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준은 못 들은 척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서인경이 그의 어깨 위에서 버둥거리며 심하게 몸을 비틀자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엉덩이를 탁하고 내려쳤다.“조용히 하거라.”서인경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얼굴이 한순간에 붉어진 게 어지러운 것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수치심 때문인지 말이다.“이 망나니야! 어서 날 내려놔...”파악!다시 한번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더 떠들면 당장 저 주루에 들러서 네게 어떻게 조용해져야 하는지 몸소 가르쳐 주마.”서인경은 욕을 해도 그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녀는 분통이 터졌으나 입을 꾹 다물었다. 겉모습은 그토록 정숙하고 의젓한 사내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군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여전히 그의 어깨 위에 들린 채 막부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 모습을 보는 사람마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른 길을 비켜섰다.그때, 진묵염은 방금 막효연을 배웅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그녀의 원림 앞에서 아쉬움의 작별을 나누고 있었다. 그때 막효연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어머나, 엽 도련님께서 어깨에 메고 있는 건 무엇입니까?”그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서인경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효연! 나일세, 나라고! 어서 날 구해주게. 오늘 밤은 그대 방에서 잘 것이네!”막효연이 무심코 입을 열려는 찰나, 뒤에서 뻗어 나온 손이 그녀의 입을 덮었다. 진묵염은 한가득 봄바람 같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엽 도련님과, 엽 씨 부인. 참으로 금슬이 좋아 보입니다. 효연아, 우리까지 괜히 방해하지 말고 방으로 돌아가 쉬도록 하자. 내가 데려다줄게.”막효연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부부 사이의 정취가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그녀와 묵염은 그저 가끔 입맞춤을 하거나 안아주거나 혹은 번쩍 들어 올려주는 정도가 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포대자루처럼 메고 다니는 건 또 무슨 수작인가? 혹시 부부가 되면 이런 별의별 모습까지 다 있는 건가?서인경은 여전히 연기준의 어깨에 메인 채,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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