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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201 - チャプター 1210

1260 チャプター

제1201화

서인경은 급히 걸음을 옮겼다.“무슨 일입니까? 자객이라도 다녀간 것입니까?”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연기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그 눈빛 속에서 서인경은 혼란과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무력함을 읽어냈다.잠시의 정적 끝에 그의 얇은 입술이 겨우 열렸다.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져 있었다.“나를… 혼자 두고 가지 말거라. 나도 데려가. 저승이든, 세상 끝이든… 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갈 것이다.”그의 표정에는 깊은 비통함이 어려 있었고 그 음성은 마치 이미 삶을 다 놓아버린 사람처럼 처연했다.그 순간, 서인경은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녀는 곧바로 연기준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잠깐 후, 표정이 굳어졌다.‘몽마….’연기준은 아직 꿈속에 갇혀 있었다. 그것도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깊이.서인경은 지체하지 않고 그의 뒤통수에 침을 한 번 놓았다.연기준은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저항 한 번 없이, 이례적으로 순순하게 그녀의 품으로 몸을 기댔다.서인경은 봉한설을 불러, 둘이 힘을 합쳐 겨우 그를 침상 위로 옮겼다.봉한설은 연기준을 십여 년이나 알아왔지만 이런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걱정과 두려움이 동시에 얼굴에 떠올랐다.“폐하께서 왜 이러시는 겁니까? 혹시, 사악한 기운에라도 씌신 건가요?”서인경은 약왕곡에서 꺼낸 두 가지 약재를 봉한설에게 건넸다.“꿈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구나. 일종의 정신이상 증세야. 이걸 달여서 가져오거라. 마시면 괜찮아질 것이다.”봉한설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서인경은 침상 곁에 앉아 연기준을 바라보았다.그러다 문득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연기준이 언제 깨어났는지, 두 눈을 또렷이 뜬 채 그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서지 않아 서인경은 그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이보세요, 저 기억납니까?”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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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연기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길게 침묵에 잠겼다.망설이고 있었다. 두 번의 삶을 통틀어 늘 서인경이 먼저 자신을 향해 달려온 이유를 말해야 할지, 아니면 그들에게 더 이상의 다음 생은 없다는 사실까지도 털어놓아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몇 번이나 윤회를 거쳐서야 지금처럼 서로 화음을 이루는 순간에 닿았다.연기준은 서인경이 그저 지금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길 바랐다.이 순간을, 이 시간의 한순간 한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기를.앞으로 무엇이 닥칠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서인경은 평이가 전해온 소식을 연기준에게 들려주었다.“제 생각엔, 예정연이 곧 죽을 것 같습니다. 덕비는 그 애를 되살리려고 제단을 차리고 주술을 시작한 것 같아요. 헌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지금 금족의 족장은… 대체 누구입니까?”그 이야기에 연기준 역시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야랑국에서 금족이 머물렀던 흔적을 보면, 어머니께서 진국에 있다는 걸 알아내고 온 집안이 다 찾아온 것 같다. 할아버지는 어머니를 금족의 가장 적합한 후계자로 여기셨으니까. 헌데 이상한 건, 어머니는 금족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조정의 어느 가문과도 특별히 가까운 적도 없었고… 금족은 마치 진국에 존재한 적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도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이 금족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심지어 열셋 째 황숙이 목족의 후손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계셨지.”연기준은 오래도록 생각해 왔지만 모친과 열셋 째 황숙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끝내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만약 금족에 다른 이들이 남아 있다면 목족은 어떨까? 그들 역시 어딘가에 아직 존재하고 있지는 않을까?서인경이 일불락 수령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이미 세상에 드러났다. 그런데도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연기준은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연강호가 일불락에서 탈출해 돌아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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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꼬막이는 요즘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 모습을 본 지가 한참 된 것만 같았다.두 분은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쁜 걸까? 혹시 자기에게 이렇게 귀여운 아들이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런데 이층에 있는 봉한설은 좀처럼 그를 올라가게 해주지 않았다.꼬막이는 못내 서운해 아래층에 있으면서도 시무룩해졌다.심지어 대장과 함께 권법을 연습하는 것조차 흥이 나지 않았다.촌장 부인은 어린 주인이 저렇게 기운 없는 모습을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몸을 낮추어 봉한설에게 부탁했다.“네가 아이랑 제일 가깝잖니. 좀 생각해 보렴, 어떻게 하면 아이를 웃게 할 수 있을지.”봉한설은 꼬막이를 한 번 흘끗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걱정이라곤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괜찮아요. 아이도 컸으니 혼자 있는 법도 배워야죠. 남자아이는 너무 달라붙으면 안 돼요.”부모를 방해하면 안 되니까.촌장 부인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고는 불쾌한 눈빛으로 봉한설을 노려봤다.역시 저 아이가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게 틀림없다. 그래서 사실을 숨기고 말해주지 않는 것이겠지.불만스러운 기색으로 돌아선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막 만든 과자를 들고 나왔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꼬막이는 한 손에 과자를 들고 먹으면서도, 두 눈은 내내 이층을 향한 채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해가 기울고 노을빛이 객잔 안으로 스며들 무렵이 되어서야 이층에서 드디어 인기척이 들려왔다.연기준이 서인경의 손을 잡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자 꼬막이는 남아 있던 반쪽 과자를 움켜쥔 채 계단으로 냅다 달려갔다.“아버지! 어머니! 꼬막이는 정말 보고 싶었어요!”그는 곧장 서인경을 향해 뛰어들었다.하지만 손이 그녀의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커다란 손 하나가 불쑥 나타나 그를 번쩍 들어 올렸다.연기준은 꼬막이를 품에 안아 들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한마디 했다.“말하지 않았느냐. 반나절 동안 간식 먹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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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꼬막이를 두고 가게 되면 봉한설 역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녀는 서인경과 연기준의 뒤를 정리해줄 사람이었다.하지만 꼬막이는 그 사정을 알 리 없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연기준의 말을 겨우 이해해보려다 끝내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맺혔다.“아버지랑 어머니, 또 나 버리는 겁니까!”서인경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았다.겨우 다시 만난 모자지간이 며칠도 함께하지 못한 채 또 떨어져야 한다니.그녀는 급히 꼬막이를 끌어안았다.목소리는 물기가 배어 나올 듯 부드러웠다.“우리 아가, 그런 게 아니다. 아버지랑 어머니가 널 버리는 게 아니야. 괴물 잡으러 가는 것이다. 괴물만 다 잡으면 바로 돌아오마. 잠깐 떨어지는 건, 나중에 더 오래 함께 있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계속 네 곁에 있으마, 알겠느냐?”꼬막이가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눈물은 둑이 터진 듯 쏟아졌다.이 아이가 이렇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늘 밝고, 잘 웃고, 말 잘 듣던 아이였는데.서인경이 채 가슴 아파하기도 전에 연기준이 먼저 견디지 못했다.늘 냉정하던 그의 마음이 꼬막이의 눈물 앞에서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듯했다.“그럼… 같이 데려가겠느냐?”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인경의 품에 안긴 꼬막이의 몸이 순간 반듯하게 굳었다.눈물도 멎었다.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나이에 이미 눈물 조절은 완벽했다.서인경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손수건을 꺼내 꼬막이의 얼굴을 닦아주며 방금까지의 다정한 어투를 거두고 정색했다.“그래서, 왜 갑자기 안 우는 것이냐?”꼬막이는 멍하니 눈을 크게 떴다. 눈물 흘리는 것조차 잊어버린 얼굴이었다.늘 자기를 제일 예뻐하던 어머니가 이번엔 전혀 넘어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눈물은 나름 애써 짜낸 것이었는데.꼬막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작게, 조심스럽게 말했다.“대장 삼촌은 너무 둔합니다. 맨날 권법만 하고 재미없어요. 저는 ‘악어’가 남아서 저랑 놀아줬으면 좋겠습니다.”갑자기 지목당한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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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도움을 청해 부른 사람이 막상 와서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손가락을 곧게 펴서 붙잡아 버릴 줄이야.꼬막이는 부모에게서 동시에 가해지는 ‘합동 공격’에 하늘이 무너질 듯 울음을 터뜨렸다.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 연기준은 아이의 손가락을 감싸 쥔 채 품에 안고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달랬다.꼬막이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아버지의 다정함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품 안에서 곯아떨어졌다.서인경이 돌아와 아이를 바라봤을 때, 그의 속눈썹 끝에는 아직도 눈물이 매달려 있었다.연기준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작은 침상에 눕히고 몸을 돌려 서인경을 바라봤다.“어떠느냐? 피에 이상은 없었느냐?”서인경은 미간을 좁힌 채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이예요.”그녀는 그 설장로가 꼬막이에게 무슨 짓을 해놓았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지금 보이는 이 아이의 남다른 모습이 태생부터 일불락 후손의 혈통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설산에 다녀온 이후로 변해버린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연기준은 서인경의 손을 잡아 그녀를 침상 위에 앉혔다.“설장로는 성격이 괴팍하긴 해도, 결코 악인은 아니다. 백 년 동안 혼자 설산을 지키며 옛 사람을 기다린 것도, 일불락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였지. 꼬막이는 그 희망이니 그런 아이를 해칠 리 없어.”서인경도 그 말이 옳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직접 본 그 설장로는 결코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녀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그래도 지하흑시의 대장로께 편지라도 보내야겠습니다. 그분이 설장로와 옛 인연이 있다니까,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말을 꺼낸 김에 서인경은 곧장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연기준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편지가 완성되자마자 암위를 불러 곧바로 전달하게 했다.*다음 날 아침.꼬막이는 늦잠을 잤다.서인경과 연기준은 동이 트기도 전에 이미 길을 떠난 뒤였다. 눈을 뜬 순간, 침상 곁에 세 마리의 커다란 악어 머리가 나란히 모여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광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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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우리 아들, 어릴 때부터 머리가 비상하구나. 나중엔 우리보다 더 즐겁게 살겠어.”서인경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연기준은 객잔에서 있었던 꼬막이의 일을 하나하나 들려주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서인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 녀석, 장난기는 또 누구를 닮은 건지...”연기준은 그녀를 슬쩍 바라봤다.“어머니 말씀으론, 난 어릴 때 꽤 얌전했다고 했다. 온통 공부에만 신경 썼다고.”서인경은 말문이 막혔다.그럼 나를 닮았다는 뜻이잖아?서인경은 원래 몸의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문득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그녀는 어릴 적 군영에서 자라 거칠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컸다. 나무에 올라 새 둥지를 털고, 물속에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는 일쯤은 일상이었으니까.서인경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연기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제 아들이 저를 닮았다는데 뭐 문제 있습니까?”연기준은 작게 웃었다.“문제없지. 널 닮은 건 좋다.”그제야 서인경은 더 따지지 않았다.*일행은 잠시 쉰 뒤, 다시 말에 올라 길을 재촉했다.한 시간쯤 더 달렸을까.멀리 한 농가 앞에서 누군가 팔을 흔들며 크게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마마! 마마! 여기예요!”평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서인경은 곧장 채찍을 몇 번 세게 휘둘러 말을 재촉했다.가까이 다가서자 평이는 한걸음에 달려와 서인경을 와락 끌어안았다.“황후 마마, 정말 보고 싶었어요!”서인경은 그녀를 마주 안으며 눈에 띄게 마른 몸에 마음이 아려왔다.예전엔 그래도 살이 조금 붙어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뼈만 남은 듯했다.“왜 이렇게 안 먹었느냐? 일부러 나 마음 아프게 하려는 것이냐?”평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아니에요, 살 빼는 중이에요.”“이 정도로 말라서도 살을 빼느냐?”그때, 연풍의 다소 언짢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그는 평이 뒤에 서 있던 암위를 노려보았다.암위들은 그 눈빛에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평이 아가씨가 안 먹겠다는데 그들이 무슨 수가 있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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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평이는 저 사람들한테 구경거리를 만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웃음거리로 삼을 기회도 주지 않았다.연풍의 얼굴은 이미 관우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평이가 이렇게 대놓고 두 사람 사이를 드러낸 건 이미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는 뜻이었다.연풍의 가슴엔 기쁨이 차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한참을 참고 있다가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결국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그는 그냥 연기준과 서인경의 말고삐를 잡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후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뒷모습에는 어딘가 허둥대는 기색이 배어 있었다.늘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하던 그와는 참으로 대비되는 모습이었다.*한바탕 웃고 떠든 뒤, 평이는 그들을 농가 안으로 안내했다.평이가 고른 거처는 산기슭에 자리 잡은 곳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집은 많지 않았지만 마침 점심 무렵이라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밭일을 마친 사람들이 괭이를 메고 돌아오는 길이라 마을이 제법 북적였다.대문 앞을 지나는 아이들이 하나같이 반갑게 외쳤다.“평이 누님!”“평이 누님, 집에 손님 왔습니까?”“평이 누님, 저희 집에서 방금 돼지를 잡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고기 좀 갖다주래요!”“평이 누님, 지난번에 준 차 아직 있습니까? 우리 할아버지가 말린 고기랑 바꾸고 싶대요!”서인경과 연기준을 자리에 앉혀두고 평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벽 구석의 바구니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있지, 있지. 이 말린 고기는 벌써 맛있어 보이네. 고마워, 용용아. 이 차 가져가거라. 다음에 읍내 나가면 할아버지 드릴 거 또 가져다주마.”“어머, 이 돼지고기 정말 기름지네. 만두 하면 맛있겠다. 어머님께도 고맙다고 전해줘.”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갔다.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평이는 금세 집 안으로 들어왔다.나갈 때는 차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고기로 가득 찬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어느 한 번도 빈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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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그녀는 서인경이 직접 손으로 죽인 첫 번째 일불락 사람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서인경이 놀란 것은 그 ‘기사회생’이라는 네 글자였다.이 말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일불락에서 가장 꺼리는 금기였다.사람 하나를 되살리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도 컸다. 심지어 천도(天道)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했다.‘염라가 한 사람을 돌려주면, 천 명을 요구한다. 열여덟 층 지옥에서 천일 동안 혼을 단련하고 십 단계에 이르는 음습한 원한의 기운을 모아 세상에 흩뿌린 뒤, 혼이 흩어져 다시는 윤회하지 못하게 되어야 비로소 빚이 청산된다.’일불락 사서에 기록된 구절이었다.열여덟 층 지옥이란 사람이 죽은 뒤의 일이다.이 시대에 살고 있는 서인경은 아직 신이나 선인을 본 적이 없으니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십 단계의 음습한 원한이 세상에 퍼지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도 알 수 없었다.그러나 단 한 가지는 분명했다. 천 명의 목숨을 대가로 삼는 일. 그것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진정 위대한 사람이라면 자신 하나 살기 위해 무고한 천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지 않는다.더구나 예정연 같은 존재는 설령 다시 살아난다 해도 일불락의 부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서인경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 자가 수천의 목숨을 짓밟고 살아날 자격 따위는 없었다.연기준의 표정을 보며 서인경은 그 역시 이 일의 위험성을 알고 있음을 느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연기준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그 천 명… 어디서 구할 생각인지.”서인경은 곧장 고개를 돌려 평이를 향해 물었다.“네가 보기엔, 산 안에 사람이 천 명은 있어 보이느냐?”평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많아야 백 명이에요. 산 아래에서 사다 올리는 생활 물자 양을 봐도, 천 명이 쓸 양은 절대 아닙니다.”“그럼 이 마을 사람은?”“노인과 아이까지 합쳐서… 천오백 명쯤 돼요.”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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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난이 평정된 이후, 기사회생술은 곧바로 일불락의 금기가 되었다.그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던 이들은 그 누구도 다시는 입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하늘 또한 그 술법을 여는 방법을 금족의 기억 속에서 모조리 지워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 사람들은 장생불사만을 알았을 뿐, 일불락에 기사회생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거의 잊혀졌다.일불락 역시 의도적으로 그 사실을 숨겼다.이 비밀이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 야심가들의 탐욕은 더욱 광적으로 불타오를 것이기 때문이다.사서에는 분명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어떻게 발동하는지는 알지 못했다.세월이 흐르면서 그 비술은 자연스레 역사의 깊은 흐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그것을 아는 자가 존재한다니.서인경은 믿기지 않았다.이 산속에 숨어 있는 자들, 대체 금족의 어떤 인물들인 걸까.덕비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예정연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그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서인경은 그동안 화족만을 걱정해 왔지만 이제는 금족마저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연기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마 화족과 금족 모두 변한 것 같다. 둘로 갈라져 각자 따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내일 하루 준비하고, 모레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하자.”서인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같이 가요.”연기준은 다시 연풍과 암위들을 불러 모았다.“너희의 임무는 이곳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다. 오늘 밤부터 움직여라. 내일 밤, 어둠을 틈타 전부 대피시켜. 이유는…”그가 적당한 핑계를 찾으려는 순간, 서인경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하늘의 기운이 심상치 않아 지진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거라. 미리 안전한 곳으로 옮겨두는 것이다.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돌아오게 하면 된다. 평이, 이 마을 사람들은 너를 가장 믿으니 설득은 네가 맡거라. 내일 낮 동안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조용히 준비시켜. 산속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밤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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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서인경의 마음에 문득 불안이 스쳤다.임선우가 정말 흑갑군을 쥐고 있다면 그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더구나 지금, 그는 화족의 행방을 숨기고 있다.적인지, 아군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연기준은 그런 그녀의 불안을 눈치챈 듯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걱정 말거라. 내가 아는 바로는, 백 가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을 엄격하게 지켜왔다. 어떤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든, 백성을 해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집안이야. 설령 화족을 숨겨주고 있다 해도, 그들을 위해 악행을 돕는 건 아닐 거다.”서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임선우를 직접 만나야만 알 수 있는 일이었다.*점심을 마친 뒤,연기준은 서인경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두 사람은 한 말에 함께 올라탔고 호위도 없이 마을을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초가을의 산야는 아직 푸르면서도, 이미 누렇게 물들기 시작한 빛이 뒤섞여 있었다.떨어질 듯 말 듯 매달린 잎사귀들 사이로 청황이 어우러진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말은 숲길을 가르며 빠르게 달렸다. 그러다 어느 골짜기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췄다.서인경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살고 있을 법한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여기가 맞습니까? 임선우가 여기 있다고요?”연기준은 고삐를 잡은 채, 그녀를 단단히 품 안에 가두듯 끌어안았다.말의 속도를 늦추며 좁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백 가를 조사하게 했던 사람들이 말하길, 임선우는 가주 자리에서 물러난 뒤 줄곧 이 일대에 머물러 왔다고 한다. 세상 일엔 관여하지 않고, 분쟁에도 나서지 않았지. 변방이 수년간 흉년에 시달려도, 그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냈다고 하더구나. 백 가는 충의로 이름난 집안이다. 백성을 외면할 집안이 아니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해도, 조정에 소식을 전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누구에게든 전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도 그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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