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431 - Bab 440

461 Bab

제431화

만약 연기준이 미리 귀띔해 주었다면 그녀도 나름의 대응책을 세울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예상과 달리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서인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었다.“왕야, 도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연기준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너는 본왕을 그토록 믿지 못하는 것이냐? 만약 서 가가 화를 입는다면 본왕에게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이냐?”서인경은 전생의 일을 차마 말할 수 없어 그저 화제를 돌렸다.“그럼… 왕야께서는 대황자가 황위에 오르는 걸 지지할 겁니까?”이번 생에서는 모든 일이 훨씬 더 빨리 앞당겨지고 있었다. 서인경은 반드시 연기준의 정치적 입장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 질문에 연기준은 잠시 침묵했다.“모든 황자들 가운데, 폐하께서 가장 만족해하시는 이는 대황자와 열다섯 째 황자뿐이다. 최종적으로 누가 황권을 잡게 될지는 폐하의 선택에 달렸다.”서인경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열다섯 째 황자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으니 대황자가 황위를 잇게 될 가능성이 훨씬 컸다.만약 새 황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서 가는 어떻게 해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 대황자는 줄곧 서 가의 군권을 넘보아 왔는데 혹여 이번 기회를 빌려 군권을 강제로 빼앗으려는 것은 아닐까?서인경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서 날이 훤히 밝아올 무렵에야 겨우 잠에 빠져들었다.희미한 새벽빛 속, 연기준은 고요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믿음을 주기를, 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었다.서인경은 단잠에 빠져 한낮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그녀를 깨운 것은 장막 밖에서 울려 퍼진 살벌한 함성 소리였다.봉한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녀가 눈을 뜨자 황급히 옷가지를 들고 다가왔다.“평이 언니가 알려줬습니다. 오늘은 제가 왕비 마마의 의복을 도와드리겠습니다.”서인경은 이불을 둘러쓴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온몸이 나른하고 졸음이 몰려왔지만 이곳이 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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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뭐라 답해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불현듯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첩, 왕비 마마께 문안드립니다.”진가이의 태도는 단여월보다 훨씬 더 단정하고 예법에 맞았다.그러나 하필 서인경의 눈앞에 나타난 탓에 그녀 또한 화살을 피하지는 못했다.“대황자께서 한 번에 둘씩이나 데리고 다닌다는 건 아예 군영에서 살림을 차리겠다는 뜻이 아닙니까?”진가이는 서인경의 차가운 말을 듣자 곁눈질로 단여월의 곤란한 표정을 확인했다.그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 바보가 또 괜히 말실수를 해서 서인경의 심기를 거스른 게 틀림없었다. 진가이는 재빨리 입을 열어 분위기를 수습했다.“상왕비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저희는 그저 대황자께서 가시는 길에 쓰실 필요한 물품들을 직접 손수 빨아 정리해 드리려 온 것뿐입니다. 곧장 대황자부로 돌아갈 것이니 군사들의 업무에는 절대 지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서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별일이 없다면 어서 돌아가십시오. 서가군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그 말에 단여월의 마음속은 다급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는데 기회가 허무하게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감히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더구나 진가이는 대놓고 자신을 방해한 것도 모자로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 그녀가 가버리자 단여월 역시 남아 있을 명분이 사라져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을 처리한 후 서인경이 몸을 돌리자 뜻밖에도 연강헌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그의 시선은 자기 곁의 측비를 향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서인경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는 황급히 눈을 거두며 말했다.“제가 가르침를 소홀히 하여 서가군의 규율을 어겼습니다. 황숙모께서 부디 책망하지 말아주세요.”연강헌의 태도가 지나치게 공손하여 서인경은 도리어 더 말을 잇기 어려웠다.바로 그때 장졸 하나가 다가오더니 연기준이 군수 관련 업무를 그에게 맡겼다고 일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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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이것은 연극도 아니고 모의 훈련도 아니었다.실로 칼과 창이 부딪히는 진짜 전장, 피 흘림과 죽음이 함께하는 땅이었다.서인경은 알았다. 지금은 결코 자신이 앞에 나서서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는 것을. 행군 도중, 그녀는 연기준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왕야… 가는 길에 혹여 제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꼭 일러주셔야 합니다. 전장에 이르면 서가군은 왕야께 맡겨 지휘하게 하겠습니다.”장졸들의 목숨을 걸고 장난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연기준은 곁눈질로 그녀를 가볍게 훑어보며 담담히 입술을 열었다.“내가 보기엔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다.”서인경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제가 어디서 틀렸다는 것입니까?”연기준은 태연히 대꾸했다.“너를 위해 마차를 준비했거늘 어째서 타지 않는 것이냐?”서인경도 마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자신이 군의 주력 장수인데 여인네처럼 마차에 틀어박혀 간다면 대장부의 기개를 잃은 꼴이 되어 장졸들이 가벼이 여길 것이 뻔했다. 전장에 들어서도 그렇게 움츠러들 수는 없었다.그녀는 기억했다. 예전에 조부와 부친을 뵈었을 때 언제나 장엄한 풍모로 대열 맨 앞에서 말을 타던 모습을. 그것이야말로 장졸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위풍당당한 자태였다.서인경은 눈길을 곧게 전방에 고정한 채 단호히 말했다.“저는 군의 주력 장수입니다. 어찌 고개를 움츠린 거북이처럼 있을 수 있겠습니까?”연기준은 코웃음을 흘리며 비웃음 섞인 소리를 냈다.그러자 서인경은 홱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그건 무슨 뜻입니까?”뒤따르던 봉한설이 재빠르게 말을 보탰다.“왕야의 말씀은 그토록 아름다운 거북은 본 적이 없다는 뜻이지요.”서인경은 그제야 마음이 풀려 분노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봉한설의 종군 문제에 관해 서인경은 본래 그녀를 경성에 남겨 두고 싶어 했다. 그 편이 훨씬 안전했으니.그러나 무슨 수를 썼는지, 그녀는 연기준을 설득해 그의 입을 통해 허락을 얻어냈다.결국 서인경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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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연기준은 그녀의 의구심을 눈치채고는 때마침 화제를 돌렸다.“넌 가서 연풍을 찾아오거라. 그리고 육승과 안포에게 일러 즉시 본왕에게 알현하러 오라 전하고.”봉한설은 그가 서인경을 위해 일부러 말을 바꿔준 것을 알아차리고 잽싸게 밖으로 달려나갔다.연기준의 말을 듣고서야 서인경은 문득 떠올렸다.육승과 안포는 이미 서회윤을 찾아 나섰으나 경성으로 전해진 소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두 사람이 와야만 알 수 있었다.그 무렵, 하늘은 이미 어둠에 잠겼다. 군영에는 횃불이 일제히 타올라 광막한 대지를 한 뼘쯤 밝혀내고 있었다.서인경은 가장 두터운 솜옷을 걸치고 막사 문 앞에 섰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시선은 결국 멀리 솟은 산등성이에 닿았다. 산 위에는 눈이 적잖게 쌓여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다. 암흑에 잠긴 산의 윤곽은 압도적인 기세를 풍기며 보는 이의 심장을 서늘케 했다. 공기 속에는 칼바람이 섞여 불어왔고 드문드문 밤하늘에 새소리가 스쳐갔다.이곳의 겨울은 경성보다 훨씬 더 차갑고 메마른 냉기를 품고 있었다. 서인경은 코끝이 얼어붙듯 숨을 들이켰다. 호흡마저 경직되는 기분이었다.그때 또렷이 들려오는 새소리에 그녀는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이렇게 추운데, 새들은 다 남쪽으로 날아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막사에서 나온 연기준은 그녀에게 뜨거운 물 한 잔을 건네며 대답했다.“이곳에는 추위를 이겨내는 새가 있다. 그래서 굳이 남쪽으로는 갈 필요가 없지.”추위를 이겨내는 새라니? 서인경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막사 앞에서 봉한설은 작은 화로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혹여 서인경이 추위를 탈까 두려워 작은 난로를 마련해둔 것이다. 불길이 오르자 막사 안은 한결 환해지고 따스해졌다.서인경의 의문을 들은 봉한설이 설명을 보탰다.“그 새를 설희라 부릅니다. 평소에는 설산 깊은 곳에 숨어 살기에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데 이번엔 뜻밖에 많은 사람을 보고 반가워서 나온 거겠죠.”서인경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네가 이런 것까지 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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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곧이어 연풍이 막사의 발을 젖히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는 온몸을 꽁꽁 싸맨 두 사람이 따라 들어왔다. 익숙한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는 단숨에 누구인지 알아보았다.“육승, 안포?”두 사람은 얼굴을 가린 천을 풀어내더니 곧장 무릎을 꿇었다.“왕야와 왕비 마마께 문안드리옵니다.”서인경은 격한 감정에 휩싸여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부축했다.“어서 일어나거라. 빨리 말해주렴. 막북에서 서가군을 만난 적이 있느냐? 우리 할아버지께선 대체 어떻게 되신 것이냐?”육승과 안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안포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희는 서 노장군을 뵙지 못했사옵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서가군의 장졸 몇 구 시신만이 남아 있었지요. 다만 분명한 건, 노장군께서 적과 격전을 치른 뒤 어딘가로 끌려가셨다는 사실이옵니다.”서인경의 심장이 순간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무슨 뜻이냐? 할아버지께서 다치셨단 말이냐?”안포는 고개를 저었다.“그 부분은 확실히 알 수 없사옵니다.”연기준의 얼굴빛이 역시 굳어졌다.“그럼 확실하게 아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냐? 아는 바를 모두 말해 보거라.”그의 음성이 가라앉자 안포는 긴장한 나머지 입술을 닫아버렸다. 그러자 육승이 재빨리 말머리를 이어받았다. 그는 산림에서 직접 목격한 흔적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저희가 추격해 벼랑 끝에 다다랐을 때, 양측이 흘린 시신 몇 구만 있었을 뿐 노장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사옵니다. 처음엔 낭떠러지로 떨어지신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아래를 이틀 동안 샅샅이 수색해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사옵니다. 그 후 들려온 건, 능지국에서 전란을 일으켰고 그들 진영에 한 명의 용맹무쌍한 대장군이 나타났다는 소식이었사옵니다. 저희는 진위를 확인하려 국경까지 직접 나가 보았지요...”그는 말을 잇다 말고 잠시 머뭇거렸다.서인경의 가슴은 불길한 예감에 짓눌렸다.“뭘 본 것이냐? 있는 그대로 말하거라. 나는 진실만 듣고 싶다.”육승은 깊게 숨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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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이튿날 새벽, 서가군은 진지를 거두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평소 같았으면 연기준과 서인경도 장졸들과 함께 말을 타고 길을 나섰을 터였다. 하지만 이날은 한참을 달려도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연강헌은 의아하여 곁에 있던 마 부장에게 물었다.“상왕과 상왕비는 어디에 있느냐?”마 부장은 고개를 돌려 뒤쪽을 가리켰다.“북쪽으로 갈수록 날씨가 추워집니다. 왕비 마마의 몸에는 아이도 있으니 추위를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차 안에서 쉬고 계시지요. 왕야께서는 마마의 곁을 지키고 계십니다.”연강헌은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나 서인경의 곁을 떠나지 않던 봉한설이 지금은 마부 자리에 앉아 몸을 돌려 마차 안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순간, 마차 안에서 한 손이 불쑥 내밀어져 닭 다리 하나를 건넸다. 봉한설은 그것을 덥석 받아들고는 기뻐하며 한입에 베어 물었다. 그 모습은 마치 늘 그러하던 일상처럼 두 사람의 익숙한 교감 같았다.연강헌은 더 묻지 않고 다시 시선을 앞길로 돌려 묵묵히 행군을 이어갔다.한편, 능지국 변방의 성지(城池: 성과 그 주위에 파놓은 못) 아래.연기준과 서인경은 한 필의 말에 함께 올라타 있었다. 두 사람은 밤새 달렸고 연기준은 서인경을 무릎 위에 앉혀 말의 흔들림을 덜어주고 있었다.마침내 두 사람은 만성의 웅장한 성루 아래에 도착했다.연기준은 고삐를 움켜쥐며 그녀를 살짝 끌어올렸다.“괜찮느냐?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꼭 알려주거라.”서인경은 성루 위에 새겨진 ‘만성’ 두 글자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저는 괜찮습니다. 우선 들어가 할아버지께서 어디 계신지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연기준이 곧장 대답했다.“이미 육승을 보냈다.”말이 끝나자, 맞은편에서 한 필의 말이 천천히 다가와 멈춰 섰다.“왕야, 왕비 마마. 이미 알아냈사옵니다. 능지국에 오래전 유랑했던 황실의 방계가 돌아왔는데 무공이 뛰어나 귀국하자마자 호국대장군으로 봉해졌다 하옵니다. 바로 그분이 서 노장군과 똑같이 생긴 자이옵니다.”서인경은 황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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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여긴 안전하옵니다. 좌측 두 칸과 맞은편 두 칸은 모두 저희 사람들이 묵고 있어 벽 너머로 엿듣는 자는 없사옵니다. 길 하나 건너면 장군부가 있어 밤에 움직이기도 수월하지요. 혹시라도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창문으로 뛰어내리십시오. 아래엔 강이 흐르는데 사철 얼어붙어 있어 곧장 미끄러지듯 만성 교외까지 빠져나갈 수 있사옵니다. 거기서 외길 절벽을 지나면 우리 진국의 하성에 닿을 수 있습니다.”서인경은 육승을 흘긋 바라보다 감탄을 내비쳤다.“우리보다 두 시각 먼저 떠났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치밀히 준비하다니. 수고가 많았다.”뜻밖의 칭찬에 육승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과찬이시옵니다. 이는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연기준은 창문을 조금 열어 바깥을 흘끗 살피더니 금세 다시 닫아버렸다.“적군의 본진은 어디에 있느냐?”“성 밖, 약 두 리 떨어진 교외이옵니다.”“전선은 어떠냐?”“저희 군은 이미 두 개의 성을 잃었사옵니다. 한데 적 또한 손실이 커 당장은 전쟁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옵니다.”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저었다.“좋다. 물러가거라.”“그럼 점심을 준비하겠사옵니다.”육승이 방을 나가자 서인경은 창문을 열려다 곧바로 연기준의 손에 제지당했다.“열지 말거라.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것이 낫다.”수많은 전장을 누벼온 그에게 있어 이런 일에는 누구보다 신중함이 배어 있었다.그 순간, 서인경의 마음 한구석에서 죄책감이 불쑥 치밀었다.“송구하옵니다. 제가 고집을 부려서 따라온 탓에 왕야만 곤란하게 만들었네요.”연기준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흘렸다.“참으로 드문 일이구나. 네 입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다 듣다니.”서인경은 어이없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방금 말한 건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연기준은 웃음을 머금은 채 덧붙였다.“설령 네가 오지 않았다 해도 나는 어차피 이곳에 왔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서 노장군을 확인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니까. 그렇지 않다면 전장에서 그를 마주했을 때 내가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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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서가군이 국경 군영에 도착하자 봉한설은 곧장 마차를 가장 깊숙한 주막 안으로 몰아넣었다. 연강헌이 다가오자 그녀는 몸을 돌려 문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 찬바람에 태기를 건드려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이틀 동안은 누구도 뵙지 않으실 거라 하십니다.”연강헌의 시선은 마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 오래 머물렀다.사내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여인을 품에 꼭 껴안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얼굴은 보지 못한 채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황숙, 신에게 군무에 관한 급한 보고가 있습니다!”멀리서 걸음을 멈춘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잠시 후 익숙한 음성이 차갑게 흘러나왔다.“왕비의 기력이 쇠하여 본왕이 곁에서 돌봐야 한다. 급한 일은 마 부장과 국경 수비 장졸에게 의논하거라.”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곧장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봉한설이 따랐고 곧이어 그녀와 함께 들어간 이는 상왕부의 의원 호청이었다.막사 문 앞은 상왕부의 직속 친위병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연강헌은 어딘가 수상쩍은 기운에 미간을 좁혔으나 지금은 더 중요한 임무가 있었기에 깊이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 그는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막사 안에 들어서자 호청은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위태로웠다. 대황자께서 눈치챈 건 아니겠지?”봉한설은 태연히 어깨를 으쓱했다.“눈치를 챈들 어쩌겠습니까?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증거는 없습니다. 감히 억지로 들어온다면 때려눕히면 그만입니다.”곧 두 사람이 두건을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낯선 얼굴들이었다. 다만 체형과 걸음걸이가 연기준과 서인경을 닮았을 뿐이었다.봉한설은 그들에게 단호히 일렀다.“두 분께서는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절대 밖에 나서지 마세요. 만약 누군가 억지로 들이닥치면 곧장 자리에 누워 병든 척하면 됩니다. 절대 얼굴을 드러내선 안 됩니다.”두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한편, 연강헌 쪽.그가 국경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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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언뜻 보니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었다.그 사내아이는 얼굴 윤곽이 연기준을 닮았지만 눈매와 입술선에는 서인경의 그림자가 스며 있었다. 두 사람의 흔적이 그대로 섞여 빚어진 작은 조각상 같았다.그의 머리에는 양 갈래로 작은 머리 뭉치를 묶어 올린 두 개의 꼬마 솜방울이 달려 있었고 두툼한 솜옷을 껴입어 마치 섣달그믐날의 복덩이 아기처럼 포동포동했다.작은 손에는 빨대를 꽂은 꼬막우유(旺仔牛奶: 1996년에 대만에서 상시한 우유)가 들려 있었고 아이는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그 우유를 빨고 있었다.서인경을 본 순간, 꼬마의 눈이 별처럼 반짝이더니 곧장 꼬막우유를 그녀에게 내밀었다.아이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이거 맛있으니 한 번 드셔보세요.’서인경의 가슴에서 모성애가 파도처럼 밀려 올랐다. 그녀는 심각하게 의심했다. 아마도 연기준이 한 말들이 무의식에 남아 이런 꿈을 꾸게 한 것이 아닐까?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정말로 남자아이를 꿈속에서 본 것일까?서인경이 자기가 건넨 꼬막우유를 받지 않았지만 꼬마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꼬막우유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더니 양손으로 땅을 짚고는 한 바퀴 굴러 일어나 아장아장 그녀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서인경은 혹시 넘어질까 싶어 급히 몇 걸음을 달려가 그를 안아 올렸다.“너희 부모님은 어디 계시느냐? 어쩌다 이렇게 혼자 버려졌느냐? 여행이라도 온 것이냐?”바닥에 놓인 꼬막우유를 본 서인경은 현대로 다시 돌아온 것은 아닌지부터 의심했다.꼬마는 입을 벌렸으나 이빨이 한 톨도 없었다.“제 어머니라면… 바로 당신이 아닙니까?”아이의 볼은 아직 통통했고 그 보드라운 목소리가 귀에 닿자 서인경은 화들짝 놀랐다.“너… 너 지금 말을 한 것이냐?”너무나도 현실감 없는 장면이었다.꼬마는 콧날을 당당히 치켜들었다. 그 모습은 신기하게도 연기준이 득의양양할 때의 표정과 닮아 있었다.“제가 이렇게 총명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었는데 말을 할 줄 아는 게 이상합니까?”서인경은 숨을 삼켰다. 이 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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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어쩐지 그 말투가 마음에 걸렸다.아이의 말은 분명 사실이었으나 그 속엔 철부지답지 않은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마치 어미가 힘을 내지 못하니 뱃속의 아이가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지켜야 된다는 듯한 태도였고 어린 생명이 짊어지지 말아야 할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이제 겨우 콩알만 한 태아가 이렇게 꿈속에서 그녀와 말을 나누고 있다니.서인경은 사방을 둘러보았다.“여긴 바깥이잖니. 만약 누가 오면 어찌 하느냐?”꼬마는 태연히 대꾸했다.“올 리 없습니다. 여긴 일불락의 옛터라 벌써 눈 속에 묻혀버린 곳이거든요. 여길 오려는 자는 모두 산 밖에서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비록 조그마한 몸이지만 그 말에는 알 수 없는 신뢰가 담겨 있었다.“그럼 나랑 같이 들어가면 안 되겠느냐?”꼬마는 근엄하게 고개를 저었다.“남녀 칠 세 부동석입니다. 아버지께 들키면 엉덩이를 맞을 겁니다.”서인경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대체 누가 이런 규율을 아이에게 주입한 것일까?꼬마는 몇 걸음 앞으로 나가더니 등을 돌린 채 바닥에 털썩 앉았다.언제 생겼는지, 손에는 다시 꼬막우유가 들려 있었고 아이는 우유를 빨아 마시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어서 씻으세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이렇게 사려 깊은 아들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서인경은 재빨리 옷을 벗고 온천 속으로 뛰어들었다.따스한 물결이 뼛속 깊이 스며들자 온몸의 긴장이 순식간에 풀렸다.아랫배를 감싸는 따스함 덕에 방금까지 느껴지던 묵직한 불편함도 눈에 띄게 사라졌다. 물속에 몸을 담그자 공기 속의 약초 향기는 더욱 짙어졌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해 약왕곡의 시든 약초 뿌리에 이 물을 조금 흘려보냈다.그 순간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시들어 누렇게 바래 있던 잎이 눈앞에서 선명히 되살아나 파랗게 빛나는 생기로 물들어갔다.서인경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신식을 거두며 말했다.“봐봐, 너 말이 진짜였잖아!”그러나 꼬마는 앞만 보며 대꾸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것이 못내 서운한 듯 삐진 기색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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