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유모, 어서 일어나 이것 좀 잘라 작은 토막으로 내어오거라.”서인경이 부르자 무릎을 꿇고 있던 유 유모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까부터 그녀와 함께 반죽을 치대던 터라 육승이 들어올 때는 이미 손이 하얗게 밀가루로 물들어 있었다.“너희 몇은, 저 고기를 푹 삶거라. 특히 육즙이 아주 진해야 한다. 고기는 반드시 비계와 살코기가 알맞게 섞인 걸로 고르도록 하고. 그리고 너, 불길을 세워라. 화력이 식으면 안 된다. 곧 쓰일 것이니. 그리고 너희 둘은 찹쌀 경단을 만들 거라.”부엌 하녀가 물었다.“왕비 마마, 찹쌀 경단 속은 닭고기를 넣을까요, 아니면 대추를 넣을까요?”서인경은 잠시 고민했다. 원래의 주인공이 연기준에게 어떤 맛으로 해주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대답을 내뱉었다.“두 가지 다. 각각 두 개씩 만들도록 하라.”명이 떨어지자 부엌은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아무도 문가에 서 있던 연풍을 거들떠보지 않았다.결국 육승이 나섰다.“왕비 마마, 왕야께서 드시는 찹쌀 경단은 오직 닭고기만 드시옵니다. 잊으셨사옵니까?”서인경은 손에 쥔 반죽을 뚫어져라 보다가 잠시 멈칫했다.“어… 어, 잊지 않았지. 대추는 내가 먹으려고. 안 되느냐? 얼른 나가거라.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육승은 심란한 마음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왕비 마마가 왕야께 대하는 태도는 전과 많이 달라졌다.예전이라면 왕비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찹쌀떡을 빚어내고 어느 누구도 손대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안에 넣을 닭고기마저 직접 뼈와 껍질을 발라내고 가장 연한 살 만을 골라 쓰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진 공자의 음식은 손수 공들여 만들면서 정작 왕야의 찹쌀 경단은 대충 부엌 하인들에게 맡기고 있었다.육승은 한참이나 우울해하다가 결국 쓴웃음을 머금었다.누가 왕비를 탓하겠는가? 다 왕야가 스스로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탓이지… 아, 참으로 인과응보다!잠시 후, 세 남자가 식당에 나란히 앉았다. 부엌에서 정성껏 차려낸 음식들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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