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준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자 육승과 안포는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듯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한번 머리를 세게 박았다.“왕야, 감사하옵니다!”“명 받들겠사옵니다! 목숨 걸고 왕비마마를 지키겠사옵니다!”잠시 후, 두 사람은 물러났지만 연기준의 미간은 여전히 펴지지 않았다.그녀 곁에 붙어 있는 게 그렇게도 즐겁단 말인가? 내 옆에 있을 때는 웃지도 않던 것들이.연기준의 불만이 얼굴에 드러나자 연풍은 그가 전날 밤 왕비에게 문전 박대를 당한 일을 떠올렸다. 그는 조심스레 헛기침을 하며 어설프게 그를 위로했다.“왕비마마께서는 잠시 왕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옵니다. 당장은 마음을 닫으셨을지라도 훗날 왕야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그 은혜에 감사드릴 것이옵니다.”연기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본왕이 그녀의 감사를 구걸할 것 같으냐?”어젯밤, 만춘원에서 진방옥을 향해 시선을 떼지 못하던 그녀,마차 안에서조차 냉랭한 얼굴을 내보이던 그녀,그리고 결국 자기 방 문을 굳게 잠그고 그를 들이지조차 않았던 그녀.생각할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내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렇게까지 애쓰는 것인지?’연풍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단효산께서 장부를 찾고 있사옵니다. 이미 몇 차례 만춘원에 들어가려 했으나 저희 사람들이 모두 막아냈사옵니다.”연기준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만춘원 일은 오늘로 모조리 정리하도록.”“예, 이미 조치를 내려 두었사옵니다.”연기준은 몸을 일으켜 두 걸음쯤 걸어가더니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연풍은 곧장 알아차렸다. 그녀라 함은 당연히 왕비일 것이다.“맹 아가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옵니다.”연기준은 깊은숨을 들이켰다. 모두가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는데 어째서 자신에게만은 곁을 내주지 않는 것일까?“군영으로 간다.”연풍은 급히 그 뒤를 따랐다.그 시각, 서인경은 맹은영과 함께 의서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평이가 헐레벌떡 뛰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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