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결국 서회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오히려 전장에서 승리를 거둔 공적을 인정받아 포상까지 받았다.그 일로 태황태후는 늘 가슴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연기준은 태황태후가 직접 키운 손자이자,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그런데 그런 손자가 갑자기 원수의 손녀를 왕비로 들인다고 했을 때, 억장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태황태후가 서씨 가문을 증오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전생의 기억을 살펴보면 서씨 가문의 몰락에는 태황태후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황제가 사망한 후, 숙귀비와 십오황자의 삶이 점점 피폐해진 것도 태황태후의 영향이었다.서인경은 길게 심호흡하고 이를 악물었다.‘어차피 왔으니 노친네 한번 만나고 가야겠지?’만약 태황태후를 설득하여 서씨 가문에 대한 증오를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아무리 가문에 아들이 없다 하더라도 서씨 가문은 만만한 가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마침 오늘 서왕과 서왕비도 황제의 부름을 받고 황궁에 와 있기도 했다. 며칠 전 공주가 태어났다 하여 후궁에 들렀던 서왕비는 돌아갈 때가 되어 서왕이 있는 황제의 서재로 향하고 있었다.그러다가 서인경이 탄 마차와 마주치게 되었고 서왕비는 흔들리는 마차 안에 앉은 서인경의 얼굴을 한번에 알아보았다.“저쪽으로 가면 숙귀비의 궁이냐?”궁녀가 답했다.“왕비마마, 숙귀비마마의 궁은 저기 앞쪽에 있습니다. 이 길은 태황태후의 궁으로 향하는 길이옵니다.”서왕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럼 참 이상하구나.”상왕 부부가 이주에서 돌아온 이후로 태황태후는 여러 차례 황제에게 상왕비를 폐하라고 청했다.그러니 상왕비가 원해서 태황태후를 뵈러 간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다.궁녀는 확신에 찬 어투로 답했다.“태황태후께서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셔서 저쪽에는 태황태후 혼자 머물고 계십니다. 다른 비빈들은 그 근처에도 잘 가지 않사옵니다.”서왕비는 생각할수록 이상했다.그날 연회에서 상왕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소문처럼 상왕비에게 전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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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고대 여인이 지켜야 할 미덕 따위에 그녀는 관심이 없었다.원주인이 질투가 많았던 것도 결국엔 그를 너무 사랑해서였으니 말이다.3년간 자식이 없던 이유는 그녀 혼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었다. 피임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자식이 없던 거라면 연기준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했다.화가 난다고 먼저 덜컥 집을 나간 사람도 연기준이었다.서인경은 태황태후가 말한 죄를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태황태후마마, 신첩과 상왕이 만약에 갈라서게 된다면 그것은 평화롭게 합의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책임은 저희 두 사람에게 있지 저 혼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신첩은 나중에 어떻게 나가서 얼굴을 들고 다니겠습니까? 신첩도 빨리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고 싶단 말입니다.”태황태후는 표독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변방에서 자란 계집이라 예의를 모르는 것도 이해가 간다만. 황실에 이혼인이란 존재하지 않아. 휴서 한 장 들고 쫓겨나면 모를까. 황실에서 쫓겨난 여인을 감히 어떤 가문에서 처로 맞이하겠느냐?”서인경은 태황태후의 주름진 눈가에서 노골적인 비웃음을 읽었다.마치 새로운 사내는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서인경도 똑 같은 비웃음으로 되돌려주었다.좋은 집안 따위 필요 없었다.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젊고 건장한 가난한 집 선비와 만남을 즐길 수 있었다.‘궁 안에서 외롭게 사는 과부가 뭘 안다고!’“태황태후 마마의 가르침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신첩은 부군인 상왕의 의지를 따르려 합니다. 만약 상왕께서 신첩을 내치신다면 바로 짐을 싸서 상왕부를 나가겠습니다.”태황태후는 비웃음을 가득 머금더니 그녀에게 말했다.“너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구나. 상왕은 지금 근교의 별원에서 단은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별원에는 한설이라고 부르는 열살 된 꼬마여자아이도 있단다. 두 사람은 수시로 그 아이를 들여다보고는 했지. 매달 두 사람이 꼭 같은 날 경성을 나가고 있었는데 너는 전혀 모르는 모양이구나?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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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오늘 일이 있기 전까지는 휴서를 받고 내쳐져도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분하고 억울했다. 태황태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네게 기회를 주었지만 네가 거절했으니 나를 너무 원망하지는 말거라. 상왕비는 부군을 섬기지 않고 회임을 거부하였으며 태황태후인 나를 공경하지 않았으니 황실의 며느리로서 자격이 없다. 그러나 서씨 가문이 나라에 충성한 공을 생각해 온전한 시신으로 죽게 해주마.”어멈이 쟁반을 들고 앞으로 다가왔다.비수 한 자루, 흰색 비단, 그리고 사약 한 병이 놓여 있었다.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된 것이었다.태황태후의 목적은 아주 명백했다.연기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그녀를 죽이려 한 것이다!‘참 많이도 해본 솜씨네.’서인경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 싶었지만 어느새 다가온 몸집이 비대한 어멈 두 명이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태황태후를 바라보았다.“과거 태황태후께서도 이런 방식으로 상왕의 어머니와 선제를 살해하셨습니까?”그 말에 어멈들은 당황했고 태황태후의 안색도 급변했다.“무엄하다! 어찌 내 앞에서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느냐!”서인경은 비록 억지로 무릎을 꿇고 있었으나, 기세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헛소리인지 사실인지는 태황태후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상왕은 할마마마께서 어머니의 죽음을 방관했다고 의심하여 당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지요. 만약 그분이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할까요?”이는 전생에 원주인이 우연히 발견한 비밀이었다.죽더라도 그녀는 이 악독한 노인네에게 평생 불안감을 선사해 주고 싶었다.태황태후는 긴장한 것인지 화가 난 것인지 손이 떨리고 있었다.“감히 나와 상왕의 관계를 이간질하다니, 죽어 마땅하도다! 어멈, 어서 저년에게 사약을 먹이거라!”그러자 어멈이 바로 약병을 열었다.“입 벌려!”서인경은 이 시대로 건너와서 처음으로 치욕을 느꼈다.턱이 부서질 듯 아파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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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성조선제께서 할마마마께 주신 용두 지팡이로 위로 우매한 군주를 꾸짖고 아래로는 간신을 처결할 수 있는데, 누가 감히 할마마마께 자격을 논하겠나이까. 하오나 숙부님은 황실의 일원이시고 할마마마께선 친족의 정을 중요시하는 분이니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그의 말은 오히려 태황태후의 분노만 더 자극하고 말았다.“난 상왕이 다섯 살 때부터 십 년 동안 그 아이를 친히 돌보았다. 키워준 은혜가 고작 여인 하나보다 못하단 말이냐? 내가 이 자리에서 저 아이에게 사약을 내린들, 상왕이 내게 뭘 할 수 있겠느냐? 감히 내게 검이라도 겨눌 수 있겠느냐!”말을 마친 태황태후는 서인경을 가리키며 으름장을 놓았다.“당장 처결하거라!”“할마마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대황자가 서인경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증손자인 제가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숙부님께서 도착하신 후에 다시 얘기하시지요.”그러자 태황태후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지더니 용두 지팡이를 마구 휘둘렀다.“이런 불효 막심한 놈! 감히 내 명을 거역하다니! 네 어미를 대신해 네게 예를 가르쳐 주마!”태황태후는 온 힘을 실어 지팡이를 휘둘렀고, 대황자는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어떻게든 태황태후를 말리기 위해 애썼다.“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할마마마! 숙모님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서인경은 대황자가 왜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증조할머니와 증손자의 눈물 겨운 신파극을 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그녀의 의식은 신속하게 결계에 진입했다. 그래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어멈이 그녀의 입을 벌리고 사약을 입안에 쏟은 직후였다.쓰라린 맛이 목을 스치자, 구역질이 올라오면서 온몸이 힘이 쭉 빠졌다.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온몸에 퍼지더니 끝끝내 그녀는 뻘건 피를 토했다.어멈들은 역겹다는 듯이 뒤로 물러섰고 서인경은 그 자리에 힘없이 늘어졌다.의식을 잃기 전, 태황태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시신과 휴서는 장군부로 돌려보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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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태의원 원사를 비롯한 태의들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사약은 독성이 아주 강한 독약입니다. 상왕비께서 지금까지 버티신 것만 해도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송구합니다, 폐하. 신의 무능함을 용서해 주십시오!”털썩!“노장군!”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태의의 말을 들은 서회윤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경성으로 향하는 길, 말을 탄 사내가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었다.그는 그대로 쉬지 않고 달려서 후궁에 진입했다.궁전 앞에 도착한 연기준은 급급히 안으로 뛰어들어갔다.서왕은 쓰러진 노장군을 부축해 별채로 데려가고 사람을 시켜 문밖을 지키도록 지시했다.그러고 밖으로 나오는데 마침 마주오는 연기준과 마주쳤다.연기준은 음침한 얼굴을 하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마치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이 서왕을 바라보았다.서왕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연기준은 입술을 꾹 깨물고 치미는 분노를 참았다.‘그럴 리 없어!’황제는 태의들을 물러가게 했기에, 내전에서는 숙귀비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들려왔다.연기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는데, 침상 위에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여인이 보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연기준이 떠나기 전까지 고집스럽게 그에게 화를 내던 여인이 숨만 겨우 붙어서 미약한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었다. 황제는 어딘가 고독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착잡했다.상왕비는 후궁에서 변을 당한 이 상황에 그가 딴마음을 품을까 두렵기까지 했다.“폐하, 왕비와 단둘이 작별을 하고 싶습니다.”무거운 그의 얼굴을 보고 황제는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숙귀비와 황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연기준은 침상 가까이로 다가가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눈만 말갛게 뜨고 있었다.방 안이 조용해지자 그는 다급한 어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해야 널 구할 수 있지?”서인경은 확신에 찬 그의 어투에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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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태황태후는 그를 보자마자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내 침전에 감히 허락도 없이 침입하다니! 내 너를 그렇게 가르쳤느냐?”하지만 연기준은 여전히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태황태후께서는 이미 제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셔 놓고서 이제는 제 안사람마저 죽이려 하십니까?”그는 더 이상 할마마마라 칭하지 않았고 그 말을 들은 태황태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태황태후는 곧바로 냉정을 되찾았다.서인경은 이제 더 이상 입을 열 기회가 없을 것이고, 연기준은 영원히 그날의 일을 모를 것이다.태황태후는 한숨을 내쉬고는 의미심장한 어투로 말했다.“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그날의 일은 나도 어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난 그저 네가 안타까웠을 뿐이야. 다른 왕야들 중에 너만 첩실을 들이지 않고 슬하에 자식도 없으니, 내 어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겠어. 난 네가 하루빨리 자식을 보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게야.”연기준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제가 알아서 선택할 일이지 태황태후께서 끼어들 일이 아닙니다.”그의 냉랭한 반응에 태황태후도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이미 늦었다. 그 아이는 휴서를 받았으니 이제 더 이상 황실의 일원이 아니다. 시신은 서씨 가문에 돌려보내 처리하게 하거라.”“지금 이걸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연기준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고는, 피 묻은 휴서를 갈가리 찢어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제 왕비의 처우는 제가 직접 결정합니다. 그러니 다시는 제 집안일에 참견하지 마십시오.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연기준은 차갑게 등을 돌리고 돌아섰다.그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감이 다급히 달려와서 고했다.“마마, 상왕비가 살아났다고 합니다!”챙그랑!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서인경은 연기준에게 안겨 황궁을 나갔고, 가는 내내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연기준은 사라진 하루 사이 동안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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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한편, 정원을 나온 연기준의 안색이 급변했다.서재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그의 뒤를 따르던 연풍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둘러 문을 닫았다.“왕야, 마마께선 내상이 낫기 전에는 절대 내력을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그러나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연기준은 황궁으로 가는 길에서 몇 번이나 경공을 사용했다.연풍은 걱정이 사무쳤지만 궁에 있을 때 별 이상이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기준이 지금까지 참고 있던 것이었다.연기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명했다.“왕부에 쥐새끼가 숨어들었으니 샅샅이 조사하고, 외부에 기밀을 누설한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즉시 척살하거라.”“예, 왕야.”이때, 호청이 허둥지둥 서재로 들어왔다.“왕야, 왕비께서는 소인을 안으로 들이지 말라 하셨답니다.”호청은 못내 아쉬웠다.별원에서 연기준에게 끌려 말을 타고 경성까지 오느라 몸은 지쳐 있었지만 서인경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분명 태의는 살릴 수 없다고 단언했는데 스스로 살아 돌아온 그녀의 실력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호청은 서인경에게 굉장한 호기심이 들었다.그런데 그렇게 뵙고 싶었던 사람이 자신을 문전박대 하고 있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연기준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인경의 의술 실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연풍은 다급히 호청을 안으로 이끌었다.“호 의원님, 어서 왕야를 살펴봐 주십시오. 방금 전에 피를 토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호청은 다급히 다가와서 연기준의 맥박을 살폈다.잠시 후, 그는 그의 옷섶을 열고 능숙하게 상처를 살폈다.호청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왕야, 상처가 벌어졌습니다. 내상이 낫기도 전에 내력을 사용하여서 기가 흐트러졌으니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연기준은 창백한 얼굴로 침상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호청은 약상자를 열며 연풍을 불렀다.“연풍 너도 어서 와서 좀 도와줘. 마마께서 주신 탕약은 몰래 복용하되… 이 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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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연기준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러나 호청은 눈치도 없는지 계속해서 주절주절 떠들 뿐이었다.“한설 아씨가 나이는 어려도 참으로 속 깊은 분입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왕야의 위세를 등에 업고 여기저기 자랑을 떠벌리고 다녔겠지요. 하오나 한설 아씨는 혹여 왕야께 폐가 될까 별원을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을 담장 안에 갇혀서 지내는 걸 보면 제가 다 가슴이 아픕니다.”연기준은 묘한 눈빛으로 호청을 노려보며 물었다.“자네 그 애에게서 뭘 받았지?”호청의 손이 멈칫하며 떨리더니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허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왕야의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뭘 주든 감히 받을 수 없지요!”연기준은 고개를 돌려 연풍에게 물었다.“최근 경성에 행사가 있었느냐?”연풍이 고했다.“곧 설날이라, 5일 후에 호성강 근처에서 등불 축제가 3일간 열린다고 합니다.”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쪽으로 사람을 보내되 너무 오래 놀게 하지는 말거라.”호청은 속으로 환호를 지르면서도 정중히 감사를 표했다.“한설 아씨를 대신하여 왕야께 감사드립니다. 아씨가 알면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친부모도 이렇게 잘해주실 수는….”연풍은 그만하라는 의미로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한편 황후궁, 대황자가 겉옷을 벗으니 피멍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황후는 눈시울을 붉히며 책망하듯 말했다.“너는 태황태후가 화가 잔뜩 난 걸 알면서 왜 굳이 그 여자를 구한다고 나선 거니?”연강헌은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제게 다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마마마. 가벼운 외상일 뿐이니 며칠만 지나면 나을 겁니다.”궁녀가 연고를 가져오자 황후는 친히 아들의 흉터에 약을 발라주었다.“앞으로는 그런 어리석은 짓 하지 말거라. 너는 장차 태자가 될 사람이다. 아무리 상왕비라 하더라도 네가 목숨을 내걸고 지킬 이유는 없단 말이다. 하물며 태황태후께 밉보여서 우리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어.”연강헌은 청량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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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현재 조정에서 가장 득세한 사람을 가리자면 대황자와 상왕이었다.한 사람은 장차 태자가 될 사람이고 한 사람은 천하의 병권을 손에 쥔 권력자였다.만약 이 두 사람이 진씨 가문의 뒤에 서준다면 진씨 가문의 지위는 하루아침에 날아오르게 될 것이다.황후는 대황자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어투로 물었다.“너는 진씨 가문의 딸을 비로 삼기 싫어서 일부러 태황태후의 눈밖에 나려 한 거니?”대황자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꼭 필요한 마찰이었습니다. 안 그러면 태황태후는 저희 모자를 쥐고 휘두르려 할 것입니다.”그동안 태황태후의 앞에서 비굴하게 수모를 당했던 것을 떠올리니, 황후의 표정도 차갑게 식어 버렸다.“들인다 하더라도 정비의 자리까지는 주면 안 된다.”대황자도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할마마마의 야망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분께서 선제와 아바마마를 이용하여 진씨 가문에 더 많은 이득을 취하지 못했던 것은 후궁과 조정에 자기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정말 그분의 뜻대로 된다면 저는 황위에 오르더라도 그분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을 테지요.”황후는 굳은 얼굴로 그에게 경고했다.“이런 말은 어미 앞에서만 하고 밖에 나가서는 절대 입에 담지 말거라.”대황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황후가 말했다.“맹국공은 참으로 건방져. 벌써 몇번이나 폐하께 상소를 올려 대황자비의 자리를 거절했다. 내 본디 오늘 맹은영을 궁으로 불러 알아듣게 경고하려 했는데 네 외숙모는 그 얘기를 듣고 일단 지켜보자고 하더구나. 우리가 먼저 성급하게 굴면 오히려 저들의 기만 살 거라고 말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대황자는 어제 단씨 가문의 안주인인 서풍교와 외숙모가 함께 앉아 차를 마시던 모습을 떠올리고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불현듯 억지로 사약을 삼키면서도 표정만큼은 절대 흐트러지지 않던 한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그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어머니께서 결정하십시오.”황후는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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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평이는 멍하니 있다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못할 텐데 당연히 마셔야죠!”그녀는 잔에 남은 찻물을 단숨에 마셔버렸다.입안에서 금덩이 맛이 나는 것 같았다.연기준이 약속한 것처럼 이어지는 며칠 간 서인경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그렇게 셋째 날이 되자, 서회윤이 그녀를 찾아왔다.손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노장군은 드디어 안심한 표정으로 뭔가를 그녀에게 건넸다.“진형이가 이걸 네게 전해주라 하더구나.”서인경은 할아버지가 건넨 탄궁을 받으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한번은 황궁에 놀러 갔다가 십오황자가 아끼는 탄궁을 욕심 냈던 적이 있었는데, 십오황자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이라며 절대 그녀에게 안 주려고 했다.그 일로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이고 근 한달간 왕래하지 않았다.‘나이도 어린 것이 사람 위로할 줄 아네.’“다음에 제가 황궁에 가면 재미난 장난감을 가져다드린다고 하세요.”서회윤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폐하께서는 앞으로 상왕과 동행하는 게 아니면 누구의 소환이든 거절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네가 당한 고통, 할애비가 이대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서인경은 탄궁을 내려놓고 다가가서 노장군의 손을 잡았다.“할아버지, 절대 이 일로 태황태후께 따지지 마시지요. 갚아주더라도 경솔하게 접근해선 안 됩니다. 어쨌거나 용두 지팡이가 그분께 있지 않습니까. 황명을 가장했는데 폐하께서도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서회윤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물었다.“그걸 다 아는 애가 왜 상왕을 원망하는 것이냐?”서인경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동안 그는 연기준을 방으로 들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갈 데가 없는 사람도 아니니, 정 갈 데가 없으면 별원으로 가라는 마음이었다.오히려 자신은 몰래 밀회를 즐기고 할아버지께 고자질한 게 괘씸하기까지 했다.서인경은 솔직하게 시인했다.“원망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같이 있으면 싸울 텐데 싸우기 싫어서입니다. 할아버지, 몸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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