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산은 손을 휘둘러 여의에게 어서 확인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하루빨리 독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이런 천박한 집안의 추문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일이었으니 그가 관여할 수도,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여의가 한 발 앞으로 나서자 부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켜섰다.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두려움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아이의 목숨이 살아 돌아오며 한순간 환하게 빛났던 눈빛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부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서인경 앞으로 다가오더니 다시금 무겁게 무릎을 꿇었다.짧디짧은 한 시진 동안, 서인경은 그녀의 얼굴에서 수많은 감정을 보았다.비통, 슬픔, 절망, 공포, 그리고 잠깐의 용기.그러나 지금, 그녀가 건네오는 시선 속에는 오직 고요한 평정만이 남아 있었다.부인은 힘겹게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찢어진 입술 끝에서는 다시 붉은 피가 스며 나왔다.“왕비 마마, 제 아이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어지러운 때에도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청하옵건대, 제 아이를 거두어 주시어 밥 한술 먹이고 무사히 자라도록 지켜주시길… 그 아이의 목숨은 이제부터 왕비 마마의 것입니다. 훗날 아이가 자라면 부디 왕비 마마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쾅 하고 이마를 땅에 찧었다. 서인경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몸을 낮추며 다급히 설득했다.“부디 죽을 생각은 하지 말거라. 네 아이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이는 바로 너다. 네가 죽으면 그 아이는 아비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 네 아이를 그들에게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느냐?”부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그 집안은 차라리 우리 모녀가 함께 죽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새 여인을 맞아 아들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들이 제 아이를 지켜 줄 리 없습니다.”그 목소리는 끝내 희망조차 잃어버린 듯, 깊은 절망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돌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대문 밖에서 구경하던 군중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저는 이 사내를 알지도 못합니다! 저는 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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