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잠깐 스쳐 지나간 순간이었지만, 금수 대장공주는 놓치지 않았다. 후궁이라는 존재는 황제의 총애를 얻기 위해 누구나 몸과 얼굴을 극진히 가꾼다. 천하절색까지는 아니라 해도 살결만큼은 희고 고운 것이 기본이었다.그런데 설 황귀비의 팔은 달랐다. 여기저기 남은 상처 자국이 너무도 선명했다. 그 흔적은 병이나 타박이 아니라 마치 날붙이에 베인 듯한 자국처럼 보였다.다만 대장공주가 서 있던 자리는 조금 멀었고 단은설은 서둘러 옷을 입었기에 그녀는 상처의 방향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자해인지, 타인의 짓인지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황제의 태도는 이상하리만치 담담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점에서 이 일은 황제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금수 대장공주는 어쩌면 후궁 생활이 너무 무료해진 나머지 작은 단서 하나에도 파고들고 싶어졌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사소한 이야깃거리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단은설은 이미 옷을 다 갖춰 입고 얼굴도 들지 못한 채 어서재에서 쫓기듯 물러나갔다.대장공주가 이렇게 판을 뒤집어 놓은 이상, 황후와 태황태후도 더는 모른 체할 수 없었다. 대장공주는 열여덟 째 공주의 손을 잡고 걸었고 그 뒤로 열다섯 째 황자가 따랐다.세 사람이 어서재를 막 벗어나려는 순간, 마주 오는 태황태후와 황후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대장공주는 태황태후가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곧장 황후를 향해 말했다.“요즘 황후가 몸이 편찮다고 들었다. 후궁의 일을 두 황귀비에게 맡겼다지만 젊고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 이런 추태가 다시 벌어진다면 이는 황후의 책임이다. 궁중의 기강이 무너지고 성상의 위신이 손상되는 일을 다시는 두고 볼 수 없다.”황후는 이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질 줄 몰랐다는 듯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녀의 태도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대장공주 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가 직접 살피겠습니다.”그때 태황태후의 시선이 황후 뒤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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