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눈에 관리인 티가 나는 인물이 다가왔다.“왜 여기서 어슬렁거리는 것이냐? 어서 내려가거라. 여기를 자기네 뒷마당으로 아는 게냐… 어이쿠, 막 아가씨? 어쩌다 여기 계신 겁니까?”이 목소리…서인경은 곧장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눈앞에 드러난 건 주름이 가득한 쉰이 넘은 한 사내의 얼굴이었다. 방금까지는 그녀를 향해 쏟아내듯 호통치던 관리인의 목소리가 막효연을 보는 순간 곧장 바뀌었다.막효연은 서인경 앞을 가로막으며 나섰다.“최 관사, 잘 지냈습니까? 제가 까미를 데리고 나왔다가 이 녀석이 갑자기 배 쪽으로 뛰어가더군요. 세상 물정 모르는 개라 신기해서 그랬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요. 곧 내려가겠습니다.”억울하게 누명까지 쓴 까미는 그저 멀뚱멀뚱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과연, 그자는 다름 아닌 최 관사였다.서인경이 어젯밤 몰래 엿들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최 관사는 막효연의 말을 듣자마자 허리를 굽히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별말씀을! 막 아가씨께서 산책하시는 건 자유입니다. 전혀 방해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막효연은 서인경의 굳은 표정을 보고 이 배 위에 무언가 수상한 게 있음을 단번에 눈치챘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더 캐물었다.“이렇게 실어 나르는 건 다 무엇입니까?”최 관사는 깍듯이 대답했다.“겨울나기에 쓸 짐승 가죽들이랑 산에서만 나는 과일과 들짐승 고기 같은 것들입니다. 밖에서는 구할 수 없어 귀한 물건들이지요.”“와, 이렇게 많다고요?”호기심에 못 이긴 막효연은 그대로 손을 뻗어 한 상자를 툭 열어젖혀 버렸다.최 관사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그 순간, 까미가 훌쩍 뛰어올라 상자 속을 마구 파헤치기 시작했다.하얗게 반짝이는 새 가죽들이 땅바닥으로 흩어지고 그 위에는 순식간에 진흙 묻은 발자국이 찍혔다. 막효연은 황급히 달려가 까미를 잡는 시늉을 하며 연거푸 사과했다.“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철이 없어서… 제가 곧 데려가겠습니다.”최 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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