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촌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연기준이 거울 뒷면의 ‘금’ 자를 바라보며 깊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이틀쯤 지나자, 그 괴로운 울음소리도 마침내 잦아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기 시작했지요. 난세라 그런지, 산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히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헌데 어느 날, 제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중상을 입은 노인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 노인은 자신이 쫓기고 있다며, 이 비단 상자를 제게 맡겼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숨겨 두라고, 절대 외부 사람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고 했지요. 또 말하길, 하늘이 아직 그를 버리지 않았다면, 그의 가문이 다시 일어설 날이 올 것이고, 그때 반드시 누군가 이곳으로 찾아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떠나게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가 바로 이 상자의 주인이라고요.”촌장의 말을 듣는 동안, 연기준의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피투성이 노인의 정체가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었다.연기준의 외조부는 금족의 모든 것을 자신의 모친, 희태비에게 넘기려 했다. 그 일로 덕비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독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어릴 적에 덕비는 제 친자매를 산속에 버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가장 마음에 들던 후계자를 잃고도, 외조부는 끝내 남아 있던 덕비에게 금족을 맡기지 않았다.이 모든 일이 덕비의 증오를 더욱 깊게 만들었을 터였다.그렇다면, 그해 금족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킨 자는… 덕비였을 가능성이 컸다.연기준은 이전부터 한 가지를 의아하게 여겨 왔다.덕비가 지금 금족의 실권자라면, 왜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서인경이 없던 그 오랜 세월 동안, 덕비가 금족을 이끌고 설산으로 돌아가 세력을 장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부족들은 흩어져 있었고 지금의 금족처럼 결속된 힘을 가진 곳은 없었으니까.그렇게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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