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441 - Bab 450

461 Bab

제441화

꼬막이는 작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들어보세요.”서인경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적막한 고요 속에서 어딘가 아득히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연기준이었다. 꿈결처럼 아득하면서도 다급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서인경, 어서 깨어나거라. 감히 네가 눈뜨지 않겠다면 본왕은 다시는 서 씨 집안을 거들지 않겠다.”“육승, 어서 의원을 불러오거라!”서인경은 급히 물속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걸쳤다.“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는 것이냐?”꼬막이는 비틀비틀 달려오더니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온천 속으로 밀어 넣었다. 순간, 서인경은 얼굴이 물에 박히며 차갑고 뜨거운 충격에 숨이 막혔다. 찰나,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서인경의 시야 속으로 굳어있는 연기준의 얼굴이 들이닥쳤다.“눈을 떴구나!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 육승, 의원은 아직 오지 않았느냐?”육승은 허둥지둥 문을 박차고 나갔다.“곧 모셔오겠사옵니다!”서인경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잠깐만! 의원은 필요 없습니다. 전 괜찮습니다.”연기준의 눈썹은 강하게 찌푸려지며 온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정말 괜찮은 것이냐? 방금은 호흡도 멎고 몸까지 싸늘해졌던데… 그래도 진맥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이렇게까지 심각했단 말인가?서인경 자신도 믿기지 않았다. 단지 깊은 잠에 빠졌고 현실보다 더 생생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을 뿐인데.그녀는 그의 손목을 잡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지금은 괜찮습니다. 정말로 덥고 따뜻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은… 그저 깊이 잠들었을 뿐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개운하고 몸도 훨씬 편안해졌어요.”실제로 그녀의 몸은 이전보다 훨씬 가뿐해졌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수면 때문만은 아니었다.연기준은 그녀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짓으로 육승을 물러나게 했다.“방금 내가 들어올 때, 네가 꼬막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는데… 그건 대체 무엇이냐?”서인경은 잠시 얼어붙었다.“아, 그거 말입니까? 제가 우리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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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연기준은 시간을 철저히 계산한 뒤, 서인경을 데리고 지붕 위를 날듯 뛰어넘었다.그들은 곧 장군부의 경계를 돌파하고 은밀히 안으로 스며들었다.장군부의 저택은 크지 않았다. 전정과 후정으로 나뉘어 있었고 후정의 남향 삼간집 가운데는 침실, 좌우로는 서재와 욕실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순찰병의 발소리가 가까워 오자, 연기준은 망설임 없이 서인경을 끌어 서재로 몸을 숨겼다. 막사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서인경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격한 떨림으로 연기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틀림없습니다… 분명 저희 할아버지입니다.”연기준 또한 숨을 죽였다. 그 역시 이 익숙한 풍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가 수없이 드나들었던 서회윤의 서재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똑같았던 것이다.연기준은 서인경의 어깨를 붙들고 눈짓했다.“진정하거라. 직접 얼굴을 보기 전까진 섣불리 단정 짓지 말자꾸나.”서인경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마음속에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의문만이 남았다. 어째서 할아버지가 스스로 능지국에 남아 진국을 적으로 삼으신 걸까?연기준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책상 위에 엎어둔 서신 한 장에 시선이 꽂혔다. 그는 곧장 다가가 모서리를 슬며시 들춰보았다. 그 순간,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연기준은 곧장 종이를 덮고 서인경을 끌어 한쪽 병풍 뒤에 숨겼다.곧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자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잠시 후,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묘하게 가공된 듯 낮고 쉰 울음 같은 음성이라 원래의 목소리를 가늠하기 어려웠다.“폐하께서 어명을 내리셨습니다. 대장군께서는 반드시 내일 진국을 공격할 전술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원군이 도착했으니 더 늦으면 우리에게 불리합니다.”그다음에 이어진 음성에 서인경은 본능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전장은 아이들의 놀음터가 아니다. 진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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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어둠 속에서 연기준과 서인경은 눈빛으로 짧게 교환했다.설마 이렇게 빨리 들켜버린 것일까?그러나 상대는 사람이 있을 때 굳이 떠벌리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연기준은 서인경의 손을 이끌어 병풍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서인경은 눈앞의 인물을 확인하자 격정이 치밀어 곧장 달려가려 했지만 연기준이 단숨에 그녀를 붙잡아 막았다.“흥분하지 말거라.”서인경은 그의 어깨너머로 시선을 고정한 채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할아버지… 정말 할아버지 맞으십니까?”단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낯선 이들을 응시했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할아버지라는 호칭에 순간 어리둥절한 기색이 번졌다.“너희는 누구냐?”서인경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할아버지, 정말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저는 손녀 서인경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손녀사위, 연기준이고요.”단안은 고개를 저었다.“노자는 아들 하나 없이 살아왔거늘. 어디서 손녀가 나온단 말이냐?”말을 마친 그는 시선을 연기준에게로 돌렸다.“연기준…? 요사이 그 이름을 귀가 닳도록 듣고 있지. 설마 그대가 진국의 상왕이란 말이냐? 감히 이곳에 무슨 일로 온 것이냐?”연기준은 흔들림 없이 단안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빛은 과거의 기억과 겹쳐지면서도 지금은 의심과 경계가 짙게 깔려 있었다.“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상왕입니다.”단안은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긴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눈빛에는 일종의 감탄이 스쳤다.“감히 내 집을 침입하고도 발각되지 않다니. 상왕이라는 명성이 허언은 아니로군. 하마터면 몰라볼 뻔했다. 다만 곁에 있는 이 계집아이. 숨는 것에는 통 재주가 없는 모양이구나. 너 덕분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지만 연기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과찬이십니다. 이 자는 제 아내이고 이름은 서인경입니다. 제 아내는 대장군께서 자신의 실종된 조부를 꼭 닮으셨다는 말을 듣고 저에게 간청하기에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저는 단지 아내의 그리운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을 뿐입니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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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도둑?”어느 미친 도둑이 감히 장군부 안으로 들어오겠는가?시위들이 의아해하자 단안은 오히려 성질을 냈다.“다 너희들 탓이다. 내가 내 몸 하나 못 지킨다고 했더냐? 괜히 몇 겹으로 순찰을 돌리니 밖에서 보기엔 이 뜰 안에 무슨 희귀한 보물이라도 숨겨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 눈독 들이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겠다.”시위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 눈앞의 노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예… 그럼 물러가겠사옵니다.”“이놈들아!”단안이 그들을 다시 불러 세웠다.“뭐하러 멀뚱히 서 있느냐? 어서 도둑을 잡으러 가지 않고! 도둑이 들었는데도 멀쩡히 서 있다니! 다들 눈이 있긴 한 것이냐? 어느 날 노자를 통째로 잃어버린다면 위에다 무슨 말로 변명할 셈이냐!”“감히 여쭙습니다, 장군. 도둑은 어느 쪽으로 달아난 것이옵니까?”단안은 손가락으로 대충 가리켰다.“동쪽일 수도 있고 서쪽일 수도 있지. 방금 너희들이 문을 걷어차는 바람에 놀라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시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흩어져 쫓아갔다.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을 단안이 붙잡았다.“너는 남아 문짝을 고치거라. 내일 아침까지 완벽하게 수리되지 않으면 네놈 목을 비틀어 꺾어버리겠다.”재수 없게도 붙잡힌 불쌍한 시위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단지 한발 늦게 나섰을 뿐인데 억울하게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말았다.단안은 침실로 돌아와 손안의 향낭을 매만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편, 객잔으로 돌아온 서인경은 연기준에게 물었다.“왕야께서 할아버지한테 드린 건 대체 무엇이었습니까?”연기준은 잠시 그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노장군께서 생전에 노부인께 드린 정표이다. 그것조차 모르느냐?”그것은 외인인 자신조차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 물건은 줄곧 서 씨 집안 서재, 서회윤의 서랍 속에 수십 년 동안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 그는 해마다 새 향을 갈아 넣으며 마치 노부인이 여전히 곁에 살아 있는 듯 지켜왔다. 그리고 이것은 서 씨 집안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였다.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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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연기준은 먼저 옷을 걸쳐 입고는 몸을 돌려 침상에서 내려섰다. 그는 곧장 방문을 열어 육승을 불러들였다.“무슨 일이냐?”병풍 너머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육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황자께서 갑자기 병력을 이끌고 능지국 대영을 기습했사옵니다. 이미 양군이 성 밖에서 교전 중이옵니다. 단안 장군 또한 직접 병사를 이끌고 출성하셨사옵니다. 왕야와 왕비께서는 어서 만성을 떠나시지요.”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들이 곧장 진국을 협박할 인질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연기준은 말없이 안으로 들어와 두툼한 겨울옷을 서인경에게 던졌다.“지체 말고 바로 출성한다.”그리고 다시 육승에게 명을 내렸다.“전원 모두 즉시 성을 빠져나가야 한다. 누구도 남지 말고.”진국이 먼저 전쟁을 일으킨 셈이니 능지국의 분노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남는다면 모두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서인경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으며 물었다.“명령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 아느냐?”병풍 너머로 육승이 대답했다.“지금 군영은 대황자와 주둔장군의 명이 곧 법이옵니다. 아마 그들이 지휘했을 겁니다. 서가군의 부장들은 왕야와 왕비의 동의 없이는 결코 임의로 출병하지 않사옵니다.”서인경은 속으로 연강헌을 팔백 번 저주했다.“저자는 대체 뭘 노리는 것입니까? 공을 탐하다 못해 이제는 미쳐 날뛰는군요!”옷을 다 입은 뒤, 연기준은 그녀를 데리고 창문으로 몸을 날려 성 밖으로 나왔다.그러자 육승이 곧장 뒤를 따랐다.다른 암위들은 날이 밝은 뒤 장터 인파에 섞여 출성하기로 했다. 모두가 함께 움직인다면 눈에 띄어 위험했기 때문이다.연기준은 객잔 뒷마당에서 말을 타고 서인경을 태운 뒤 후문을 넘어 얼어붙은 강줄기를 따라 외곽으로 질주했다.밤길 위 말발굽 소리에 집집마다 아이들이 놀라 울음을 터뜨리고 불빛이 연이어 켜졌다.그날 밤, 만성은 단 한 사람도 편히 잠들 수 없는 밤이 되었다.막북의 밤바람은 칼날처럼 매서웠고 얼굴에 스치는 바람은 살갗을 얼려 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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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횃불은 이미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그 불빛은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피로 얼룩진 전장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새벽빛이 막 하늘가를 가르며 솟아오를 때 즈음, 세 사람은 마침내 산 아래에 닿았다. 육승은 이미 두 필의 말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연기준은 서인경과 함께 타는 대신 그녀를 육승에게 넘겨주었다.“그녀를 곧장 군영으로 데려가거라.”서인경은 그의 소매를 덥석 붙잡았다.“왕야께서는…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연기준의 얼굴에는 전장에서 볼 법한 냉랭함이 어려 있었다.“단안이 친히 군을 이끈다면 우리 군세가 불리할 수 있다. 본왕이 직접 전장을 지휘해야 한다.”서인경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함께 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입술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전장을 도울 수 없었다. 따라간다면 그저 짐만 될 뿐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이곳으로 건너온 뒤 처음으로 진정한 무력감을 느꼈다. 눈앞에서 그를 돕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 것뿐이었다.서인경은 손끝의 힘을 풀었다.“다녀오세요. 저는 군영에서 기다리겠습니다.”연기준은 그녀를 깊이 응시했다. 그의 일생 첫 전장 앞에서 처음으로 마음에 걸리는 존재가 생겨났다. 그의 시선이 서인경의 아랫배로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이마에 짧고도 단호한 입맞춤을 남겼다.“걱정 말거라. 본왕은 반드시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그 말과 함께 그는 곧장 말안장에 올라 단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전장을 향해 내달렸다.서인경은 그 자리에 굳어 서서 그의 뒷모습이 어둠 속에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그때 육승이 다가와 고삐를 끌며 말했다.“왕비 마마, 어서 올라타시지요. 제가 모셔드리겠사옵니다.”그러나 육승의 태도는 연기준과 달랐다. 그는 끝까지 그녀와 같은 말에 오르려 하지 않았다. 서인경은 그의 마음을 읽었으나 지금은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군영에 돌아가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였다.“괜찮다. 함께 타거라.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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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맞습니다! 저희가 왜 전장 경험조차 없는 황자의 지휘를 들어야 한단 말입니까! 그건 우리더러 스스로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상왕은 어디에 계십니까? 상왕더러 직접 나와 설명하라 하십시오!”“맞습니다. 상왕을 불러내십시오!”서인경은 말에서 몸을 날려 내리더니 곧장 높은 연단 위로 올라가 장졸들을 마주했다. 그녀의 눈빛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강인하게 울려 퍼졌다.“지금 이 순간, 서가군의 주력 장수는 오직 숙귀비 한 사람만이 맡고 계신다. 한데 지금 숙귀비께서 부재하시니 내가 그 자리를 잇는다. 앞으로는 나의 명만 들으면 된다.”장졸들 사이에서 웅성임이 일었다.“그럼 오늘 새벽 전장에 나간 형제들은 어쩝니까?”서인경의 가슴은 아프게 죄어왔다. 이 길 위에서도 그녀는 내내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이번 일은 내 부주의다. 내가 너희들을 지키지 못했다. 한데 상왕께서 이미 전장에 나가 직접 지휘하고 계시니 반드시 모두를 무사히 데려올 것이다.”연기준이 나섰다는 말을 들은 장졸들은 그제야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서가군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에 묻혀 있었다.“상왕비께서는 분명히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이번에 우리와 맞서는 적장이 정말로 서 노장군이 맞습니까?”그 순간, 서인경의 목이 막혀버렸다. 앞선 장졸들이 돌아오면 이 비밀은 끝내 가려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가장 존경해 온 사람이 이제는 칼끝을 겨누는 적이 되어 눈앞에 선다는 사실을 말이다.그 충격은 그녀의 고통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서인경은 한참 숨을 고른 끝에 말을 이었다.“그저 닮았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확실치 않다.”그 말이 떨어지자 진영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장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혼란이 뒤섞여 드러났다.서인경은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내 고모와 열다섯 째 황자는 여전히 진국에 남아 있고 나는 너희들 앞에 서 있다. 모두가 할아버지와 가장 가까운 혈육들이지. 할아버지의 아들과 며느리는 이 나라 백성을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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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서인경의 조마조마한 마음은 정오가 될 때까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봉한설이 막 점심상을 들고 오려는 순간, 천막 문이 거칠게 젖히며 육승이 들이닥쳤다.“왕비 마마, 왕야께서 돌아오셨사옵니다!”서인경은 젓가락을 내던지고 곧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천막 밖, 눈에 들어온 것은 전장의 참혹한 그림자였다. 수천의 장졸들이 온몸이 흙과 피로 뒤덮인 채 널브러져 있었다. 얼굴과 갑옷에 묻은 핏물은 누구의 것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그들은 넓은 공터에 지쳐 쓰러져 있었고 기세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전투가 전날 한밤중부터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되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얼마나 버거운 싸움이었는지 더 말해 무엇할까.서인경은 사방을 둘러보다가 연기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연기준은… 어디에 있느냐?”육승이 급히 대답했다.“왕비 마마, 안심하십시오. 왕야께서는 대황자와 함께 본영으로 가셨사옵니다.”서인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으나 곧 얼굴빛이 싸늘하게 굳었다.“전황은 어찌 되었느냐?”육승이 곧장 보고했다.“왕야께서 귀환길에 이미 인원을 헤아리라 명하셨사옵니다. 중상자 332명, 경상자 562명, 전사자는… 68명이옵니다.”서인경은 깊게 숨을 들이켜 분노를 눌러 삼켰다.“전사한 장졸들의 가솔은 반드시 위무하거라. 부상자는 정성껏 돌보아야 한다.”“예. 왕야께서도 이미 그렇게 지시하셨사옵니다.”서인경은 곧장 본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죄를 따져 물어야 할 때였다.그러나 그때, 호청이 허겁지겁 달려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천막 밖에서는 군의관들이 분주히 뛰어다니며 경상을 입은 자는 현장에서 치료해 주고 중상을 입은 자는 들것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호청도 그 무리에 끼어 있다가 서인경을 발견하자 급히 다가왔다.“왕비 마마! 군영에 외상 치료약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어서 방책을 내려주세요!”서인경은 고개를 돌려 피투성이로 숨이 끊어져가는 장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으나 곧 결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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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서인경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저 닮았을 뿐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제 할아버지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데 황자께서는 단지 적장의 얼굴을 확인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전쟁을 열다니요. 이는 서가군 장졸들의 목숨을 시험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누가 황자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습니까?”연강헌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실제로 그는 아무런 증거도 갖고 있지 않았다. 멀리서 적장의 모습을 얼핏 본 것이 전부였고 제대로 겨루어 보기도 전에 연기준이 나타났던 것이다. 때문에 적장의 실력을 직접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애초에 그에게 주어지지도 않았다.그 순간, 방 안의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건 문밖에서 날카롭게 울려 퍼진 한 여인의 목소리였다.“제가 허락한 일입니다!”서인경은 고개를 돌렸다. 천막 문이 젖히며 한 여인이 들어섰다. 전신에 갑옷을 걸친 그 모습은 늠름하면서도 위풍당당했다. 마치 숙귀비가 전장에 나서던 때를 떠올리게 했으나 숙귀비의 눈매에 스미던 따스함 대신 이 여인의 눈빛은 칼날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여인은 오만하게 서인경을 훑어보고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저는 막북 주둔의 주력 장수, 관서윤입니다. 조정에서 파견하였고 대장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이 전장은 제 권한 아래에 있습니다. 이번 전투 역시 제가 허락한 것입니다.”서인경은 시선을 맞받아 응시했다. 단숨에 느껴졌다. 이 여인은 분명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다.하지만 서인경은 지금까지 조정에서 관서윤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기에 그녀의 정체와 입장이 모호하기 그지없었다.관서윤은 시선을 거두고 곧장 연기준 앞으로 다가섰다.“상왕… 오랜만이군요.”서인경은 눈길을 돌려 연기준을 보았다.두 사람이 아는 사이란 말인가?그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막북은 지난 세월 험난했지. 그간 고생이 많았다.”관서윤의 굳은 얼굴이 단숨에 풀리며 미소가 번졌다.“왕야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그 어떤 고생도 달콤합니다.”서인경은 순간, 공기 속에서 다른 냄새를 감지했다.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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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서인경은 관서윤이 분명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봉한설이 먼저 불을 질렀다.“제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은 왕야 한 분뿐입니다. 제 주인 또한 왕야와 왕비 마마뿐이지요. 한데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제가 왕부에서 가르침을 받는지 안 받는지를 그쪽이 왜 상관하냐 말입니다.”관서윤의 얼굴빛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왕야께서 설마 너에게 말해 주지 않으셨단 말이냐? 그날 독기 가득한 산림 속에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바로 나였다!”봉한설은 단칼에 받아쳤다.“세 살짜리 애로 알지 마십시오. 당신이 가장 먼저 저를 발견한 건 맞겠지요. 한데 당신은 죽을까 봐 겁에 질려 애초에 저를 구할 마음조차 없었잖습니까? 저를 품에 안고 뛰쳐나온 건 바로 호청 의원이었습니다. 목숨 걸고 절 안아낸 사람이 그 자였단 말입니다. 또다시 스스로 공로를 꾸며내려 한다면 제가 지금 당장 호청 의원을 불러와 당신과 정면으로 맞대질하게 하겠습니다.”“너, 너…!”관서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으나 끝내 말문이 막혀 버렸다.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호청이 진짜 여기까지 달려오면 더는 발뺌할 길이 없다는 것을.봉한설은 기세등등하게 말끝을 맺고는 서인경의 손목을 잡아 확 끌어냈다.“당신들은 당신들끼리 실컷 떠드세요. 한데 왕비 마마와 뱃속의 아기는 굶기면 안 됩니다.”연기준은 두 여인이 나란히 퇴장하는 뒷모습을 잠자코 바라본 후 그제야 얼굴빛을 바꾸었다. 그는 웃음을 걷어내고 싸늘한 권위의 음성을 드러냈다.“연강헌, 네가 군사를 멋대로 움직여 전세를 무너뜨리고 장졸들로 하여금 큰 희생을 치르게 했다. 그리고 관서윤, 너 또한 한 군의 주력 장수로서 사태의 무게를 알면서도 자의로 전투를 열었으니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다. 각자 군막에 가서 백 군곤씩 받거라.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본왕이 가만있지 않겠다.”천막 바깥에 있던 서인경은 그 말들을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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