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람과 민서의 자리는 하유리와 예정안 자리에서 몇 줄 뒤였다.유리와 정안이 앞줄, 이람과 민서는 그 뒤쪽에 앉아 있었다.통로를 지나며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알아봤다.유리는 늘 그랬듯, 이람을 눈에 담지 않았다.한 번 힐끗 보더니, 미묘한 불쾌감을 담은 채 시선을 거둬들였다.정안은 예전에 민서와 사실상 ‘결별’에 가까운 마무리를 한 사이였다.애초에 친분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그 후로는 몇 년간 거의 왕래도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원수처럼 껄끄러운 관계도 아니었다.정안과 민서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지만, 둘 다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렸다.오히려 정안의 시선은 이람에게로 향했다.정안은 이람이 제헌의 전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무심코 두어 번 더 눈길이 갔다.그리고 그 순간, 정안은 처음으로 자기 눈을 의심했다.이람은 지나치게 담담하고, 차분했다.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는 오히려 엄격하고 단정할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하준에게 기대어 올라타기 위해 제헌과 이혼한, 계산 빠른 야심가라는 소문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이람의 외모와 분위기로 보아, 누군가에게 아첨하거나 비위를 맞추는 얼굴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출세를 위해 자신을 돈에 팔아 넘기는 모습 역시 상상하기 어려웠다.무엇보다 가장 이질적인 건, 이람의 기질과 기세였다.타인을 발판 삼아 올라가려는 사람이라면, 마음 한켠에 늘 불안이 있기 마련이다.시선은 흔들리고, 주변의 평가와 눈길에 과도하게 민감해진다.하지만 이람은 달랐다.시선을 마주치면, 그 안에 확고한 중심이 느껴졌다.서두르지도, 피하지도 않는 눈빛.‘나는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여유.그런 태도는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정안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바로 그거였다.‘사람이 정말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는 건가?’‘겉이랑 속이 완전히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건가?’그때, 유리는 정안이 계속 이람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유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