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한편, 노장군의 서재.연기준은 서회윤이 정한 변방의 부대 배치에 동의를 표했다.“그럼 노장군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서회윤은 상소문을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신은 내일 폐하께 간청하여 동부 변경에 일만 대군을 보내 변수에 대비하게 하겠습니다.”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어제 인경이가 제게 그러더군요. 노장군께서 병권을 내려놓고 귀향하시게 하는 게 어떠냐고요. 노장군의 뜻은 어떠합니까?”그러자 서회윤이 흠칫하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인경이가 참으로 그런 말을 하였습니까? 그 녀석 제게는 한 번도 그런 말을 꺼낸 적이 없습니다.”연기준은 차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제게도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노장군의 생각이 궁금합니다.”서회윤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피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소신 역시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고 고향에 돌아가 편히 살고 싶습니다. 다만 아들 며느리가 세상을 떠난 후, 서씨 가문에는 더 이상 대를 이을 후계자가 없습니다. 서가군은 신의 부친을 따라 강동에서 한길 북상하며 생사를 함께 하던 자들이고 나중에 폐하께 충성을 맹세한 것도 제 아버지의 뜻을 따른 것이지요. 군을 이끌 수 있는 수장이 사라진다면, 서가군 내부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적임자가 나타나만 준다면 소신, 기꺼이 병권을 내놓고 싶습니다.”연기준이 물었다.“노장군이 생각하는 적임자는 어떤 사람입니까?”서회윤은 연기준을 빤히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서씨 가문의 혈통을 지닌 자라야 뭇 장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십오황자를 염두에 두고 계신 겁니까?”연기준의 질문에 서회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십오황자가 만약 십 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적임자라 할 수 있겠지요. 하오나….”수많은 황자들이 황위를 호시탐탐 노리는 와중에 어린아이의 손에 쥐여진 병권은 명을 재촉하는 재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이 점에 있어서 노장군은 연기준과 같은 생각이
Baca selengkapnya

제62화

“왕야, 저 아이가 정녕 제 손녀가 맞습니까?”연기준도 이에 대해서는 의심을 해본 적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뜨거웠던 지난 밤을 떠올리자 하려던 말이 저절로 삼켜졌다. “그건 노장군께서 판단하실 일이고, 서가군의 미래는 장군께서 직접 선택하셔야지요. 저는 그저 의견만 드렸을 뿐입니다.”한편, 서인경은 부모님의 서재를 둘러보고 있었다.서재 안은 생각보다 간소했다.책장 두 개와 병기들, 그리고 침상 하나가 전부였다.부관이 매일 직접 청소를 하고 통풍을 시켜서 내부는 먼지 한톨 없이 깨끗했다.침상 옆 협탁에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찻잔과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부모님이 전장에 나가실 때와 똑같은 광경이었다.이곳을 드나든 사람은 할아버지와 부관 두 사람밖에 없었는데 둘 다 안에 있는 물건은 단 한 번도 건들지 않았다.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몇 년 전과 똑 같은 광경이었다.서인경은 이곳에 서 있으니 부모님이 찻잔을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그러다가 급한 전갈이 와, 두 사람은 함께 검을 들고 전장으로 향했다.그 뒤로 두 분 다 돌아오시지 못했다.원주인의 그리운 감정과는 무관하게 서인경은 속으로 두 사람에게 경의를 표했다.침상의 우측에는 책장이 있었는데,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의서가 꽂혀 있는 책장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책 제목을 확인한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익숙하지만 또 낯선 제목이었다.익숙했던 이유는 의학을 공부할 때 은사님께서 여러 번 이 책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고, 낯선 이유는 그녀는 한 번도 이 책들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은사님은 늘 이런 좋은 고서가 천 년 전에 불타버렸다고 유감을 표했기 때무이다. ‘이곳에서 이걸 보게 될 줄이야.’그녀는 책장에 꽃인 책들을 자세히 훑어보다가 몇 권을 골라 침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침상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익숙한 향이 느껴지자 서인경은
Baca selengkapnya

제63화

서인경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표했다.“웃을 테면 웃으라지! 반년만에 처음 오는 건데 하룻밤 잔다고 누가 뭐라 하나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할아버지를 걱정시키기는 싫었기에 그녀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부관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대문 앞까지 배웅하고는 서재로 돌아갔다.서회윤은 혼자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부관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돌아들 갔어?”“예.”부관은 의아한 표정으로 노장군에게 물었다.“장군께선 아씨와 왕야께서 다투신 걸 아시면서, 왜 하룻밤 묵고 가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노장군은 병서를 내려놓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부부는 본디 함께 생활해야 정도 들고 하는 법이지. 연정은 아니더라도 서로 간에 책임감이라도 생긴다면 그건 그거 대로 좋은 일이야.”부관은 잠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장군을 바라보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장군께서는 앞으로 상왕께서 아씨를 지켜주길 바라시는군요.”서회윤은 창밖의 노을을 내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분마저도 그 아이를 지켜주실 수 없다면, 이 세상에 내 손녀 인경이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봐야겠지.”서인경은 서책 두 권을 몰래 챙겨 왕부로 돌아갔다. 대문 앞에 도착했는데 맹은영의 시녀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인, 상왕 전하와 왕비마마께 문안드립니다. 저희 아씨께서 새로 장신구를 구입하셨는데 마마께 챙겨드리고 싶으시다고 와서 한번 골라보시면 어떨지 청하셨습니다.”서인경은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서책을 연기준에게 내밀며 말했다.“제 방에 좀 가져가 주십시오.”연기준은 자신을 시종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명령 조로 말하는 그녀의 어투가 굉장히 불쾌했다.“내일 가거라. 너는 오늘 약방을 다녀와야 하지 않느냐.”서인경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국공부 마차에 올랐다.“저녁은 먼저 드십시오. 약재는 평이에게 일러두었으니 이미 다녀왔을 것입니다.”장군부에서 푹 쉬고 돌아온 평이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마마께서는 장군부에 도착하자마자 소
Baca selengkapnya

제64화

그 말에 서인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혼수 중에 땅이나 점포가 포함된 건 알고 있었지만 금은보화를 내다팔 생각만 했지 점포로 뭔가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맹은영의 얘기를 들어보니 꽤나 괜찮은 제안 같았다.“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라… 내가 돌아가서 확인하고 답을 주겠네. 만약 자네 외삼촌의 말이 사실이라면 파는 걸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내게 더 괜찮은 제안이 있네.”그러자 맹은영이 물었다.“무슨 말씀이십니까?”“자네의 외삼촌인 제 가주께서 상당한 재력가라고 들었네. 그렇다면 공동 투자는 어떤가? 그분께서 맹국공의 세를 빌리는 것을 꺼려하시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경성은 엄연히 계급이 존재하고 다른 지방과는 달라. 경성에서 뒷배가 없으면 단씨 가문에서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걸세. 허나 점포가 상왕비인 내 이름으로 돼 있으면 그쪽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겠지.”맹은영은 공동 투자가 뭔지 모르고 있었다.서인경은 그녀에게 투자의 정의와 계약서, 그리고 연말 배당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설명을 듣고난 맹은영은 눈을 반짝이며 열정을 보였다.“얼마나 투자하실 생각이십니까?”서인경은 한참을 주저하다가 이를 악물고 손바닥을 활짝 펴보였다.“은화 오백 냥, 내가 가진 사유 재산이 이것뿐이네.”맹은영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외삼촌과의 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투자에 참여할 수 없으니 마마께 사적으로 5백 냥 투자하겠습니다. 연말에 배당을 나눌 때 2대8, 마마께서 8을 가져가십시오. 어차피 저는 집을 자주 나가기 불편한 사람입니다.”서인경은 맹은영의 총기와 결단력에 탄복했다.‘21세기였다면 최고의 투자자였을 텐데.’“그럼 그렇게 하지.”그렇게 두 사람은 술잔과 찻잔을 부딪치며 성공을 기원했다.문밖에서 우연하게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된 맹경운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이 닭구이는 네가 가지고 들어가거라. 내가 가져갔다는 말은 하지 말고.”시종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방으로 들어섰고, 맹경운
Baca selengkapnya

제65화

“휴….”서인경이 혼자 생각에 빠진 사이, 맹은영의 한숨소리가 불현듯 들려왔다.“무슨 일인데 그러는가?”맹은영은 멍하니 밥상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일전에 아버지께서는 제가 몸이 많이 상하여 회임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폐하께 명을 거두어 달라 간청드렸습니다. 폐하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황후마마께서는 얘기를 듣고 곧장 안색이 변하시더니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대황자비의 자리를 꿈꾸는지 아느냐고 하시며 아버지께서 황은을 모독한다고 꾸짖으셨지요.”서인경은 술잔을 내려놓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뻔뻔한 건 황실 사람들 내력인 건가?”“휴우….”맹은영은 턱을 괴고 기죽은 얼굴로 한숨만 쉬었다.서인경의 말이 불경스럽다는 것은 알지만 그걸 일깨워 줄 기분이 아니었다.어차피 그녀의 처소에는 믿을 만한 자들만 두었으니 말이 새어나갈 걱정도 없었다.“황실은 후대를 무엇보다 중하게 여기는 줄 알았는데… 제가 서왕부에서 이미 한번 죽을 뻔한 위기를 겪었는데도 폐하와 황후께선 왜 저를 놓아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크게 상심하셔서 스스로를 시골 농부보다 못하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차라리 시골 농부의 자식이면 딸의 혼사 정도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요. 마마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을 황실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지요.”서인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술잔을 들었는데,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지만 정신은 말짱했다.“내 경고 하나 하지. 대황자는 좋은 짝이 될 수 없네. 훗날 황위에 오르면 수많은 후궁을 들일 것이고 하나같이 만만한 상대가 아닐 걸세. 단여월 하나만으로도 죽을 고비를 겪었는데 수많은 여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숨을 쉬고 살겠는가.”전생에 서인경은 궁에 드나든 적이 별로 없었으나, 대황자가 즉위 후 황귀비가 총애를 독차지했다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단여월은 후궁의 모든 권력을 손에 넣고 황후와 동등한 지위를 누렸고 진짜 황후인 맹은영은 불당에 유폐되어 외로운 삶을 살다
Baca selengkapnya

제66화

“겉보기만 성인군자고 사실상 망나니야! 은영아, 명심해야 해. 절대 남자의 겉모습을 믿으면 안 돼. 남자는 현실적인 동물이거든?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지. 널 지켜줄 수 있는 건 돈밖에 없어.”그러나 평생 돈 걱정없이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맹은영은 그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그녀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서인경에게 물었다.“마마는 돈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요?”서인경은 술단지를 끌어안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일단 먼저 커다란 집을 마련하고 남첩을 사들일 거야. 그리고 매일 미색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삶을 살아야겠어. 서른 명 정도면 한 달 동안 매일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얼마나 새롭고 행복하겠어?”맹은영은 자신이 지금 뭘 듣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며 충격에 휩싸였다.“자극적이네요! 마마의 말씀을 들어보니 더 궁에 들어가기 싫어지는걸요? 한 사내를 모시는 것보다야 남첩 수십 명을 거느리는 게 훨씬 재밌겠어요.”문 밖에서 한 사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음침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었다.또 다른 사내는 흥미롭다는 듯이 구경만 하다가, 여동생이 하는 말을 듣고 순간 숨이 콱 막혀왔다.“왕야, 제발 이제 그만 왕비를 데려가세요. 이대로 가다가는 착한 제 여동생마저 나쁜 길로 빠지겠습니다.”그렇게 한창 열변을 토하던 서인경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그녀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사내를 밀치며 불만을 토로했다.“넌 누구야? 은영아, 네 처소에 왜 낯선 사내가 있는 거지?”맹은영은 귀띔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맹경운의 눈빛 경고를 보고도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서인경은 이미 눈은 풀리고 볼은 사과처럼 빨갛게 상기된 모습이었다. 옷섶은 풀어헤쳐졌고 머리는 산발에 멀리서도 독한 술냄새가 풍겼다.연기준은 음침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서인경은 힘으로 뿌리칠 수 없으니 포기하고, 다른 손으로 연기준의 턱을 잡고는 감상하듯 바라보았다.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며, 술냄새가 깃든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그에게 닿았다.
Baca selengkapnya

제67화

서인경은 연기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떨어질까 그의 목을 꽉 껴안고는 말했다.“우욱… 난 부군이 없어. 내가 이혼만 하면 자유거든.”연기준이 이를 가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릴 정도였다.“그럼 아직 이혼은 하지 않은 거네. 대체 무슨 용기로 밖에서 외간남자를 품겠다는 것이냐!”서인경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곧이어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마부 주제에 무슨 말이 그리 많아? 내가 널 점찍은 걸 영광으로 알아야지. 누님은 상왕도 마다한 몸이야. 그러니 네가 상왕보다 낫다는… 우욱….”“서인경, 멈춰!”연기준의 안색이 음침하게 질렸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그녀와 거리를 두려 했으나 서인경은 집요하게 그의 목을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감히 날 내치려고? 누님 곧 부자 될 거야. 후회나 하지 마… 욱….”“서인경!”그날 맹국공부 대문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술냄새와 악취가 진동하고 상왕은 생전 한 번도 없는 초라한 몰골을 하고 서 있었다.뒷정리를 하러 나온 시종들은 혹여 상왕이 입막음을 위해 자신들의 목을 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그날 밤, 서인경은 잠을 설쳤다.온몸이 불덩이 같고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며 머리가 울려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귓가에는 얄미운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서인경은 그가 뭐라고 말하는지 듣고 싶었지만 어떨 때는 가깝게 들리고 어떨 때는 멀리 들리는 것이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말투를 보아하니 좋은 얘기는 아닌 게 틀림없었다.서인경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다가 어느 순간 다리를 차며 잠에서 깼다.어슴푸레한 빛이 창가를 통해 방 안을 비추고 흐릿하던 시야가 점점 밝아졌다.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니 익숙한 침실이었다.안도의 숨을 내쉬려던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숨이 턱 막혔다.곧이어 손끝에 뭔가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것을 쓰다듬었다.‘빨래판인가?’뒤늦게 자신이 사내의 복근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깨
Baca selengkapnya

제68화

서인경은 뒤늦게 사실을 깨닫고 손을 뒤로 뺐다.단편적인 기억이 돌아오면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그녀는 멍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왕야께서 왜 여기 계십니까?”겨우 가라앉혔던 연기준의 분노가 다시 폭발하는 순간이었다.“내가 아니면, 대체 누구이길 바랐던 거지? 어제의 그 마부?”서인경은 못 들은 척 시선을 돌리고는 부상을 입은 그의 가슴을 바라보며 말했다.“약을 바르셔야 합니다. 제가 가서 연고를 가져오겠습니다.”그렇게 그녀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침상을 내리려는데 연기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마부가 그리 좋으냐?”서인경은 머리털이 곤두섰다.“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제씨 가문과 함께 일을 도모하여 부자가 되면 남첩 서른 명을 드리고 싶다고 했지 않았느냐. 어떤 남첩을 원하는지 자세히 말해보거라.”어젯밤 술 취해서 했던 미친 행동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서인경은 자신의 원대한 이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기준에게 이혼 후의 계획을 들킨 건 꽤 골치 아픈 일이었다.‘연기준이 어떻게 내가 제씨 가문과 일을 도모하려는 것을 알지?’곰곰이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부자가 될 리는 없지 않습니까.”연기준은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꿈틀댔다.“허황된 꿈인 줄 알면서 얼마 없는 재산을 다 털었다고? 너는 대체 머리가 어떻게 생겨 먹었지?”서인경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맹은영의 처소에 연기준의 첩자가 있었던 게 분명했다.그러나 다시 생각을 해보니 상왕이 맹은영의 처소에 첩자까지 둘 이유가 없었다.다시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맹경운이 범인이라고 결론지었다.‘연기준 부하라고 했지? 그 녀석 맞네. 사내자식이 여자들 대화도 엿들었으면서, 그걸 또 고자질을 해?’서인경은 오만상을 쓰며 속으로 맹경운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연기준이 피식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또 내 앞에서 어떤 거짓말을
Baca selengkapnya

제69화

“내 분명히 말했다. 넌 영원히 상왕비라고. 네가 누군가와 사업을 도모한다는 것은 내 뜻을 대표하는 행위다. 사람들은 제씨 가문 뒤에 내가 있다고 오해할 것이다.”서인경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당신에게서 공정성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군요. 왕야께서 단씨 가문의 뒷배가 되어주실 때는 그리 당당하시더니 제가 제씨 가문과 같이 일을 좀 한다고 그게 그리 잘못된 일입니까? 왕야께서 단씨 가문에 은혜를 입었지만 저는 아닙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란 말은 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과 영원히 일체가 될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연기준은 홧김에 그녀를 그대로 침상에 던졌다.“일체가 아닌지에 관한 여부는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네가 상왕비의 감투를 쓰고 있는 한, 매사에 꼭 조심하란 말이다.”압도적인 힘차이를 느낀 서인경은 수치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그럼 이혼해 주십시오. 저는 당신과 일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또 이혼 얘기가 나오자 연기준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침상에서 이혼 얘기라니. 상왕비가 새로 생각해낸 수법인가?”서인경은 나오는 욕설을 참을 수 없었다.“당장 꺼져, 이 나쁜 자식아!”어젯밤 이미 피로가 극에 달한데다가 술기운까지 채 가시지 않은 상태라 욕을 해도 전혀 힘도 없었고, 기세가 전혀 살지 않았다.그리고 연기준의 귀에는 다른 의미로 들렸다.서인경은 싸움도 밀리고 욕을 해도 소용이 없어서, 이미 심신이 지쳐버린 상태였다.결국 그는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간주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주무르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한때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신과 혼인한 이유가 부모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보면 보은은 거짓이고 서가군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려는 수작이 틀림없었다.몸은 그의 손길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점점 차게 식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또 잠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 다시 눈을 떴을
Baca selengkapnya

제70화

“여기에 적은 약재도 가서 사오거라.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 한다.”글을 모르는 평이는 서인경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연풍이 탕약을 들고 서재에 들어섰을 때는 변방에서 복귀한 군의원이 연기준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황궁의 태의에 비하면 그는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한 군의원을 더 신뢰했다.군의원은 일단 먼저 연기준을 위해 진맥을 했다.비록 황제가 한 달의 휴가를 주긴 했지만, 사실 상 연기준이 신경을 써야 할 일은 많고도 많았다.게다가 밤에는 서인경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적지 않은 정력을 소모했다.군의원은 눈밑은 거뭇거뭇하고 턱에는 이빨자국이 찍힌 채로 음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고 혀를 찼다.“왕야, 심맥에 난 부상은 다른 외상과 다릅니다. 절대 주의하셔야 해요. 왕비마마와는….”나이 든 군의원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턱에 난 상처를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왕비마마께는 순간의 쾌락보단 왕야의 건강이 우선이라고 꼭 말씀 좀 전하십시오.”연기준은 역정을 내며 인상을 썼다.“닥치거라!”그러나 이미 연기준의 성격을 잘 아는 군의원은 담담히 손을 내리고는 계속해서 떠들어 댔다. “왕야께서 기분이 안 좋으신 걸 보니 왕비마마와의 밤생활이 잘 안 맞으시나 봅니다? 그런 일로 수치스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늙은이에게 효과가 아주 좋은 약이….”연기준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질렀다.“평생 홀아비로 늙은 주제에 뭘 안다고 떠들어? 시킨 일이나 빨리 하고 당장 군영으로 꺼지거라!”군의원은 약간 빈정이 상했지만 아무 말없이 진맥을 보고는 수술 흉터에 약을 바르기 위해 붕대를 풀었다.흉터를 보자마자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수네요! 한치 오차도 없는 깔끔한 칼솜씨가 정말 일품이군요! 옆으로 조금만 치우쳤으면 이물을 꺼낼 수 없고, 왼쪽으로 치우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왕야, 대체 이 대단한 실력을 가진 태의가 대체 누굽니까?”연기준은 흉터 자국을 빤히 바라보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태의가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56789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