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찾아가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연기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정녕 내가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서인경은 기분이 나빴지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피차일반입니다!”두 사람은 팽팽하게 대립하며 누구도 먼저 양보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연기준이 아무 말없이 뒤돌아서 방을 나가버렸다.그는 살면서 이렇게 화가 난 적이 거의 없었다.서인경의 처소에서 나온 그는 사방으로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정처없이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한편 방 안이 조용해지자, 서인경은 안도하는 동시에 기가 빨린 듯,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가 홀로 자기 조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러다 부주의로 손가락이 스쳐 피가 났는데, 아픈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그래서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른 후, 책을 들었지만 한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온통 뒤돌아서 떠나던 연기준의 모습만 떠올랐다.‘왜 화를 내지? 왜 날 원망하지?’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생각을 물은 적이 없었다. ‘자식을 이용해 야망을 채우려 한 인간이 대체 왜!’그녀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생각할수록 황가의 일원으로서 사는 삶에 절망과 환멸을 느꼈다.결국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잡생각만 가득하니 그녀는 한숨 자기로 하고 침상에 누웠다.쉬이 잠들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그녀는 얼마 안 지나 잠에 들었다.한편, 연풍은 평이가 고집을 부릴까봐 두려워져 아예 그녀를 끌고 장군부로 향했다.자초지종을 들은 서회윤도 큰 충격에 빠졌다.“왕야께서 뭔가 오해하신 게 아니냐? 인경이가 상왕을 얼마나 연모하는데 그런 일을 했겠느냐?”연풍은 속으로 불만이 있었지만 서회윤의 질문에 공손히 답했다.“마마께서 친히 시인하셨습니다. 노장군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애초에 서가군과 서씨 가문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왕야도 이리 급하게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았을 겁니다.”서회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내 손녀이니 내가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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