지자 문무백관이 크게 술렁였다.장안에서 서사주까지는 천 리가 넘는다. 아무리 급보라 해도 이미 열흘 전의 일이었다. 만약 서사주를 잃는다면 서북 변경에 대한 통제력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에, 이 일은 당연히 조정의 중대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할 만한 결정이 내려졌다.다름아닌 이도현이 직접 출정하여 선항족을 토벌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도현의 부친, 대주 왕조를 세운 태조가 마지막 전투에서 선항족에게 패해 큰 부상을 입었고 그 상처로 오래 병상에 누워 있다가 결국 붕어했다는 사실을.그런데 그 선항족이 아직도 살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담하게 성을 함락시키고 학살까지 저질렀다. 이는 곧 이도현을 정면으로 도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결정이 내려진 지 이틀 만에 군대는 출정을 준비했다.새로 임명된 호부상서 정문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불과 이틀 사이에 삼군의 군량을 모두 준비해 언제든 출발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그 무렵 신수빈은 이미 회임 말기에 접어들어 있었다.전생에서 윤연우는 십일월 이십일에 태어났다. 지금은 겨우 한 달 남짓 남은 셈이었다. 늦어진다 해도 길어야 십이월 초에는 태어날 터였다.그래서 그녀는 요즘 집에 머물며 오직 출산 준비에만 마음을 쏟고 있었다. 웬만한 일은 일부러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처음 이도현이 서사주로 친정을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전생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 적 없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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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요 며칠동안 군의 진로를 정하고 병력과 군량을 점검하느라, 들를 틈이 없었다.”“네, 알고 있어요.”신수빈은 몸을 안쪽으로 조금 옮겨 그가 앉을 자리를 내주었다.“이미 자시를 넘겼다. 인시가 되면 본왕은 병력을 점검하러 가야 한다.”신수빈은 그의 품에 조금 더 몸을 기대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왕야께서는 굳이 오실 필요 없으셨습니다… 출정하시면 곧장 전선으로 가야하시는데, 오늘 밤은 푹 쉬시며 기운을 아끼셔야지요.”“그 무릎 보호대를 봤는데, 뒤쪽 바느질이 그토록 엉성한 걸 보니, 네가 급히 지어낸 것 같더구나.”이도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 위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품 안 가득 스며들자 마음속의 아쉬움은 더욱 짙어졌다.“본왕도 네가 마음속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번에 떠나면, 아무리 빨라도 해가 바뀌고 나서야 돌아올 수 있겠지. 출산이 코앞이니,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낮게 말했다.“오늘 온 것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 장풍과 장녕, 두 사람을 경성에 남겨 두었어. 장녕은 황성시를 맡아 조정의 일을 모두 파악 중이고, 장풍은 암위들을 거느리며 은밀히 네 안전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어의와 산파도 준비해 두었다. 모두 왕부에서 대기 중이니, 네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달려올 것이다. 또 궁 쪽도 손을 써 두었고, 금군과 장인태감에게도 이미 일러두었으니 칙서는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혹시 그러더라도 그들이 막아줄 테니, 너는 그저 집에서 출산 준비만 하면 된다. 다른 일은 걱정할 필요 없다.”하지만 말을 마친 뒤에도, 그는 여전히 그녀가 마음을 놓지 못할까 염려되었다. 이도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덧붙였다.“현철령은 네가 가지고 있거라. 누군가 권세를 믿고 너를 곤란하게 하거든, 그걸 들고 명을 거부해도 된다. 모든 일은 본왕이 돌아와 직접 처리하겠다.”신수빈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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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이도현은 침상 머리에 기대어 한참이나 숨을 고르다가 손을 씻고 돌아온 신수빈을 끌어안고는 낮게 웃었다.“본왕이 돌아오면 더는 너를 고생시키지 않을 것이다.”신수빈은 그를 흘겨보았다.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왕야도 참… 곧 출정하셔야 하는데 기운을 아끼실 생각은 안 하시고 꼭 이렇게까지 괴롭히셔야겠습니까?”“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루어지는 일을, 어찌 괴롭힌다 하겠느냐.”이도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입꼬리를 올리며 귓가에 입을 가까이했다.“그저 출정 전에 부인이 본왕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마.”그러자 신수빈은 그의 가슴을 가볍게 한 번 내리쳤다.그는 어느새 무슨 말이든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이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입가에 가져다 대고 살며시 숨을 불어넣었는데, 눈매에는 짙은 정취가 고여 있었다.“왕야, 잠시라도 주무세요. 조금이라도 기운을 보충하셔야지요.”“아니다. 잠은 그만두고 이야기를 나누자. 본왕이 떠난 뒤에는 낮에라도 푹 쉬면 되지 않겠느냐.”“네. 다만 행군 중에 피곤하실까 봐 걱정돼서요.”“괜찮다.”이도현은 문득 떠오른 듯 말을 덧붙였다.“어제 네 넷째 오라비가 하마터면 간자로 몰려 군법에 처해질 뻔했다.”신수빈이 깜짝 놀라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도현이 서둘러 덧붙였다.“걱정 마라. 본왕이 있는 이상, 그를 해치게 두진 않는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네 오라비도 이번 출정에 함께하고 싶어 했다. 헌데 그가 속한 어림군은 황성과 경성을 지키는 군이라 이번 출정 명단에 들지 않아, 군비를 무단으로 받아서 몰래 군에 섞이려고 했지. 하지만 출정하는 부대마다 편제가 엄격하니, 바로 들킬 수밖에 없으니, 결국 누군가가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마침 그때 본왕이 병부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 녀석, 이번에 정말 큰일 날 뻔 했다고.”신수빈은 넷째 오라버니의 성급한 성격이 떠올라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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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신수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예를 올렸다.“왕야의 승전을 기원하며, 부디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이도현은 다시 한 번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고는, 이내 돌아서서 떠났다.그는 교장에서 병력을 점검한 뒤, 정천문을 통해 출정할 예정이었다. 성 안의 백성들이 모두 나와 그를 배웅하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성루 위에는 태후와 황제, 그리고 대신들이 자리할 터였기에 신수빈이 설 자리는 없었다.그래서 이도현은 따로 그녀에게 배웅을 청하지 않았다.*그가 떠난 뒤 바로 청하가 들어오자, 신수빈은 평온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부터는 손님을 받지 않겠다. 태기가 불안정해서 침상에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밖에 전하거라. 외출도 하지 않을 것이니, 모든 일은 전부 거절하거라.”이도현의 말대로,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보호하며 어디에도 나가지 않고, 누구도 만나지 않는 것이었다.이도현이 출정한 지 사흘에서 닷새가 지났음에도 경성은 여전히 이전과 똑같았다.조정의 정무는 내각이 처리했고 새로 임명된 이부상서도 이도현의 사람이었기에, 그가 없더라도 그의 뜻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장 씨 가문과 태후는 여전히 조정에 손을 뻗지 못했다.예왕은 강회 지역의 염세 문제에서 손댈 수 있는 것은 과감히 정리했고 건드릴 수 없는 것에도 경고를 던지며 처리했다. 관직 사회에 큰 파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강회 일대의 세금을 안정적으로 조정에 귀속시키고 통제력을 한층 강화하게 한 셈이었다.이도현은 예왕의 이번 공적에 크게 만족했다. 명양공주의 부마는 호부에 들어가 관직을 맡았고 예왕에게는 별다른 봉상은 내리지 않았으나 그가 출정한 뒤, 대신들을 도와 정무를 보게 했다.이도현은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상벌이 분명했다. 어떤 인재든, 제자리에 맞게 활용할 줄 알았다.장 씨 가문과 다른 친왕들은 예왕이 내각 정무를 보좌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강회 염세에서 세운 공이 뚜렷했기에 누구도 쉽게 트집을 잡지 못했다.*이도현이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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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청하는 그녀 곁을 오래 지켜왔지만 이토록 당황한 모습은 좀처럼 보지 못했다.그녀는 다급히 글자가 적힌 종이 한 장을 꺼내 신수빈 앞에 내밀었다.“어젯밤, 이런 글이 적힌 종이가 하늘에서 쏟아지듯 내려왔습니다. 성 안 곳곳에 퍼지게 되었고, 심지어는 성 밖에 떨어진 그 돌에도 똑같은 예언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아침에 소경께 물건을 전해드리러 나갔다가 길거리에서 어떤 도사가 이 글을 풀이하는 걸 들었습니다. 큰 화가 닥쳐오는데 그 화가 여인의 뱃속에 숨어 곧 태어날 것이라 하더군요. 소경께서 들으시자마자, 곧장 돌아가 마님께 전하라 하셨습니다.”신수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종이에 적힌 글을 내려다보았다.그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난세가 막 가라앉자 또다시 화가 기울고,하늘을 가리고 해를 덮어 장공을 가른다.칠살의 장수는 백전을 치른 몸,천하를 종횡하며 만인을 제압하나흉성이 일어나니 천둥이 요동치고,피가 깃발을 물들이며 왕성을 무너뜨린다.육갑을 품은 몸, 태 속에 화를 감추었으니,그 흉성이 자미성을 뒤흔드리라.*‘육갑을 품은 몸’…그 문장을 보는 순간,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이토록 큰 수를 들여 하늘의 뜻을 빌린 까닭이 결국 자신을 겨냥한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예언을 풀이한 도사는 누구냐. 지금 어디에 있지?”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불길 속에서 윤서원과 주서화 곁에 서 있었던 그 인물.청하는 서둘러 답했다.“사람들이 그를 장춘도장이라 부르더군요. 이곳을 떠돌던 수행자라는데, 지금은 흠천감에 끌려갔다고 합니다.”신수빈은 주먹을 더욱 세게 쥐었다. 손톱이 부러져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녀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다. 금자가 그녀의 손에 피가 맺힌 것을 보고 놀라 황급히 손을 받쳐 들었다.“마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불 태워지고, 뼈가 사라지고, 영혼마저 소멸되는 고통.신수빈은 그 한 자 한 자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불길이 온몸을 집어삼키고 독사의 재앙이 살을 찢는 곳. 바로 쇄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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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또한 선항족 왕자는 파군성에 해당하는 자로 왕성을 어지럽힐 징조를 지녔다 하였습니다. 만일 이 흉성이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대주 왕조의 왕실은 무너지고 천하는 다시 전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랍니다.”역시나 신수빈이 짐작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론을 이용해 자신을 겨냥하려는 수였다.이도현을 끌어들인 것은 그저 그가 경성에 남겨둔 심복들의 판단을 흐트러뜨리기 위함일 뿐. 결국 그의 안위가 걸리면 그녀 따위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된다.태후 곁에는 분명 능한 자가 붙어 있었다. 이번 수법은 이전보다 훨씬 교묘했다.“네가 돌아왔을 때, 거리의 상황은 어떠했느냐?”청하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거리에서 본 광경을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음… 흠천감에서 그 돌에 새겨진 예언을 해석했는데 장춘도장의 말과 똑같다고 합니다. 성 안의 모든 백성들이 현재 두려움에 떨고 있고, 순방영에서 명을 받아서 회임한 여인들 또한 잡아들이고 있답니다.”신수빈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쳤다.이 경성에 회임한 여인이 얼마나 많은데.그들이 진짜 모든 여인을 잡으려는 것은 아닐 터, 결국 목표는 단 하나, 그녀 자신이었다.출산이 임박한 지금, 전생과 같은 시기라면 아마 열아홉 날 뒤면 윤연우가 태어날 것이다.설령 날짜를 늦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안정이었다. 이렇게 소란이 계속된다면 늦추기는커녕 조산할 위험도 있었다.만약 끌려간다면 어디에 가두든, 약도 의원도 없는 곳에서 출산의 순간이 닥치면 그녀의 목숨은 온전히 그들의 손에 쥐어질 것이다.설령 끝에 가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모든 여인을 풀어준다 해도 그녀는 결국 ‘난산’으로 죽게 될 것이다. 아마도 지금 회임한 여인을 잡으러 온 순방영은 이미 윤서원의 집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그리고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청하뿐만이 아니었기에, 곧이어 정 씨도 급히 찾아왔다.그녀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신수빈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우선 나와 함께 가야 한다. 큰 형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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