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강헌은 지금 십자가에 묶인 채, 사흘 밤낮을 굶은 상태였다. 그의 온몸은 한층 더 말라붙었고 초췌하기 그지없었다.그때, 드디어 연기준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강헌은 마른 입술을 힘겹게 벌렸다.“폐하께서는 황숙께서 이러는 걸 용납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지금 저를 풀어주신다면 전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겠습니다.”연기준은 사흘 내내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버텨왔다. 그의 얼굴 역시 피폐했지만 그 검은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서릿발 같은 살기가 번뜩였다.“폐하께서 알면 어쩌겠느냐? 본왕이 내 아내와 아기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그가 뭐라 할 수 있겠느냐?”그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장졸의 칼날이 번쩍이며 뽑혀 나왔다. 차가운 빛이 연강헌의 눈앞을 스치자 그는 목이 덜컥 조여들며 두 다리가 떨렸다.“황숙, 전… 전 황숙의 친조카입니다. 제 말을 믿어주십시오. 전… 황숙모를 해치려던 게 아닙니다. 저도… 저도 황숙모를 좋아했습니다.”연기준이 한 걸음 다가서자 칼끝도 함께 연강헌의 목으로 다가왔다. 칼날이 살에 닿자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순간, 연강헌은 연기준의 눈 속에서 진짜 살의를 보았다.그때 관서윤이 급히 달려왔다. 연기준이 움직였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뛰어온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을 보고 그녀는 얼어붙었다.“왕야, 부디 다시 생각하십시오. 변방의 전세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점에 내분을 일으키는 건…”“무방하다. 바깥 상황을 다스리기 전에 먼저 내부 문제를 정리해야겠지.”그 말을 내뱉은 순간, 연기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 문장은 서인경이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는 그녀도, 그녀의 말도 전부 잊지 않았다. 폐허 속에서 사흘 밤낮을 앉아 있던 그 시간 내내, 그녀가 사라진 세상 속에서 홀로 남겨진 자신을 곱씹었다.그는 정말로 서인경이 사라졌다고 여겼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연기준의 손바닥엔 작은 오색 유리구슬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건 어족 사람이 신수를 부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