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421 - Bab 430

461 Bab

제421화

당사자인 서인경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으나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낸 건 맹은영과 봉한설 쪽이었다.“잡소리 집어치우거라! 내 이 허튼 소리꾼들을 그냥 두지 않고 당장 목숨을 끊어버리겠다!”“그래요.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저도 함께 할게요.”서인경은 재빠르게 두 사람을 붙들어 막았다.“그만하거라. 그들이 무슨 소리를 내뱉든 상관하지 말거라.”서인경이 개의치 않아 하자 봉한설은 다급히 나서서 해명했다.“왕비 마마, 제발 그들의 허튼소리를 믿지 마십시오. 맹세코 말씀드리지만 왕야께서는 단은설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습니다. 그가 그 집안을 도왔던 건 전부 저 때문이었어요. 맹세하겠습니다. 제가 한마디라도 거짓을 보탰다면 제 병이 다시 발작할 때 약 한 첩 구하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그녀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서인경은 오히려 미소를 보였다.“내가 네 말을 믿지 않는다 한 적 있더냐? 공연히 무슨 맹세까지 하고 그러느냐?”봉한설은 작게 몸을 움츠리며 나직이 말했다.“그저… 두 분께서 또다시 다투실까 두려웠을 뿐입니다.”서인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내 잘못이란 말이냐?”봉한설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전부 다 왕야의 잘못입니다!”그렇게 주고받으며 네 사람은 제 가의 옷 가게 앞에 이르렀다.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제혁은 일찌감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는 서둘러 뒷마당으로 안내했다.“지난해의 겨울옷은 모두 챙겨 두었습니다. 지금 막 하인을 창고로 보냈으니 금세 돌아올 것입니다. 왕비 마마께서는 안으로 들어가 쉬시지요.”서인경는 바깥의 눈부신 햇살을 올려다보았다.“밖에 앉는 것이 좋겠습니다.”제혁은 황급히 시녀들에게 차와 다과를 내오라 명했다. 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자 하인이 무거운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맹은영은 성급히 상자를 열고 가장 두터운 몇 벌을 골라 손끝으로 만져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외삼촌, 이런 건 경성에서는 괜찮지만 북쪽 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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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어쩌다 외출한 서인경과 일행은 정오 무렵 바깥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그들이 찾은 곳은 춘풍루의 천자호라 불리는 특별한 방이었다. 하지만 서인경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른 손님이 선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맹은영은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거긴 경성에서 가장 높은 누각이지 않습니까? 온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던데… 우리가 이렇게 겨우 시간을 내어 나온 건데 너무 아쉽습니다.”그러나 서인경은 담담히 대답했다.“풍경이야 언제든 볼 수 있으니 다음에 조금 일찍 오면 되지 않겠는가?”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뒤편에서 한 남자의 그림자가 성큼 다가왔다.“상왕비?”고개를 돌린 서인경은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팔황자.”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팔황자 예정임은 방금 전 나눈 대화를 들었는지 아는 체하며 물었다.“그대들 역시 천자호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함께 쓰지 않으시겠습니까?”서인경은 사실 그와 접촉할 생각이 있었다. 아직 예정훈과의 약속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곁에 맹은영이 있었던 터라 이내 고개를 저었다.“호의는 감사하지만 저희는 바깥에 앉아도 무방하니 굳이 황자께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예정임은 마치 그들을 보내고 싶지 않은 듯 손을 뻗어 막으려 했다. 그러나 손을 반쯤 뻗었을 무렵, 스스로 무례함을 깨닫고는 머쓱히 거두어들였다.“왕비 마마, 오해는 마십시오. 그저 조정에서 상왕의 위명을 흠모하여 그 뜻을 빌려 왕비께 예를 갖추고자 했을 뿐입니다. 이 방은 왕비께서 쓰시지요. 저는 다른 곳으로 가도 무방합니다.”그는 더 이상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잠시 서인경을 깊이 응시하더니 이내 발걸음을 돌려 나가버렸다. 맹은영은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저이가 바로 야랑국의 팔황자입니까? 보기보다 제법 풍모가 있네요.”서인경은 손을 들어 그녀의 시선을 가렸다.“그만 두세. 저 사내는 위험하니 가까이해선 안되네.”맹은영은 흠칫하며 서인경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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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서인경이 그와 처음 만난 것도 바로 이 방이었다. 그가 더 이상 이곳을 쓰지 않자 곧장 예정임이 이어받았다. 덕분에 춘풍루의 주인은 꽤나 짭짤한 이득을 챙겼을 것이다.일행이 자리에 앉자, 평이가 모두의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예정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 자는 어려서부터 저와 다투기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뭐든 빼앗으려 했지요. 제 부친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도, 심지어 제 곁의 사람들까지도요.”말을 마친 그는 곁눈질로 서인경을 바라보았다.“예정임이 이유 없이 그대에게 양보할 리는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오는 데에는 분명 꿍꿍이가 있을 테지요. 그러니 절대 경계심을 늦추지 마세요.”서인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고작 방 하나 내준 것입니다. 무슨 폭약이라도 설치돼 있답니까? 감시 장치나 도청기도 있을 리 없고... 그러니 저는 걱정 없습니다.”예정훈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서인경은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 모습에 예정훈은 오히려 더 조바심이 났다.“듣자 하니 그대가 곧 막북 전장으로 간다지요? 며칠 전에는 숙귀비가 떠났고 이제는 또 상왕비까지 나서는 것입니까! 진국에는 장정이 그리도 없단 말입니까? 어찌 여인들까지 전장에 나서야 한단 말입니까?”그의 말끝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배어 있었다.그러자 서인경이 곧장 반박했다.“왜 여인은 갈 수 없는 것입니까? 성차별이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닙니까?”예정훈은 이마를 찌푸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속으로 자신을 분별없는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죽으러 가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습니까!”서인경은 혀를 차며 웃었다.“어허, 말버릇이 왜 그리 거칩니까? 설마 제가 이렇게 떠나버리면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팔황자를 견제해 주지 못할까 두려운 것입니까?”예정훈은 비웃으며 대꾸했다.“그나마 다행이군요. 아직 우리가 거래 관계임을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그대가 잊은 줄 알았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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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방문이 닫히자 방 안에는 서인경과 예정훈만이 남게 되었다.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좋습니다.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요.”예정훈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손으로 통닭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태자라 불리는 이의 품격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먹던 손길 사이로 닭 날개 하나를 서인경 쪽에 툭 던져주었다. 이것이 그의 본래 성정인지, 아니면 서인경과 어느 정도 친숙해진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닭고기를 뜯으며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담담히 입을 열었다.“야랑국 단 가의 조상은 원래 능지국 출신입니다. 그 옛날 온 집안이 기근을 피해 떠돌다 우연히 야랑국을 거쳐 가게 되었고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결국 그곳에 뿌리를 내렸지요. 제 외조부께서 세상을 떠난 뒤, 모후께서는 궁에 들어가 부친을 보필하는 데 전념했으니 능지국과의 왕래는 거의 끊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 단진혁의 일족만은 줄곧 능지국과 닿아 있지요. 지난해 말에는 아예 예정임과 능지국 공주를 혼인시키려 한 적도 있었습니다.”서인경은 그의 말을 곱씹었다.“우리 진국과 능지국은 지난 십 년 동안 전쟁이 없었습니다. 한데 갑자기 군사를 일으킨 건 수상하지요. 그대 말대로라면 이번에 저희 할아버지가 능지국에 억류된 게 예정임과 연관되었다는 뜻입니까?”예정훈은 애매하게 어깨를 으쓱였다.“제가 그렇게 말했다고는 하지 마세요. 그대 할아버지의 일은 그대가 직접 밝혀내야 합니다.”서인경은 그를 흘겨보았다.“이 정도 얘기라면 비밀도 아니지 않습니까? 굳이 저 세명을 내보낼 필요가 있었습니까?”예정훈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제법입니다. 어리석지는 않군요.”서인경은 할 말을 잃은 듯 눈을 굴렸다.이어 예정훈은 단 가가 떠돌이 생활로부터 시작해 어떻게 황실의 외척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천천히 풀어놓았다. 서인경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끝내는 혀를 내두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말이 끝나자 서인경은 엄지를 들어 올렸다.“이건 돈을 주고도 들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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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그러니 목욕 그림 한 폭 따위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셈이었다.서인경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치 자신의 고향 같아 괜스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그녀는 팔과 다리를 드러내는 치마를 입은 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그렇다면…”서인경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다시 시선을 그림으로 돌렸다.“그대 모후께서 목욕하던 욕통 위에 어찌하여 우리 서가군의 영패 인장이 찍혀 있는 것입니까?”예정훈은 순간 몸이 굳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모후께서는 분명 서가군의 영패 하나를 가지고 계십니다. 아마도 화필이 채 마르지 않았을 때 실수로 찍힌 것인 듯합니다.”“그럴 리 없습니다.”서인경은 생각할 것도 없이 단칼에 부정했다.그 영패는 서가군 여검 부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여검은 서회윤이 서가군을 이어받은 후에야 별도로 창설한 정예였다. 자연스레 영패 또한 그 무렵에 새로 제작된 것이다.하지만 서회윤이 야랑국에 다녀온 것은 그보다 이전, 즉 서가군을 이끌기 전의 일이었다. 그때 그는 이 패를 가질 수조차 없었으며 더구나 그것을 예정훈의 모후에게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서인경의 말을 들은 예정훈 역시 잠시 얼이 빠진 듯 굳어졌다.“하나 모후께서는 분명히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진국에 있는 서가군의 대장군께서 직접 그 패를 손에 쥐여주셨다고 말입니다.”서인경은 한참을 곱씹다 마침내 깨닫는 듯 외쳤다.“그 노인네가 뒤에서 몰래 그대 모후를 만난 것이로군요. 세상에, 꽤나 호방하셨군.”예정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입 다무세요! 모후께서는 부친께 충성스러우셨습니다. 제 모후는 절대 뒤에서 그런 일을 할 분이 아니십니다!”서인경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제가 그대 모후를 욕했습니까? 혹시 정이 있더라도 그분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영패 하나쯤 건네준다고 무슨 정표가 되는 것도 아닌데.”예정훈의 안색은 한동안 창백했다.“어쨌든 모후께서는 부친을 저버리는 일을 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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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장터를 누비던 두 주력이 모두 손을 놓자 서인경 혼자서는 흥이 나지 않아 결국 구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알겠다. 돌아가는 길에 군것질거리라도 좀 사자꾸나. 내가 떠나고 나면 너희도 왕부에 있는 동안 심심하지는 말아야지.”평이는 눈에 눈물이 고일 듯 아쉬움 가득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봉한설의 눈빛에는 다른 감정이 스쳤다.서인경이 그녀를 함께 데려가길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막북 같은 곳에 자신과 같은 이가 없으면 어쩐단 말인가?일행이 춘풍루를 나서자 이층의 어느 방 문이 열렸다.예정임과 단진혁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단진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상왕은 함부로 건드릴 자가 아니다. 정말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냐?”예정임의 표정에는 이미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기세가 서려 있었다.“진국에는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새끼를 얻으랴. 태자가 이미 우리보다 먼저 움직였습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가 서가군과 손을 잡게 될 터. 그리되면 돌아가 아버지께 무슨 낯으로 보고하겠습니까?”단진혁은 이 모든 일이 지나치게 위험한 도박 같다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들으니, 태자가 상왕비와 가까이 지내는 건 어떤 그림을 찾기 위해서라 하던데.”“그림?”예정임은 잠시 생각하더니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모후께서 편지로 전하셨지요. 부친의 궁에서 선황후의 목욕 그림 사라졌다고. 설마, 태자가 훔쳐 나갔다가 잃어버린 건 아닐까요?”단진혁이 반문했다.“그가 훔쳤다는 걸 어찌 아는 것이냐?”예정임은 비웃음을 흘렸다.“태자가 가장 증오하는 건 선황후께서 살아계실 땐 의리 없이 굴다가 돌아가신 뒤에야 애처가인 양 가장하는 부황의 가식적인 모습입니다. 그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모후를 이 나라에서 데리고 나가려 했을 것입니다.”단진혁은 그제야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만약 폐하께서 태자가 그의 뜻을 거스른 것을 알게 된다면…”끝내지 잇지 못한 말은 오히려 예정임의 비웃음을 더 짙게 만들었다.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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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홍복, 네가 모후의 초상화를 서가군 군영에 두었을 때, 예정임이 그것을 두고 우리와 다투려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느냐?”홍복는 순간 얼어붙더니 눈으로도 뚜렷이 보일 만큼 당황해했다.“태… 태자,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예정훈의 눈빛은 삽시에 어둡게 가라앉았다.“네가 모후 곁을 오래 모셨던 공로를 생각하여 스스로 입을 열 기회를 주는 것이다.”홍복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두 다리가 풀리며 땅에 무릎을 꿇었다.“태자 전하, 노비가 한 모든 일은 다 전하를 위한 것이옵니다. 선황후께서 생전에 가장 애타게 걱정하신 이는 바로 태자셨사옵니다. 만약 서회윤 장군께서 태자 전하를 뵌다면 틀림없이 전하를 지지했을 것이옵니다.”“그만!”예정훈의 얼굴에는 짜증이 스쳤다.“내 모후와 서회윤 장군은 아무런 관련도 없다. 나 또한 그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시는 멋대로 나서지 말거라. 또 한 번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결코 옛정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홍복은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예, 노비 명심하겠사옵니다.”“속히 진국과 화평 우호 조약을 체결하거라. 사흘 뒤, 우리는 야랑국으로 귀환한다.”홍복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었으나 예정훈의 태도는 단호했다. 홍복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예, 알겠사옵니다. 팔황자 쪽에는 미리 알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황자?”예정훈의 눈가에 의혹이 번졌다.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요사이 예정임의 행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겉으로는 단진혁과 어울려 날마다 주색에 빠져 사는 듯 보였으나 예정훈은 결코 그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은 아니라고 믿었다.“사람을 붙여 주시하거라. 그가 무슨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즉각 보고하도록.”“예.”춘풍루를 떠난 뒤, 서인경은 곧장 왕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까닭은 중도에 서가군 장졸들을 마주쳤기 때문이었다.그 장졸들은 본래 경성에 물자를 사러 나왔다가 연기준과 연강헌이 갑자기 서가군 시찰에 나선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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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서가군 군영.서인경이 도착했을 때, 장졸들은 이미 훈련을 마친 뒤였다. 대부분의 병력은 숙귀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던 터라 이곳에는 마 씨 성을 가진 부장이 남아 군영을 지키고 있었다.그는 서인경을 보자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마마, 어찌 이곳에 오셨습니까?”서인경은 되묻듯 고개를 기울였다.“내가 오면 안 되느냐?”마 부장은 급히 손을 저었다.“아… 아니 옵니다. 다만 조금 전까지 상왕과 대황자께서 직접 지휘하시기에 저희는 마마께서 경성에 남아 태를 기르시는 줄로만 알았던 것입니다.”요즘 서가군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런 와중에 오늘 하루 군영에는 온갖 소문이 퍼져 나돌았다.가장 널리 퍼진 말은 서인경이 서가군의 남은 병력을 모두 연기준에게 넘겼다는 것이었다. 비록 부부라 하지만 연기준은 어디까지나 황실의 일원. 이는 곧 황제가 군권을 거두려 한다는 신호처럼 퍼져 나갔다.수십 년을 서가군과 생사를 함께 해온 장졸들의 마음은 술렁였다. 만약 다른 장수가 지휘를 맡는다면 앞으로 군영이 어떻게 갈라지고 흩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서인경은 마 부장에게 잔잔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앞날은 내가 감히 장담할 수 없다. 한데 서 씨 집안의 피가 흐르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서가군은 영원히 서가군일 것이다.”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건국과 더불어 함께한 이 군대가 언젠가는 서 씨가 아닌 연의 성씨를 달게 되리라는 것을. 그러나 아직 서가군이라 불리는 이 순간만큼은 반드시 서 가가 그 책임을 지고 지켜야 했다.마 부장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번졌다.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낮게 목소리를 가라앉혔다.“우리 몇은 서 노장군을 따라 평생을 전장에 몸담았으니 그의 인품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일,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해도 반드시 서 노장군을 구해내겠습니다.”서인경은 또다시 서가군의 충성에 가슴이 저려왔다.“내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고마움을 전한다. 반드시 서가군의 모든 장졸들을 합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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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왕, 왕, 왕야... 들어오면서 왜 한마디도 안 하는 것입니까? 저도 아직 여기 있는데. 만약 제가 헐벗은 채였다면 어쩔 뻔했습니까?”연기준은 봉한설이 서인경과 함께 잠을 청하고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가 막사에 들어올 때, 바깥을 지키던 장졸들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시선을 돌려 피하며 여느 때처럼 가차 없이 비아냥을 흘렸다.“네가 본왕의 여인 곁에 눕고는 도리어 큰소리냐? 본왕은 어린 계집아이 따위엔 흥미가 없다.”봉한설은 본능적으로 서인경을 흘깃 바라보고는 속으로 조금 위축되었다. 확실히 자신보다 그녀가 더 풍만했다. 곧이어 그녀의 마음속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과 서인경 사이에 끼어들어 다투더니 이제는 대놓고 자신을 비웃기까지!봉한설은 분통이 터져 이불을 확 걷어내고 속옷 차림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마치 무언가 반박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머리를 수백 번을 굴려 보아도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외투를 품에 안은 채 씩씩대며 막사를 박차고 나갔다.나가기 전, 그녀는 한마디의 위협 아닌 위협을 남겼다.“만약 왕야께서 마마를 괴롭힌다면 제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연기준은 무표정하게 그 말 따위는 한낱 공허한 바람 소리쯤으로 흘려버렸다.서인경은 연기준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태연히 겉옷과 신발을 벗어냈다. 그러고는 이불을 들추고 방금 전 봉한설이 눕던 자리에 몸을 기댔다.그녀가 여전히 곁눈질하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연기준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침상 머리에 기대어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졸리지 않느냐? 그렇다면 다른 걸 해볼까?”서인경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리며 흘겨보았다.“그 애를 쫓아낸 게 그렇게 즐겁습니까?”연기준은 태연히 대꾸했다.“명백히 그 아이가 먼저 본왕의 자리를 빼앗고 본왕의 여인 옆에 누운 것이다 .”서인경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왕부가 있는데 굳이 군영까지 따라와서 자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말 병이라도 있는 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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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연기준은 단 한순간도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비록 이곳이 군영일지라도.막사 밖에서는 쇳빛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간헐히 울리고 순찰하는 병사들이 지나가곤 했다. 비록 서인경이 아이를 지닌 몸일지라도 연기준은 다른 길을 찾아냈다.그녀는 거의 보복이라도 하듯 손을 뻗었고 연기준은 억눌린 듯한 뜨거움 속에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열기는 서인경을 태워버릴 듯했다.한밤이 깊어 후반부에 이르자 연기준은 서인경을 품에 꽉 안은 채 차라리 그녀를 뼛속 깊이 으스러지도록 융합하고 싶어 했다.“넌 참 요망한 요귀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것이냐?”서인경은 낮은 웃음을 흘렸다.“화본 속에서요.”그녀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지난 생에 직접 겪어본 적은 없어도 멀찍이서 수없이 봐왔다는 사실을.연기준은 그녀의 대답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혼인할 당시, 서인경의 지참품 중에도 남녀의 밀밀한 사정을 적어둔 화본이 있었으니.진국의 여인이라면 혼례에 앞서 유모들에게 이런 것들을 배우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그러나 그의 숨결이 너무 뜨겁고 가까워 서인경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몸을 안쪽으로 옮기며 거리를 두려 했다.“어서 말씀하십시오. 예정훈은 왜 모후의 초상화를 불태운 것입니까?”연기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다시 품 안에 끌어당겼다.“그 그림은 노장군과 관련이 있다.”서인경의 머릿속이 순간 웅 하고 울렸다.그 그림은 목욕 장면 아니었나?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이라면 과연 어떤 관계였을까?“설마, 할아버지와 야랑국 선황후 사이에 정말 무언가 있었단 말입니까?”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연기준은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손길은 서인경의 몸 선을 따라 미끄러뜨렸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생각에 잠겨 있어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그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묘하게 흐릿했다.“두 사람이 어떤 사이였는지는 오직 노장군만이 밝힐 수 있겠지. 야랑국 황제는 본디 풍류를 즐기던 자. 무수히 많은 여인들을 거느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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