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복, 네가 모후의 초상화를 서가군 군영에 두었을 때, 예정임이 그것을 두고 우리와 다투려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느냐?”홍복는 순간 얼어붙더니 눈으로도 뚜렷이 보일 만큼 당황해했다.“태… 태자,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예정훈의 눈빛은 삽시에 어둡게 가라앉았다.“네가 모후 곁을 오래 모셨던 공로를 생각하여 스스로 입을 열 기회를 주는 것이다.”홍복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두 다리가 풀리며 땅에 무릎을 꿇었다.“태자 전하, 노비가 한 모든 일은 다 전하를 위한 것이옵니다. 선황후께서 생전에 가장 애타게 걱정하신 이는 바로 태자셨사옵니다. 만약 서회윤 장군께서 태자 전하를 뵌다면 틀림없이 전하를 지지했을 것이옵니다.”“그만!”예정훈의 얼굴에는 짜증이 스쳤다.“내 모후와 서회윤 장군은 아무런 관련도 없다. 나 또한 그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시는 멋대로 나서지 말거라. 또 한 번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결코 옛정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홍복은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예, 노비 명심하겠사옵니다.”“속히 진국과 화평 우호 조약을 체결하거라. 사흘 뒤, 우리는 야랑국으로 귀환한다.”홍복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었으나 예정훈의 태도는 단호했다. 홍복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예, 알겠사옵니다. 팔황자 쪽에는 미리 알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황자?”예정훈의 눈가에 의혹이 번졌다.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요사이 예정임의 행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겉으로는 단진혁과 어울려 날마다 주색에 빠져 사는 듯 보였으나 예정훈은 결코 그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은 아니라고 믿었다.“사람을 붙여 주시하거라. 그가 무슨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즉각 보고하도록.”“예.”춘풍루를 떠난 뒤, 서인경은 곧장 왕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까닭은 중도에 서가군 장졸들을 마주쳤기 때문이었다.그 장졸들은 본래 경성에 물자를 사러 나왔다가 연기준과 연강헌이 갑자기 서가군 시찰에 나선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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