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경은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제가 정한 율법입니다.”연기준이 음산하게 입을 열었다.“내 전에도 말했거늘, 진국의 율법에 혼수는 처의 소유이나 처분권은 부군에게 있으니, 혼수 처분은 무조건 나와 상의해야 한다는 게 이 나라의 율법이다. 율법서에도 있는 내용이니, 못 믿겠다면 한번 찾아보거라.”‘결국 못 준다는 거잖아!’서인경은 짜증이 치밀었다.“지금 분향이라도 올려드릴까요? 참으로 너무하시네요.”그녀는 길게 숨을 고르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율법서에는 부군과 상의하여야 한다고만 되어 있지 꼭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어쨌든 저는 상의드렸고 왕야께서 반대하신다면 독약을 풀어 왕부의 모두를 불구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분명 자기 물건인데 사용할 수도 없으니 참으로 분하고 갑갑했다.연기준은 피곤한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네게 내어줄 수도 있긴 하지만, 내게 조건이 있다.”희망이 보이자 서인경은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바로 말했다.“말씀해 보십시오.”“지금 바로 말할 건 아니고, 나중에 내가 어떤 부탁을 하거든 넌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서인경은 속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하는 모든 일이 그의 운치를 봐야 하니,그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살인이나 방화, 양심에 위배되는 일은 아니됩니다. 법도를 어기는 일도요.”연기준은 한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내가 왜 그런 일을 네게 시키느냐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그렇게 협상이 끝나자 연기준은 부관을 불렀다.”창고로 가서 왕비의 땅문서를 가져오너라.”부관이 밖으로 나가자, 서인경도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도 같이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부관을 따라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연기준은 왠지 이용당하고 버린 기분이 들었다.창고에서 서인경은 드디어 자신의 혼수품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잔뜩 아쉬운 표정으로 이리저리 만져보며 속으로 비열한 연기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은영이 말이 맞아. 남자의 돈은 사랑하는 여자에게로 가는 거지. 내게 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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