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밖에서 날리던 가느다란 눈발은 어느새 사라지고 굵직한 눈송이만이 겨울밤의 허공을 가르며 요란스레 흩날리고 있었다.앞마당을 벗어나 긴 회랑을 지나니 맞바람에 실린 눈발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 살갗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요한 정적을 메우는 건 오직 두 사람 거친 숨소리뿐.난생처음 겪는 모험에 맹은영은 정신이 아찔해 났다. 뒤를 따르는 기척에 그녀가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서인경이 날카롭게 일갈했다.“돌아보지 말게. 지금은 장부가 먼저네.”곧이어 뒤편에서 짧은 비명이 터지며 둔탁한 물체가 쓰러지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다시 고요 속에 잠겼다.서인경의 일침에 맹은영은 억지로 궁금증을 접어야만 했다.그 시각, 전각 앞마당은 소란에 휩싸여 있었으나 후원은 풍설만 휘몰아칠 뿐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고요한 누각 이층, 좌에서 우로 여덟 개의 방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서인경은 그저 이층의 밀실 어딘가에 장부가 있다는 단편적 정보만을 손에 쥔 채 문을 하나하나 열며 확인해야 했다.경험이라곤 전무한 맹은영은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보이지 않는 동조자들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상왕과 셋째 오라버니는 정작 급할 때 그림자도 안 비치는군요.”방 안을 살피던 서인경이 짧게 대꾸했다.“이미 손을 뻗었으니 우리가 여기까지 들어온 걸세.”그 말속에 숨은 뜻은 분명했다.연기준은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맹경운 또한 그의 뜻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맹은영은 대충 그녀의 말을 이해했으나 장부를 찾는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괜스레 방해가 될까 묵묵히 서인경 뒤만 따랐다.두 방은 허탕이었다. 세 번째 문을 열려는 순간 적막을 찢는 낯선 기척이 파문처럼 번졌다. 순간, 서인경은 맹은영을 등 뒤로 감싸안으며 외쳤다.“누구냐!”기둥 뒤로부터 어렴풋한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온조 아가씨?”그녀는 조금 전 앞마당에서 보았던 화류계의 꽃, 온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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