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소리도 정도가 있지!”돌연 울려 퍼진 음성에, 연기준과 서인경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금수 대장공주였다.그녀의 뒤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한 명 따라 서 있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흰 옷자락, 손에는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세속을 떠난 도인처럼 보였고, 어디선가 풍겨 나오는 기운은 마치 신선과도 같았다.그 노인의 눈매를 본 순간, 서인경의 가슴 한켠이 묘하게 흔들렸다.어딘가 낯익은 느낌이었다.그리고 연기준은 그 노인을 마주한 찰나, 눈빛이 미세하게 조여들었다.“둘째 외조부… 살아 있는 동안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둘째 외조부?서인경은 그 한마디로 노인의 정체를 단번에 정리해냈다.노인은 연기준의 호칭을 듣자마자, 노련한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 시선에는 은근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형님께서 아끼던 딸이 낳은 자식답게, 과연 범상치 않구나. 그러니 그가 그토록 네 어미에게 금족을 잇게 하려 했던 것이지.”연기준은 더 이상 에둘러 말할 생각이 없었다.“오늘, 이곳을 전부 부수겠습니다. 여기 있는 금족과 화족의 후예들이 일불락 수장 일족에 귀순한다면, 지금까지의 죄는 모두 묻지 않겠습니다. 허나 거부한다면, 이 자리에서 함께 묻히게 될 것입니다. 따를지 말지는 스스로 선택하십시오.”연기준의 기세는 거칠 것 없었다.뒤편에 늘어선 수만의 흑갑군까지 더해지자, 그 위압감은 더욱 커졌다.주위에 서 있던 이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조금 전, 그들은 직접 보았다. 연기준이 덕비의 진법을 얼마나 손쉽게 무너뜨렸는지를.그는 분명, 일불락 수장 일족의 혈통을 이은 자였다.일불락. 그 이름은 그들에게 있어, 오직 어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던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손에 닿을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이미 멸족한 줄로만 알았던 그 일족이, 지금 눈앞에, 그것도 이렇게 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한 걸음을 내딛으려다 다시 망설였다. 서인경이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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