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백 리를 내달린 급보가 대황자의 혼례 잔치 한복판으로 들이닥치자 모두가 그 일이 결코 사소하지 않음을 직감했다.황제는 장계를 받아들자마자 봉인을 뜯어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궁으로 돌아간다!”화려한 혼례마당을 가득 메운 어가 행렬은 고작 한순간 머물렀을 뿐, 거대한 물결처럼 휩쓸리며 급히 떠나갔다. 방금 전까지 북적이던 경사스러운 장내는 단숨에 고요해졌다. 신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모두 속으로 추측했다.대체 무슨 중대사가 벌어진 것인가?예정임의 눈빛은 곧장 연기준에게로 향했다. 그의 표정에서 무언가 단서를 캐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기준은 한 치 흔들림도 없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가 미리 짐작하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성정이 그러한 것인지 예정임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알 수 없는 불안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곧 황제의 측근 환관이 다시 나타나 대황자 곁으로 다가갔다.“폐하께서 전하셨습니다. 오늘은 대황자의 혼인날이니 잔치는 예정대로 거행하라고 말입니다. 그 어떤 일도 의식에 지장을 주어선 아니 된다 하십니다.”연강헌은 속으로 의구심이 일었지만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아버지의 뜻을 받들겠다.”곧 환관은 또다시 연기준 앞으로 나아왔다.“상왕, 폐하께서 상왕을 소환하시어 곧바로 함께 궁으로 가자 하십니다.”연기준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평정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연회장에 모인 수십 쌍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따라 움직였다.그때, 맹경운이 급히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 주었다.“자, 자, 오늘은 대황자의 경사로운 날입니다! 다들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으니 오늘은 취하지 않고선 물러나지 맙시다!”어색했던 공기는 그의 말에 허물어지고 다시금 술자리가 살아났다.연강헌은 적당히 몇 마디로 자리를 수습한 뒤, 앞마당은 부관에게 맡기고 홀로 뒷마당으로 향했다. 인적 없는 곳에서 그는 은밀히 암위를 불렀다.“즉시 조사하거라. 오늘 부친께 전해진 정보가 무엇이었는지.”“명 받들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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