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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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강수철 회장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네가 그만해!”제헌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눈에 가득 찬 분노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강수철 회장은 제헌을 더 보지 않고, 곧바로 이람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이람이가 말해.”나이가 들며 젊은 시절의 위압감은 누그러졌지만, 강수철 회장이 얼굴을 굳히는 순간의 기세는 여전했다.여전히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존재였다.제헌은 자신의 분노와 불안을 모두 가슴속으로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반면 채영희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채영희는 강수철 회장이 어디까지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급히 강운국에게 눈짓을 보냈고, 강운국은 채영희를 보다가 이람을 다시 바라봤다.그 순간, 채영희의 몸이 굳었다.‘아버님이... 다 들으셨구나.’평소 채영희가 이람을 몰아붙여도, 이람은 늘 참고 넘겼다.이렇게까지 맞설 줄 알았다면, 오늘처럼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최소한 체면을 지켰을 것이다.아무리 시어머니 행세를 한다 해도, 강수철 회장이 있는 자리만큼은 의식했을 터였다.제은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강수철 회장이 나타나자, 강씨 집안 친척들은 누구 하나 앉아 있지 못했다.모두 자리에서 일어섰고, 방금 전 하준과 제헌이 몸싸움까지 벌였던 탓에 분위기는 더 얼어붙었다.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이람이 조금 전 내뱉은 말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이었는데, 강수철 회장 앞에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아무리 이람이 강수철 회장의 손자며느리라 해도, 회장 생신날 이런 소란을 일으킨 건 분명 옳지 않다고 보는 시선도 많았다.‘아무리 억울해도, 오늘은 너무 나간 거 아니야?’이런 생각들이 오갔다.강운국은 아내와 딸의 시선을 등에 업고 있었다.비록 늘 우유부단했지만, 이 상황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더 곤란해질 것 같았다.강운국은 그동안 제대로 신경 써 본 적 없는 며느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람아, 오늘은 할아버님 생신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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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이람은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이혼은 저희 두 사람의 일이에요. 저는 이혼한 당일에 제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혼 사실을 모두 알렸어요.”이람의 시선이 잠시 제헌을 스쳤다.“강씨 집안 어른들께서는 당연히 강제헌 씨가 말씀드려야 할 일이었죠. 그런데 강제헌 씨는 부모님께 아무 말씀도 안 드렸어요.”이람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이혼한 뒤 한 달 동안 계속 저를 붙잡고, 제 의사와 상관없이 연락하고 찾아왔어요.”거실 안이 숨 막히게 조용해졌다.“그래서요. 나중에 또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오늘은 아버님과 어머님 앞에서 분명히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이람은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이미 강제헌 씨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재결합할 생각도 없고요. 앞으로 다시 돌아가지도 않을 겁니다.”이람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 갔다.“지난 3년 동안 강제헌 씨와 부부로 지낸 건, 제가 선택한 길이었어요. 그 시간 동안 겪은 모든 일도... 제 선택의 결과로 받아들입니다.”“그래서 과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연이 다 끝났어요.”이람의 목소리는 분명했다.“앞으로는 각자 자기 길을 가는 겁니다.”이람은 제헌을 바라봤다. 남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차갑게 굳어 있었다.그 모습을 보며 이람의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예전에 품었던 감정은 제헌이 한 번씩 등을 돌릴 때마다 조금씩 사라졌고, 지금은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이람의 시선은 오직 앞만 향해 있었다.“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요. 조용히 정리할 수도 있었죠.”이람의 말이 이어졌다.“하지만 강제헌 씨가 제 뜻을 존중하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제 의사를 무시하고, 저를 붙잡으려 했죠.”“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 분명히 알려 드리려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렇게 된 건지요.”그리고 제헌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강제헌 씨, 체면이 아직 중요하다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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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채영희와 강운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충격을 받았다.‘조이람이 이혼하다니?’‘어떻게 감히 이혼을?’강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 역시 크게 술렁였다.누군가는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뒷말을 나눴고, 누군가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으며, 남의 불행을 은근히 구경거리로 삼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채영희가 그토록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며느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한 달 전에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직접 꺼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오늘만 해도 제헌은 여전히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고, 이람이 올 거라고 말했다.그런데 막상 이람이 와서 한 말은, 공식적인 이혼 선언이었다.‘하하, 정말 꼴이 우습다.’강씨 집안 사람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채영희가 이람을 대하는 태도는 악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걸 제헌이 방관해 왔다는 건, 결혼 생활 내내 이람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는지를 말해 주는 증거였다.지금 와서는 오히려 제헌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람에게 매달리는 형국이었다.‘강제헌, 뺨 맞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지?’사촌 형이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헌아, 너 도대체 뭐야? 이미 이혼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아까 큰어머님이 며느리 노릇 운운하면서 제수씨한테 뭐라고 하시는 거 못 봤어?”“우리가 너랑 제수씨가 이미 남남인 줄 알았으면, 당연히 말렸지. 가족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인 남인데 여자 하나 붙잡고 가정교육 운운하며 욕먹게 내버려두진 않았을 거 아냐.”사촌 동생도 거들었다.“형, 이혼했으면 각자 인생 사는 게 맞지. 계속 형수님... 아, 이제 형수님도 아니네... 조이람 씨한테 집착하면 그건 진짜 이상한 거야. 괜히 사람 불러내서 고생시키고.”사촌 형은 더 노골적이었다.“내가 보기엔 말이야, 제헌아. 이렇게 못 놓을 거였으면 같이 살 때 잘했어야지. 지금 와서 그러는 건 다 자업자득이야.”“...”제헌의 얼굴이 더 차갑게 굳었다.‘이런 멍청한 것들이 감히 나를 비웃어?’‘나는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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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이람은 강수철 회장이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것도,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회장은 이미 연로했다. 앞으로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마다 계속 의지하고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래서 더더욱...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정리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이제 와서 거절할 수도 없었다.이람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단단하게 말했다.“네.”제헌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강 회장이 앞을 막고 있었고, 집안 친척들이 모두 지켜보는 상황에서 제헌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가슴속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끓어오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람을 붙잡고 싶었지만, 지금의 제헌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강 회장은 부드럽게 이람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고개를 돌려 제은을 엄하게 바라봤다.“너는 본가로 돌아가. 3주 동안 외출 금지다.”제은이 가장 두려워하던 말이었다. 반나절만 집에 갇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도 죽을 것 같은 성격의 제은에게, 3주 금족령은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다급히 외쳤다.“할아버님, 제발요...”“더 떠들면 한 달이다.”제은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단순한 외출 금지일 뿐이었지만, 제은에게는 상당히 가혹한 처벌이었다.강 회장은 다시 채영희와 강운국을 바라보았다.짧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목소리는 냉정했다.“이람이가 과거 일은 묻지 않겠다고 했다. 그건 이람이가 마음이 넓어서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는 거지, 너희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두 사람 다... 앞으로 어떤 어른이자 부모로 살아야 할지 스스로 돌아봐라.”강운국은 놀란 얼굴로 서둘러 채영희의 팔을 잡고 함께 고개를 숙였다.“예.”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제헌을 바라봤다.제헌이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하고, 집요한 성향을 지녔다는 걸 그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그때 개입해야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고, 이후 제헌은 집안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로 자라났다.그래서 안심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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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이람은 애초에 여기까지 와서 싸울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벌어졌다면, 싸움에는 반드시 결론이 있어야 했다.이람은 이혼한 날부터 강씨 집안 사람들과 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제헌에게 이혼 절차는 각자 알아서 정리하자고 했고, 그 이후로는 다시 왕래하지 말자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결혼 생활 3년 동안, 강씨 집안 전체를 통틀어 이람이 인간적인 온기를 느낀 사람은 강수철 회장 단 한 명뿐이었다.그 외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이람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오히려 남보다 못했다.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악의를 품지는 않기 때문이다.이람의 말은 분명 냉정했고 가혹했다.하지만 사실 강씨 집안 사람들 대부분은 그 말에 별다른 상처도 받지 않았다.상처받았다면, 그건 아마도 강 회장 한 사람뿐이었을 것이다.그럼에도 이람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또 이람이 일부러 일을 키우고, 괜히 난리를 친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더구나 오늘 이 자리에 강 회장이 없었다면, ‘좋은 집안에 시집와서 호강하며 살 기회가 있었는데, 왜 괜히 이혼을 들먹이느냐?’ ‘사람이 은혜를 모른다’와 같은 말이 또다시 쏟아졌을 게 분명했다.그리고 제헌은 평소대로 자기 어머니 편에 섰을 것이다.이람에게 예전처럼 참고, 조용히, 말 잘 듣고 살라고 요구했을 것이다.하지만 이람은 더 이상 맞출 생각도, 참아 줄 생각도 없었다.그래서 이 기회에 모든 걸 분명하게 말해야 했다.말을 흐리지 않고, 한치의 애매함도 남기지 않고.게다가 오늘은 강 회장이 이 모든 걸 직접 보고 듣고 있었다.이후에 다시 마주치게 되더라도, 이 사람들이 말을 바꿔 비아냥거리거나 책임을 전가해도, 적어도 이람이 잘못됐다는 소리는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강 회장은 이람의 말을 모두 이해했다.그 의도도, 마음도 분명히 알아들었다.강 회장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각자 자기 일이나 잘 챙겨라.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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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제헌은 이람이 등을 돌려 떠나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머릿속이 잠시 텅 비어 버렸다.이람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거대한 상실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숨이 막혔다.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불안감이... 이유 없이 심장을 조여 왔다.제헌의 심장은 찢어질 듯 아팠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 만큼 괴로웠다.‘조이람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냉정할 수 있어?!’‘지금이라도 붙잡고 싶은데...’하지만 제헌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그때, 하준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그제야 멈춰 있던 제헌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충동만이 남았다.지금 당장 서하준을 찢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혼했으면 어쩔 건데, 나랑 조이람이 남이 됐다고 해서 서하준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게다가 이혼은 조이람 혼자 정하는 게 아니야, 처음부터 끝까지.’밖에서 자동차 시동 소리가 울렸다.이람과 하준은 이미 차를 몰고 떠난 뒤였다.제은이 제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오빠, 혹시 따라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헌은 아무 반응도 없다가 갑자기 튀어 나갔다.너무 빨라서 누구 하나 붙잡을 틈도 없었다.“오빠, 어디 가는 거야!”제은은 다급히 뒤쫓아갔다.제헌은 이미 차에 올라타 있었다.표정에는 망설임이 없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이람을 따라잡겠다는 얼굴이었다.제은이 차 앞을 막아섰다.“오빠, 가지 마!”제헌이 고함쳤다.“비켜!”제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빠가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른 건 처음이었다.제헌은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제은이 앞에 서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겁에 질린 제은은 황급히 옆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고, 그대로 제헌이 차를 몰고 쫓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서하준도 같이 있는 데다가 조이람은 말도 독하게 하던데, 오빠 혼자 따라가면 분명히 손해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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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이람은 조금 전까지 마치 혼자 모든 걸 감당하고 싸운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하준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큰 버팀목이 있는 기분이었다.그래서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지만, 하준과 함께 서주연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서 회장님은 생각보다 편하신 분이에요. 무엇보다 하준 씨가 제 옆에 있잖아요.”하준은 서주연에게 이람과 함께 가는 이유를 설명한 뒤 목적지를 입력했고, 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의 조용히 시작음을 들은 뒤,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저는 강제헌이랑 달라요.”이람의 손이 잠시 핸들 위에서 멈췄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씨 집안 본가에 있을 때부터 하준은 어딘가 평소와 달랐다.이람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이람이 강씨 집안에 시집와 보낸 지난 3년을 하준은 눈앞에서 봤기 때문이다.그 3년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설령 하준이 이람에게 다른 감정을 품고 있지 않더라도, 친구로서 충분히 분노할 만한 일이었다.지금 하준이 굳이 제헌과 다르다고 선을 긋는 것 역시 이람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 주는 말이었다.이람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아요.”하준은 이람이 이 화제를 꺼리는 걸 즉각 알아챘다.남자의 눈빛이 잠시 깊어졌다.조금 전, 자신이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이람은 3년 전 제헌을 좋아했고, 그래서 다가갔다는 사실을 담담히 말했다.그 사실을 후회한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이람은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다.이람은 늘 그랬다.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인정했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감당했다.결과가 실패라 해도, 그마저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상처받을까 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달랐다.이람은 분명한 기준과 주관을 가진 사람이었다.그래서 하준은 알고 있었다.감정에 대해서만큼은, 이람이 스스로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절대로 다그쳐서는 안 된다는 걸.지금 당장이라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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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하준은 마음이 아파 얼굴 근육이 굳고, 시선도 잠시 멈췄다.이람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준 뒤, 그는 몸을 바로 세우고 눈을 감았다.하준은 이람이 자신의 눈빛에서 무엇인가를 읽어 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사실 강씨 집안에 있었을 때부터, 하준은 이성을 잃고 무언가를 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분명 이람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오늘 서주연은 하준에게 물었다.이미 알고 있었다면, 왜 더 일찍 이람을 데려가지 않았느냐고...이제 하준은 그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질 수 있었다.만약 3년 전, 이람이 제헌 곁에서 그렇게 상처받을 걸 미리 알았다면, 그때의 하준이 이람을 좋아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더라도, 그는 주저 없이 이람을 빼앗았을 것이다.심지어 이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억지로라도.그런 비겁하고 이기적인 생각은, 하준 혼자만 품고 갈 감정이었다.이람에게는 절대 들키지 않을 생각이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람이 과거에 겪은 고통을 알게 된 순간부터 하준은 더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집에 돌아가 각자 방으로 흩어져, 마치 서먹한 동거인처럼 서로를 모른 척하는 건 견딜 수 없었다.그래서 오늘 하준은 욕심을 냈다.서주연에게 일부러 부탁해, 자신과 이람을 남게 만들었고, 이람 곁에 머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이람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아주 자연스럽게.‘이람 씨가 아직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는, 나도 이렇게 비열해질 수밖에 없어.’‘언젠가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부디 날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제헌이 차를 몰아 이람을 쫓은 건 계산이 아니라 본능이었다.그저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하지만 곧 이람은 그를 알아차렸고, 속도를 올려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고속으로 달리던 차가 그대로 커브를 도는 순간, 제헌은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분노는 곧 공포로 바뀌었다.‘조이람은 나를 피하려고 목숨까지 내놓은 거야?’그 순간, 제헌은 숨을 제대로 쉴 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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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유리는 순간 멍해졌다가, 곧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말했다.“제헌아, 갑자기 웬일이야?”제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고, 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으로 유리를 내려다봤다.유리는 몸이 굳어 버린 채,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말을 찾으려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제헌이 허리를 끌어안았다.제헌은 상체를 숙여 유리의 쇄골에 입술을 눌렀고, 목으로 올라가던 순간 입맞춤은 거칠게 변했다.유리의 잠옷 단추가 성급하게 풀렸고, 제헌은 유리를 안은 채 소파까지 밀어붙였다.제헌은 다소 난폭할 정도로 유리를 눌러 앉혔고, 손길도 거침이 없었다.유리는 남자의 강압적인 움직임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하지만 동시에 이게 바로 자신이 원하던 일이라는 생각도 스쳤다.오늘 술자리에서 그렇게 무시를 당했는데, 밤이 되자 제헌이 직접 찾아와 자신을 끌어안고 있었다.‘강제헌의 아내 자리는 내 차지가 될 거야.’그 생각이 유리의 머릿속을 채웠다.처음의 어색함과 긴장감이 사라지자, 유리는 점점 제헌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맡겼다.유리는 제헌에게 입을 맞추고 싶어졌다.두 사람은 한 번도 제대로 키스한 적이 없었다.유리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지만, 제헌은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로 고개를 틀어 피했다.그와 동시에 유리의 몸을 탐하던 손길도 차갑게 거뒀다.마치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유리의 심장이 단번에 식어 버렸다.제헌은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고, 유리 위에서 일어나 떨어져 앉았다.“왜... 갑자기...”‘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는데, 왜 멈춘 거지?’유리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제헌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고, 깔끔한 정장 차림에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진 곳이 없었다.유리만 숨이 가빠진 채였고, 제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했다.제헌의 시선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그는 휴지를 집어 들어 젖은 손가락을 천천히 닦았다.그 순간, 유리는 참을 수 없이 수치심을 느꼈다.서둘러 소파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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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유리는 거의 그렇게 믿을 뻔했다. 제헌은 자신에게 꽤 친절했고, 이 남자의 곁에 있는 여자는 언제나 유리뿐이었다.하지만 유리가 유학 가겠다고 말했을 때, 제헌은 단 한마디의 만류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유리는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였는지 깨달았다.유리의 ‘특별함’이란 고작, 제헌에게 유리 말고는 다른 여자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점뿐이었다.제헌은 애초에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고, 굳이 관계를 만들려 하지도 않았다.유리는 단지 ‘이성’이라는 이유로 명문가 도련님의 좁은 인간관계 안에 들어갔을 뿐이었고, 그 덕분에 남들 눈에는 특별해 보였을 뿐이었다.그리고 유리가 해외로 떠난 사이, 제헌은 번개처럼 결혼했다.유리는 오랜 시간 애써서 제헌의 ‘친구’ 자리에 올랐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람이, 마치 운 좋게 모든 걸 가져가 버렸다.유리의 노력은 한순간에 무의미해졌고, 그 사실이 유리를 미치게 했다.그래도 유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여전히 특별하다는 걸 증명해야 했고, 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그래서 유리는 더 눈에 띄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전공을 살렸고, Sun을 통해 레이싱까지 배웠다.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 건 즐거웠다.하지만 그 모든 시선을 다 합쳐도 제헌이 자신을 바라봐 주는 순간만큼 달콤하지는 않았다.유리는 자신이 제헌을 사랑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강제헌은 하유리의 욕망 그 자체라는 것.제헌 곁에만 있으면, 유리는 원하는 걸 너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유리는 제헌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마침내 이 순간이 온 것이었다.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해.”제헌은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웃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난 말 잘 듣는 여자가 좋아, 넌 내 말 잘 들을 수 있어?”유리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망설이지 않았다.“할 수 있어.”제헌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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