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책봉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궁에 들어가 감사의 예를 올려야 했다.다음 날 이른 새벽, 궁중에서 이미 전갈이 내려왔다. 신수빈은 서둘러 일어나 청하의 시중을 받아 고명복을 단정히 입고 마차에 올라 궁궐로 향했다. 이번에는 청하를 데리고 가지 않고 은보만 동행시켰다. 궁문 안으로 들어서면서 은보의 침착한 얼굴빛과 신중한 거동을 살펴보던 신수빈은 자신의 추측이 점점 더 확신으로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궁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가마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녀는 그 위에 앉아 느릿느릿 영수궁을 향해 나아갔다.그 시각 바깥의 하늘은 막 밝아오기 시작했는데 층층의 관문을 지나고 나니 벌써 천지가 훤히 밝아 있었다. 유월의 날씨란 아침부터 이토록 찌는 듯이 더운 법.신수빈은 아이를 가진 뒤로 더욱더 더위를 견디지 못했다. 지금처럼 가마에 앉아 있어도 가슴속까지 눅눅하고 답답하였다. 마침내 영수궁에 가까워지자 신수빈은 가마에서 내려 직접 걸어 들어가야 했다.고명복은 단정하고 화려하여 그 발관 또한 영화롭고 존귀했다. 그러나 이런 혹독한 여름날 그 복식을 오래도록 입는다는 것은 실로 형벌 같은 일이었다.그러나 여기는 황궁, 황권이 지존하는 곳. 그녀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어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내관을 따라 묵묵히 영수궁을 향해 걸어갔다.“태후 마마께서 아직 조정을 보고 계시니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소서.”신수빈은 영수궁 대전 앞에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이곳에는 그늘이 비치는 처마 하나 없었다. 잠시라면 견딜 수 있으련만 오래 서있는다면 어찌 그 뜨거운 볕을 이겨내겠는가?“내관, 감히 여쭙습니다만, 태후 마마께서는 보통 언제쯤 조정을 파하십니까?”신수빈은 슬쩍 소매 속에서 비단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내관은 그것을 받아 쥐고는 손가락으로 눌러보았다. 그의 눈빛에 곧 만족스러운 기색이 번졌다.“그건 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조정에 별다른 일이 없으면 사시가 끝날 무렵에 파하시지만 혹 일이 있으면 오시를 넘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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