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그때, 전원에서 평양후의 친위 관사가 궁중 내관을 공손히 모시고 들어왔다.“신병호의 딸, 신가 수빈, 성지를 받으시오.”내관의 간사한 목소리가 울리자 마당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순간 얼어붙었다.여기는 윤가이다. 설령 황명의 성지라 한들 마땅히 윤가의 여인에게 내리는 것이지 어찌 신가의 딸에게 내려지겠는가?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신수빈을 향했다. 그녀가 앞으로 나서서 무릎을 꿇고 성지를 받자 다른 이들도 황급히 따라 무릎을 꿇었다.“신가 수빈은 성품이 순숙하고 근면하며, 행실이 바르고 내칙을 잘 다스리며, 숙덕까지 품고 있다. 집안 전체가 청백으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검소함을 지켰고 사직에 도움을 주어 백성에게 복을 도모하였으니 곧바로 신가 수빈을 일품 고명 부인으로 책봉한다.”내관의 성지 낭독이 끝나자 뜰 안은 단숨에 숨죽인 정적에 잠겼다.마님께서 일품 고명 부인으로 봉해진다고? 게다가 윤가의 공훈이 아닌 신가의 위세로?보통 후궁 혹은 후당 여인의 고명은 남편이 조정에서 누리는 관직과 품계에 따라 정해진다. 이른바 남편이 조정에서 귀하면 아내는 집안에서 영예롭다는 도리였다. 평양후 세자는 조정에서 특별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그의 부인 역시 일품 고명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심지어 지금의 평양후 아내인 서씨 부인조차도 일품 고명을 받지 못한 처지였다.그런데 작은 마님은 단숨에 일품 고명을 받았다. 이로써 신가가 얼마나 체면이 서는 집안인지, 그리고 조정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뚜렷이 드러났다. 그러니 아까 작은 마님이 윤가 따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그 순간, 땅에 무릎을 꿇고 있던 둘째 마님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잠시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상인의 딸에게 일품 고명을 내렸다? 이건 성지를 잘못 내린 것이 아닐까?그러나 바로 그때, 신수빈은 성지를 받들고 고개를 들어 내관에게 물었다.“감히 여쭙습니다 내관. 저는 일품 고명이 어느 품계에 속하는지 알지 못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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