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차라리 이 나라에 다시 전쟁이 나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할까?’그녀는 이 모든 헌신이 그의 마음을 사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이 일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식사가 끝난 후, 연기준은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서인경은 평이의 방을 찾아갔다.평이가 울먹이며 그녀에게 말했다.“마마, 왕야께서 사람을 시켜 마마의 혼수품을 다 가져가셨습니다.”서인경은 그런 평이를 위안했다.“가져갈 테면 가져가라고 해. 어차피 팔 수도 없게 되었으니.”평이는 자신이 일을 그르친 줄 알고 죄책감에 견딜 수 없었다.“다 소인의 잘못입니다. 소인이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들키지 않았을 텐데요.”서인경은 피식 웃고는 부드럽게 말했다.“네 잘못이 아니다. 상왕의 눈이 왕부 곳곳에 있어. 이 왕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분의 눈을 피해갈 수 없다는 얘기야. 내가 너무 경솔했다. 그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그녀는 고대의 여인이 혼수를 파는 일조차 부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어떻게 이런 부조리한 율법이 있을 수 있지?’평이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표정을 풀었고, 그 모습을 본 서인경이 물었다.“너 물건 팔 때, 폐하께서 하사하신 물품도 같이 팔았니?”그러자 평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아… 아닙니다! 소인이 아는 게 별로 없어도 황가의 물품은 팔면 안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팔면 목이 날아간다는 것도요.”서인경은 평이에게 따질 생각으로 물어본 게 아니라 혹여 모르고 있었을까 봐 일깨워 주려 한 것이었다.그런데 평이의 반응을 보니 의구심이 들었다.“정말 네가 헷갈린 게 아니라고 확신하느냐?”평이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인이 혹시 헷갈릴까 봐 마마께서 골라주신 황가의 물건들은 모두 한 상자에 담아서 자물쇠를 잠그고 따로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소인은 절대 그 상자를 건드린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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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서인경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그건 제가 목숨 걸고 구해온 것입니다. 유용하게 써야지 쉽게 드릴 수는 없어요.”그녀는 이런 비겁한 사람과 거래하려면 시기와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법을 배웠다.만약 손에 쥐고 있는 패가 없었다면, 늘 그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연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래서 뭘 원하는 거지? 한번 말해보거라!”목적을 달성한 서인경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혼서를 저에게 써주십시오. 그러면 한달 안에 다 낫게 해드리겠습니다.”연기준의 안색이 눈에 띄게 음침해졌다.그러나 주도권을 손에 쥔 서인경에게 두려울 것은 없었다.“3일간 고민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3일 후에….”“그럴 필요 없다.”연기준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지금 네게 답을 주지. 꿈 깨. 언제 이혼할지는 내가 결정할 것이다.”서인경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아파 죽든가 말든가!”연기준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평이의 인신 계약서가 내 손에 있다. 듣자 하니 성동에 두부 팔이 영감이 부인과 사별한지 얼마 안 되었다 하는구나.”서인경은 고개를 홱 돌렸다.“평이는 무고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까!”“약재와 인신 계약서다. 네게 고민할 시간을 하루 주마.”거래마저 이렇게 제멋대로라니, 할 수만 있다면 발로 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연기준은 서인경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었기에 느긋하게 연고를 가리켰다.“상처에 약 좀 발라주거라. 이따가 부관을 시켜 계약서를 가져오게 하겠다.”서인경은 이를 갈며 손가락에 힘을 실어 그의 상처를 짓눌렀다.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흐르는데도 그는 신음 한번 내지 않았다.그녀는 그렇게 한참 짓누르다가 곧 의사의 본분으로 돌아가 손에 힘을 풀었다.‘하, 별꼴이야. 이 인간 때문에 내가 직업적도덕까지 잃을 뻔했다니!’그러면서도 신음 한번 안 내는 그의 의지력에 감탄했다. 역시나 전장을 구르던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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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그녀는 팔꿈치로 그를 확 밀치려고 하다가 가슴에 부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머뭇거렸다.그러는 사이 연기준은 그녀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려 고정했다.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남자가 뭘 하려는지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건 바보일 것이다.“이봐요, 제발 진정 좀 하세요!”그녀는 몸을 비틀며 반항하다가 그만 건들지 말아야 할 곳을 건드리고 말았다.뜨거운 온기가 옷감을 통해 그녀에게까지 전달되었다.“당신, 약 드셨어요?”그녀가 이곳에 건너온 이래 연기준은 줄곧 서재에서 잠을 잤다.유일하게 같은 침상에 잠들었던 적이 이주에 있을 때였다.그러나 그때는 서로 바빠서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 보니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의 연기준을 보고 있자니 오래 굶은 야수가 따로없었다.비록 이 몸으로 그와 관계를 가진 게 처음은 아니지만 현대에서 건너온 서인경으로서는 처음이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왕야,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할까요?”극도로 흥분한 상태인 연기준에게 그런 말이 들릴 리 없었다. 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는 중이었다. 마지막 남은 허리띠에 그의 손이 닿자, 서인경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전에는 내가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고 불만이었지 않나? 오늘 네 소원을 이루게 해줄 테니 나를 믿고 나에게 맡기거라.”‘이 망할 놈이 뭐라는 거야.’서인경은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이 모든 게 원주인이 싸지르고 간 똥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예전에 서인경이 먼저 다가왔을 때는 옷을 벗기는 일이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연기준은 처음으로 여인의 입는 옷이 참으로 거추장스럽다는 것을 느꼈다.게다가 서인경이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몸을 비틀고 있으니 점점 더 조바심이 났다.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그는 손으로 옷을 찢어버렸다.서인경은 갑자기 서늘해진 느낌에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사내의 뜨거운 숨결과 맞닿았다.저절로 신음이 나오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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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연기준은 아침 일찍 황궁으로 향했다.황제는 개선하고 귀경한 노장군 서회윤을 서재로 불렀다.연기준도 함께 서재에 있었다.변방의 소국들은 진국군의 상대가 아니었다. 병사들은 서 노장군의 인솔 하에 큰 승리를 거두고 귀경했다. 그러니 아마 앞으로 십년 안에 놈들이 다시 쳐들어올 걱정은 없었다.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최상급 비단과 은화 천 냥을 서 노장군에게 하사했다.그들이 황제의 서재를 나왔을 때는 이미 황혼이 깃들고 있었다.황금색 석양이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비추었다.“왕야, 안색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혹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겝니까?”연기준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큰 문제는 아닙니다. 폐하께서 이미 제게 한 달의 휴가를 주셨습니다. 장군께서 귀경하는 날이 아니었다면 궁에 올 일도 없었을 겁니다.”서회윤은 의미심장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젊을수록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법입니다. 이주행에 인경이도 따라갔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그 아이가 왕야께 민폐를 끼쳤다면 부디 제게 맡겨주십시오. 이 늙은이가 직접 가르치겠습니다.”말은 그렇게 해도 서회윤이 손녀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연기준은 담담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괜한 걱정이십니다, 장군. 왕비는 저를 도와 이주 역병을 해결하였으며, 몸소 격리 구역으로 가서 마지막 환자를 치료할 때까지 그들과 함께하였지요. 이주 백성들 사이에서도 인자한 왕비가 나타났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서회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에게 물었다.“인경이가 사람을 치료했다는 말씀이십니까?”연기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노장군도 모르고 계셨군요. 왕비는 돌아가신 장군 부인에게 배웠다 하였습니다.”서회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그럴 수도 있겠군요. 인경이의 어미는 의술 세가 출신입니다. 지금도 서재의 절반이 의서들로 꽉 차있지요. 인경이는 어렸을 적에 어미 옆에서 자랐으니 어깨너머로 배운 게 많을 겁니다.”연기준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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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한참을 쉬었는데도 여전히 기운이 돌아오지 않았다.연기준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녀가 들고 있는 배즙을 힐끗 보더니 묘한 웃음을 지었다.“많이 마셔주거라. 쯪.”서인경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어젯밤 있었던 화면들이 제멋대로 머리를 휘젓고 다녔다.겉보기에는 성인군자처럼 보이는 사내가 속에 사나운 야수를 숨기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왕야, 앞으로는 제게 그러지 마십시오.”그들은 언젠가는 이혼을 할 것인데, 고대에는 효과적인 피임 방법도 없는데 혹여 회임이 되면 골치가 아플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녀 혼자서도 아이는 키울 수는 있지만 황실은 절대 황실 혈통이 밖에서 자라는 것을 용납치 않을 것이다.서인경은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연기준은 비웃음을 가득 머금더니 그녀에게 되물었다.“뭘 말하는 거지? 내가 내 왕비를 총애한다는데 그게 잘못이더냐?”서인경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이 남자는 알면 알수록 상대하기 껄끄러운 사람이었다.저녁상이 올라오자 그는 문서 한 장을 서인경에게 건네서 받아보았더니 그것은 평이의 인신 계약서였다.그녀는 밥상머리에서 시중을 드는 평이에게 바로 그것을 건넸다.“네 인신 계약서다. 앞으로 넌 자유의 몸이 된다.”연기준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평이는 놀라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마… 마마… 소인을… 버리시려는 겁니까?”서인경이 말했다.“너를 버리려는 게 아니다. 네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지. 앞으로 넌 누구에게 얽매인 사람이 아니다. 왕부에 남아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로 남으면 된다. 매달 너에게 녹봉을 지급할 것이다. 언제든 네가 원한다면 이곳을 떠나도 좋다는 말이다.”평이는 비록 아는 게 많지 않지만 고용관계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그녀의 고향 마을에 수많은 사람들이 부잣집으로 가서 일을 하고 품삯을 받았다. 만약 일하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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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평이를 내보낸 후, 연기준이 입을 열었다.“난 약조를 지켰으니 이제 네가 지킬 차례다.”비록 그의 행위가 비열하고 얄밉긴 했지만, 그래도 주도권을 그에게 빼앗겼으니 차마 거절할 수도 없었다.“내일 약방에 가서 배합할 약재를 사오겠습니다.”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오늘 노장군께서 경성으로 돌아오셨다. 네 얘기를 묻길래 네가 풍한이 들어 몸이 좀 나은 후에 찾아뵙는다고 했어.”서인경은 곱지 않게 그를 흘겼다.‘풍한 같은 소리하고 있네!’“왕야,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말해보거라.”서인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는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 젊었을 적처럼 전장에 나가 싸우실 수 없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병권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연기준이 흠칫하며 그녀에게 물었다.“혹시 노장군의 뜻이냐?”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제 뜻입니다. 아직은 할아버지께 얘기한 적은 없고요. 다만 이 일에 대해 왕야께선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사실 그녀가 가장 궁금한 건 황제의 생각이었다.연기준은 느긋하게 식사를 계속하며 말했다.“하지만 폐하께서 허락해 주시지는 않을 거다.”서인경은 더 이상 담담한 척을 할 수 없었다.“왜죠? 저희 일가족 모두 이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제 부모님은 전장에서 목숨까지 잃으셨고요. 그런데 굳이 제 할아버지까지 그렇게 돌아가셔야 직성이 풀린단 말씀입니까?”그녀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연기준은 수저를 내려놓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십만 서가군은 서씨 가문 사람만 따른다. 서 노장군이 계신다면 이들은 조정과 뜻을 함께할 테지만 노장군이 조정의 직책을 내려놓으신다면… 폐하께선 이들이 진심으로 나라에 충성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서인경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서가군은 그저 서씨 가문을 따를 뿐, 조정에 충성하는 게 아니었다.가문을 계승할 후계자가 태어나지 않았지만 후궁 중에는 서 노장군의 외손자인 십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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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이 세상에서 그녀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기본적인 신뢰도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연기준이 좋은 사람이라, 원주인의 절절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오로지 권세만 바라보는 남자의 곁에 머무르기엔 너무 숨이 막히고 두려웠다.서인경은 밤새 생각했지만 더 적절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옆자리는 진작에 비어 있었다.방으로 들어온 평이가 말했다.“왕야께서는 서재에서 군공무를 처리 중이십니다. 마마께는 식사를 마친 후에 먼저 장군부로 가 있으라 하셨습니다. 오후쯤에 마마를 직접 데리고 가겠다 하셨습니다.”서인경은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그나마 기력이 회복되었다.“나와 함께 내 친정에 가자꾸나. 밥은 장군부에서 먹을 것이다.”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장군부로 향했다.대문 앞에 도착했는데 낯선 마차가 보였다.“아저씨, 혹시 오늘 누가 왔나요?”어린 시절부터 서인경이 자라는 것을 지켜본 장군부 부관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아주었다.“마마, 어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단씨 가문에서 오셨어요.”이주에서 돌아온 이후로 서인경은 더 이상 단씨 가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구휼 물자 횡령 사건으로 조금 조용히 지낼 줄 알았는데 노장군이 귀경하자마자 달려올 줄이야.서인경은 안으로 들어가며 부관에게 말했다.“이 아이는 제 심복인데 아침도 못 먹고 저를 따라왔습니다. 이 아이에게 먹을 것 좀 챙겨주세요.”“예, 마마.”서인경은 원주인의 기억을 더듬어 대청으로 갔다.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숙부님, 평안이 잘 좀 봐주십시오. 숙부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인경이가 평안이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모릅니다. 하마터면 우리 집안 대가가 다 끊길 뻔했어요. 인경이 걔는 혼 좀 나야 합니다. 상왕비가 되었다고 해서 친족들을 짓밟으면 안 되죠. 소문이 나면 결국 숙부님 얼굴에 먹칠하는 것 아닙니까.”서회윤은 굳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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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현재 제씨 가문의 명성은 나날이 치솟고 있고 이미 경성에 점포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단씨 가문은 더 이상 시장을 독점할 수 없게 되면서 수입에도 큰 타격이 있게 되었다.연기준은 이번 일로 단씨 가문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싸늘해졌다.대황자의 황자비 자리는 맹은영이 스스로 포기하면서 단여월로 거의 확정되나 싶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대황자와 황후 쪽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단씨 가문은 지금 불가마에 든 개미마냥 매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은 서인경이 변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서인경, 언젠가는 너를 내 발 밑에 두고 무참히 짓밟아 주마!’서인경은 두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노인에게로 다가갔다.“할아버지….”노인의 흰머리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부모님이 전장에서 돌아간 이후로 서씨 가문에는 더 이상 후계자가 없게 되었다.할아버지는 홀로 서가군을 이끌며 철없는 손녀 걱정까지 해야 했다.서인경은 원주인을 대신해서 노인에게 큰 죄책감을 느꼈다.현대 사회에서 살 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배웅하지 못한 것이었다.그런데 고대로 건너와서 원주인의 할아버지를 만난 지금, 그녀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아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조용히 다가가서 노인의 목을 끌어안았다.“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서회윤이 당황하며 물었다.“인경아, 왜 이러느냐? 누가 널 괴롭혔어? 할애비에게 말해. 할애비가 혼내주마!”서인경은 코끝이 시렸지만 애써 무시하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를 뵙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감정이 북받쳐서 그랬어요.”서회윤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정말 다치거나 괴롭힘을 당한 건 아니지?”서인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에요.”“풍한은 좀 나았느냐?”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다 나았지요.”서회윤은 그제야 안심하고는 서운한 어투로 말했다.“어제 우연치 않게 상왕 전하를 만나 네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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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예전과는 너무 달라진 손녀의 모습에 서회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서풍교는 서인경이 먼저 사실을 시인하자 이때다 싶어 언성을 높였다.“숙부님, 들으셨죠? 인경이가 본인 입으로 시인했습니다. 우리 불쌍한 평안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그러나 서인경에겐 다른 생각이 있었다.“계속 그렇게 목청 높이세요! 안 되겠다 싶으면 상왕과 맹국공의 삼 공자까지 불러오지 그러세요? 그때 단평안을 때린 사람들 중에 그분들도 있었으니깐요. 그분들을 불러서 한번 따져 보자고요. 사람들 가득한 장소에서 상왕비인 저를 희롱한 자입니다. 맞아 죽어도 싸지 않나요?”서풍교는 곧바로 울음을 멈추었다.이 시대에 사내가 사람들 앞에서 아녀자를 희롱해도 소문이 나면 여인이 먼저 여지를 주었다고 비난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그래서 단평안이 밖에서 망나니 같은 짓을 하고 다녀도 그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서인경이 제 입으로 희롱 당한 사실을 인정할 줄이야!서인경은 당당하게 웃으며 서풍교를 압박했다.“고모님, 왜 더 소리를 지르지 그러세요? 폐하 안전에 가서 따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폐하께서 친히 책봉한 상왕비가 나라의 재난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한 사기꾼에게 희롱을 당했다고 하면 폐하께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같으신가요? 당장 목을 치라고 하시지 않을까요?!”쾅!잠자코 듣고 있던 서회윤은 결국 더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상을 치고 일어났다.“이런 고얀 놈! 감히 내 손녀에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해? 여봐라! 당장 단평안을 잡아서 끌고 오너라!”자기 아들만 우선인 서풍교는 당황하여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숙부님, 저런 헛소리는 믿을 게 못 됩니다! 평안이는 절대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닙니다! 나라의 재난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한 것도….”“어머니!”단은설이 나서서 서풍교의 손을 잡으며 눈치를 주었다. 그제야 서풍교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다물었다.“상왕비께서 이렇게까지 친척 간의 정을 고려해 주시지 않을 줄은 몰랐네요. 저희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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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서인경은 자랑스럽게 턱을 치켜들었다.“저 스스로 습득했죠!”서회윤은 많이 변한 손녀의 모습을 보고 대견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그럼 기대하마.”“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서인경이 부엌으로 나간 후, 갑옷을 입은 장령이 안으로 들어와서 그녀의 최근 행적에 대해 자세히 보고했다.서회윤은 묵묵히 듣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그리고 단평안이 서인경에게 저지른 짓에 대해 보고하자, 그녀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 버렸다.“단평안 그 고얀 놈, 전장이 무섭다고 탈영병이 되더니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었구나! 병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군영으로 끌고 가서 곤장 백 대를 쳐라. 그리고 평생 군영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조치하거라!”“예, 장군!”한편, 서인경은 부엌에서 한 시진 동안 음식을 준비했다.점심 때가 되자 그녀는 따끈따끈한 통닭구이를 들고 대청으로 돌아왔다. 멀리서 할아버지 서회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손님이 오셨나?’고개를 갸웃하며 안으로 들어선 서인경의 눈에 연기준의 모습이 들어왔다.그들은 뭔가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했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연기준은 담담히 그녀를 힐끗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서회윤에게 말했다.“근래에 최상급 청차를 우연히 얻게 되었는데 맛이 깔끔하고 피로 회복에 좋다고 합니다. 내일 사람을 시켜 장군부에도 보내드리겠습니다.”서회윤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리 신경 써주시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왕야.”“당연한 일이지요.”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서인경은 통닭구이를 식탁에 올렸다.그러고는 닭다리 하나를 뜯어 서회윤의 접시에 놓아주었다.“할아버지, 드셔보세요.”서회윤은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전에는 좋은 게 있으면 늘 연기준에게 먼저 챙겨주던 그녀였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노장군은 혹시 둘이 싸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연기준은 손녀의 부군이고 앞으로 손녀를 지켜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는 접시를 연기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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