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야, 저 아이가 정녕 제 손녀가 맞습니까?”연기준도 이에 대해서는 의심을 해본 적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뜨거웠던 지난 밤을 떠올리자 하려던 말이 저절로 삼켜졌다. “그건 노장군께서 판단하실 일이고, 서가군의 미래는 장군께서 직접 선택하셔야지요. 저는 그저 의견만 드렸을 뿐입니다.”한편, 서인경은 부모님의 서재를 둘러보고 있었다.서재 안은 생각보다 간소했다.책장 두 개와 병기들, 그리고 침상 하나가 전부였다.부관이 매일 직접 청소를 하고 통풍을 시켜서 내부는 먼지 한톨 없이 깨끗했다.침상 옆 협탁에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찻잔과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부모님이 전장에 나가실 때와 똑같은 광경이었다.이곳을 드나든 사람은 할아버지와 부관 두 사람밖에 없었는데 둘 다 안에 있는 물건은 단 한 번도 건들지 않았다.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몇 년 전과 똑 같은 광경이었다.서인경은 이곳에 서 있으니 부모님이 찻잔을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그러다가 급한 전갈이 와, 두 사람은 함께 검을 들고 전장으로 향했다.그 뒤로 두 분 다 돌아오시지 못했다.원주인의 그리운 감정과는 무관하게 서인경은 속으로 두 사람에게 경의를 표했다.침상의 우측에는 책장이 있었는데,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의서가 꽂혀 있는 책장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책 제목을 확인한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익숙하지만 또 낯선 제목이었다.익숙했던 이유는 의학을 공부할 때 은사님께서 여러 번 이 책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고, 낯선 이유는 그녀는 한 번도 이 책들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은사님은 늘 이런 좋은 고서가 천 년 전에 불타버렸다고 유감을 표했기 때무이다. ‘이곳에서 이걸 보게 될 줄이야.’그녀는 책장에 꽃인 책들을 자세히 훑어보다가 몇 권을 골라 침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침상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익숙한 향이 느껴지자 서인경은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