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래객잔 2층 난간 아래, 예정임은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한 채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한 방향. 연기준이 여인을 품에 안고 떠나는 뒷모습에 박혀 있었다.“저이가 바로 상왕비인가?”그가 흘리듯 물자 곁에 있던 시위가 답했다.“예. 듣자 하니 상왕비의 시녀가 납치당해 상왕비께서 홀몸으로 뛰어들어가 범인을 수차례 찔렀다고 하옵니다. 지금 그 방 안은 피로 가득 차 있고 주인은 이미 관아에 신고했다고 하옵니다.”예정임의 입가가 휘어졌다.“다들 말하길, 진국의 여인이라 하면 허약하고 겁만 많아 남자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했지. 어젯밤 맞이한 그 무리 역시 뼈대라곤 없는 허수아비 같아 조금만 건드려도 맥이 풀려 시시하기 짝이 없더구나. 한데 이 상왕비라는 여인은 홀몸으로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러 갔다니, 꽤 흥미롭지 않으냐?”그의 눈에 비친 건 계단을 내려올 때 스쳐간 피 내음과 함께 묻어난 야수 같은 광기와 냉혹할 만큼 차가운 침착함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취향을 정조준하는 매혹이었다. 시위는 조심스레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간언했다.“주군, 다시 생각하시옵소서. 상왕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이옵니다.”예정임은 그 말에 코웃음을 흘렸다.“일찍이 들었다. 진국의 여인은 삼종사덕을 지켜야 하고 남편에게 버림받으면 가문에서 쫓겨난다 하지 않더냐. 그 말대로라면, 만약 상왕비가 휴출 당한다면 그녀가 내게 와도 무방하지 않겠느냐?”시위는 기겁하며 두 손을 내저었다.“주군,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선 아니 되옵니다! 그녀는 진국의 대장군, 서회윤의 친손녀이옵니다. 설령 상왕비가 원한다 해도 진국이 그녀를 내줄 리 없사옵니다. 누가 감히 군권을 쥔 장군가와 적국의 황자를 연결시키겠사옵니까? 그것은 곧 스스로 적에게 칼을 쥐여주는 격이옵니다!”서회윤의 이름이 거론되었지만 예정임의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날카롭게 빛나며 욕망에 찬 결의가 번뜩였다.“좋다. 사람도, 병권도… 이 황자의 손에 모두 들어올 것이다.”한편,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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