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방옥은 진가이가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특히 여국에 머물던 시절 자신을 협박하며 내뱉었던 말들을 생각할 때마다, 서늘함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어릴 적,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주고 싶었던 그 둘째 누나는 이미 기억 속의 사람이 아니었다. 학생 시절, 현대에서 읽었던 수많은 청춘 통증 소설 속에서 귀가 닳도록 보았던 단어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물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달라졌다.그때는 아무 감흥 없이 넘겼던 말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뜻이 얼마나 잔인한지 뼛속 깊이 실감하고 있었다.그럼에도 진방옥의 마음속에는 진가이를 향한 원망이 좀처럼 자리 잡지 못했다.어릴 적, 진가이의 얼굴 위로 떨어졌던 수많은 뺨, 몸 위로 내려쳤던 몽둥이, 코앞에서 쏟아졌던 모욕과 저주. 그 모든 것이 그녀를 오늘의 모습으로 몰아넣은 진짜 원인이었기 때문이었다.진가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진 가 역시 무고하지 않았다.그리고 집안에서 가장 귀한 장남으로 대접받으며 살아온 그 역시 결코 결백하지 않았다.그가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원래의 진방옥은 진가이를 지켜 주기는커녕 함께 손을 보태어 때리고 모욕하고 짓밟았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결국 모든 것은 인과였고 각자가 짊어진 몫의 대가일 뿐이었다.진방옥은 화약을 조제하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다음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말로, 어떤 방법으로 그녀를 돌이킬 수 있을까?부디 더 큰 죄를 짓지 않기를. 더 많은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기를.그렇지 않다면 자신조차 그녀를 어떻게 구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그 시각, 멀리 진국에 있는 진가이는 한 찻집의 조용한 별실에 앉아 있었다.맞은편에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예정임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는 분명 웃고 있었다. 그러나 진가이의 눈에는 그 미소 뒤에 언제든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차가운 기색이 숨어 있는 듯 보였다.예정임의 시선이 진가이의 불룩한 배 위를 훑었다.“아이를 가졌으니 배짱도 붙었나 보군. 얼굴에 윤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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