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이 한바탕 쏟아낸 뒤에는 삼방이 나섰다.“오늘은 어머님의 회갑연 자리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입니까? 그전에도 윤서원이 군주를 첩으로 들이겠다고 했을 때 저는 단호히 안 된다고 했습니다. 황실 여인을 첩으로 맞는 건 본디 집안을 어지럽히는 흉조이니까요. 제가 서화 군주를 무시해서 그런 말 하는 게 아닙니다. 한데 그 행실과 인품이 도저히 사람답지 못하다는 것, 변방에서 자라 규율도 모른 다는 것, 그리고 혼인 전에 사사로이 간통하여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은 모두 사실이지요.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남들 앞에서 위세를 부리고 사치스레 낭비하며 체통을 잃었으니 이 어찌 집안의 수치가 아니란 말입니까!”윤씨 셋째 도련님의 격앙된 얼굴빛과 직언에 윤서원의 안색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신수빈은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전생에는 감히 누구 하나 나서서 주서화의 체통을 문제 삼는 이가 없었다. 그녀가 태후 앞에서 교묘히 환심을 사 윤 가에 적잖은 이익을 안겨다 줄 때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원배인 자신을 눈엣가시로만 여겼었다. 인간이란 것은 결국 자기 이익만 챙기는 이기적인 동물이었던 것이다.이때 평양후는 두 아우의 원망과 제수들의 비웃음을 한 몸에 들으며 오늘 하루의 치욕까지 더해지자 가슴속의 화기가 극에 달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차게 내리치며 서씨 부인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어리석은 년! 네가 우리 윤 가를 그르쳤구나! 내 당당한 일품 후작부가 네 손에서 이리 망가져 버렸으니! 집안의 재산은 어디로 간 것이냐? 네가 다 어디다 쓴 것이냐!”서씨 부인 또한 사태가 이리 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 와중에 주서화가 염치없이 외상을 내며 온갖 사치를 부렸을 줄이야.결국 자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덤터기를 뒤집어쓰게 되자 할 말이 없어진 그녀는 그저 더듬거리며 중얼거릴 뿐이었다.“저… 저는 그저, 저택의 장전과 전장의 수익이 턱없이 부족하다 생각해… 조금이라도 이익을 늘려 보려… 그래서… 그래서 인자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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