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의 말에 귀띔을 받은 태황태후의 표정은 금세 흐려졌다가 어둑하게 가라앉았다.“그렇다면 그녀를 데려오너라. 상왕 옆방에 앉혀두면 되겠다.”궁녀가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예, 태황태후 마마.”잠시 뒤, 서인경은 기다리던 차에 궁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태황태후 마마께서 부르십니다. 상왕비 마마, 노비를 따라 들어오시지요.”연풍은 여기까지밖에 동행할 수 없었기에 서인경 홀로 발을 들여야 했다.그녀는 이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마음 한편이 서늘해졌다. 그녀의 본래 뜻은 단지 회임이라는 말을 빌미로 연기준이 스스로 나와 주기를 바랐을 뿐이었다.지난번 이곳에서 죽을 뻔했던 기억이 아직 뼛속 깊이 남아 있었기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태황태후가 직접 불러냈으니 발길을 돌릴 수도 없는 노릇.그녀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호기심도 피어올랐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연기준과 단은설이 정말 그토록 할 말이 많은 사이인지. 만약, 눈앞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장면을 잡아낸다면 그녀에게는 합당한 이유가 생기는 셈이었다. 혼인 중 외도라면, 연기준이 감히 무슨 낯으로 자신과의 화이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서인경은 내심 수많은 장면을 그려내며 궁녀의 안내를 따라 한 침전으로 발을 들였다.“상왕비 마마, 잠시 이 안에서 기다리시지요.”“아, 저…”입술이 막 열리려는 순간, 궁녀는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이미 물러나 버렸다.대전은 텅 비어 있었고 밤바람만이 스산하게 드나들며 휘돌았다.서인경은 알 수 없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태황태후의 뜻은 무엇일까? 설마 이 자리에서 정말로 대놓고 자신을 해치려는 것일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으나 서인경은 결국 자리를 잡고 앉았다.“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두고 보자고. 무슨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지.”기다리며 그녀의 신식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장 약왕곡으로 들어가 독초와 독약을 고르고 또 골랐다. 오늘 평이가 겪은 일을 떠올리며 그녀는 스스로 곁에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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