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초 구역을 빠져나오자 산기슭 맞은편에 한 마리 늙은 늑대가 땅에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늑대는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새끼 늑대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새끼 늑대의 회색 털은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누가 봐도 오래 버티기 어려워 보였다. 늙은 늑대는 숨이 거의 끊어질 듯한 새끼를 품에 안은 채 낮게 울부짖었다.늑대는 원래 경계심이 강한 짐승인데 지금은 서인경이 다가오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서인경은 생각했다. 슬픔과 사랑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게 전부 통하는 감정이라고. 처음엔 무섭게만 느껴졌던 이 숲도 이제는 조금 다른 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훗날, 서인경은 오늘 이 순간의 생각을 후회하게 된다.지금 눈앞의 처연하고 애달픈 풍경을 바라보며 서인경은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조금은 비열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땅에서 은혜로 신뢰를 살 수 있다면, 그건 살아남기 위한 현명한 거래라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비열하면 뭐 어때? 일단 살아남아야지.’서인경은 천천히 늙은 늑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발아래 나뭇가지를 밟아 딱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늙은 늑대는 번개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은 본능적인 경계와 살기로 번뜩였다. 서인경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걸음을 멈추며 숨을 삼켰다.“괘, 괜찮다… 오해하지 말거라. 난 해치러 온 것이 아니다. 네 아이를 좀 볼 수 있겠느냐? 혹시 내가…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늙은 늑대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서인경을 노려보았다. 늑대는 그녀가 하는 얘기를 하나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서인경은 몇 번이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 생을 살아오며 이렇게 가까이서 맹수를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둘 사이의 거리는 채 다섯 걸음도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는 어떤 장벽도, 무기도, 보호막도 없었다. 늑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녀를 찢어 삼키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