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정원을 나온 연기준의 안색이 급변했다.서재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그의 뒤를 따르던 연풍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둘러 문을 닫았다.“왕야, 마마께선 내상이 낫기 전에는 절대 내력을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그러나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연기준은 황궁으로 가는 길에서 몇 번이나 경공을 사용했다.연풍은 걱정이 사무쳤지만 궁에 있을 때 별 이상이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기준이 지금까지 참고 있던 것이었다.연기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명했다.“왕부에 쥐새끼가 숨어들었으니 샅샅이 조사하고, 외부에 기밀을 누설한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즉시 척살하거라.”“예, 왕야.”이때, 호청이 허둥지둥 서재로 들어왔다.“왕야, 왕비께서는 소인을 안으로 들이지 말라 하셨답니다.”호청은 못내 아쉬웠다.별원에서 연기준에게 끌려 말을 타고 경성까지 오느라 몸은 지쳐 있었지만 서인경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분명 태의는 살릴 수 없다고 단언했는데 스스로 살아 돌아온 그녀의 실력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호청은 서인경에게 굉장한 호기심이 들었다.그런데 그렇게 뵙고 싶었던 사람이 자신을 문전박대 하고 있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연기준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인경의 의술 실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연풍은 다급히 호청을 안으로 이끌었다.“호 의원님, 어서 왕야를 살펴봐 주십시오. 방금 전에 피를 토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호청은 다급히 다가와서 연기준의 맥박을 살폈다.잠시 후, 그는 그의 옷섶을 열고 능숙하게 상처를 살폈다.호청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왕야, 상처가 벌어졌습니다. 내상이 낫기도 전에 내력을 사용하여서 기가 흐트러졌으니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연기준은 창백한 얼굴로 침상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호청은 약상자를 열며 연풍을 불렀다.“연풍 너도 어서 와서 좀 도와줘. 마마께서 주신 탕약은 몰래 복용하되… 이 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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