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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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지후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도 인정하기 싫은 어둡고 이기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내가 이람이를 가질 수 없다면, 서하준과 강제헌 둘 중 누구도 이람이를 가질 수 없어!’제헌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지후가 곧바로 뒤따라 나갔다.“형, 어디 가세요?”“경매.”“무슨 경매요?”“미술품.”지후는 이른바 교양 취미라 불리는 것들에도 제법 흥미를 느끼는 편이었다.다만 제헌에게 언제부터 이런 쪽에 관심이 생겼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형이 이런 데를?’그 의문을 품은 채 지후는 별다른 말 없이 제헌을 따라갔다....경매장 내 VIP룸.연훈은 소파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과묵한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준은 평소보다 말수가 훨씬 적은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띄었다. 연훈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갑자기 여긴 왜 온 거야?”하준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손안에서 굴리듯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표정은 냉담했고, 대답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연훈은 하준을 보는 순간 이미 느끼고 있었다.오늘 하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연훈은 하준이 이람에게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도 알았다.하준은 이람에게 유난히 잘했고, 이람의 동생 이건에게까지도 신경을 썼다.그리고 사생활은 깔끔하고, 사람을 챙길 줄 알며 성격이 조금 차가운 것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하지만 그 차가움조차도 하준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증거였다. 한 번 마음을 주면, 그건 아주 깊고 진지한 태도라는 뜻이었다.무엇보다도 이람 앞에서만은 예외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연훈이 보기엔, 하준이 이람을 진지하게 쫓는다면 성공 확률은 꽤 높아 보였다.그런 하준이 지금 이렇게 기운 없이 가라앉아 있다는 건, 분명 어딘가에서 벽에 부딪혔다는 뜻이었다.연훈은 새삼 이람이라는 사람을 떠올리며 감탄했다.역시 성격이 보통은 아니었다. 지금 하준과 이람은 아직 그렇게까지 가까운 사이는 아닌데도, 이미 상대를 의식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비굴하지도 않았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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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하준은 혹시나 이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심장이 저릿하게 조여 오는 걸 느꼈다.고개를 숙여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지만, 뜬 메시지는 업무 관련 알림이었다. 이람이 아니었다.요 며칠 동안 이람에게서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그 때문인지 하준의 기분은 확실히 가라앉아 있었다.거기에다 오늘은 제헌까지 마주쳤고, 방금 전의 그 순간은 그야말로 ‘기대가 무너진’ 상황이었다.하준의 좋지 않은 감정 앞에는 이제 ‘더’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어야 할 정도였다.하준의 기압은 눈에 띄게 더 낮아졌다.연훈은 그 변화를 매우 직관적으로 느꼈다. 다만 하준이 왜 이렇게까지 가라앉아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하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연훈도 더 묻는 건 쉽지 않았다.‘그냥 여기서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하준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경매가 시작됐다.지난 세기 활동한 작가의 유화 한 점. 이번 경매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작품이었다.시작가는 50만 달러.하준은 처음부터 가격을 부르지 않았다. 몇 차례 입찰이 오간 뒤, 제헌이 있는 룸에서 마침내 금액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그제야 가격은 70만 달러가 됐다.70만 달러.이쯤 되자 더 이상 따라붙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옆 VIP룸.지후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제헌을 흘끗 살폈다.“형이 그림 수집하시는 취향은 처음 듣는 것 같아서요.”“그냥 갑자기.”제헌은 여전히 솔직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이람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은 그에게 있어서 꽤나 체면이 상하는 일이었다. 가능하면 아무도 모르는 게 좋았다.지후는 경매장을 둘러보았다.더 이상 손을 드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이 그림은 형이 가져가시겠네요.”“응. 낙찰되면 바로 나가자.”제헌은 이 일에 시간을 오래 쓰고 싶지 않았다.제헌에게 큰 흥미가 없어 보이자, 지후도 더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경매사가 망치를 들어 올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다른 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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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하지만 하준은 그 그림이 제헌의 손에 들어갔다가... 이람에게 다시 건네지는 상황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연훈에게 투덜댔던 말 그대로였다. 유치하고, 철없는 고집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하준은 결국 그렇게 했다.그 그림은 창고 가장 구석에 던져졌다.머지않아 먼지가 쌓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이 될 것이 분명했다.하준은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둬들인 뒤, 창고 문을 닫았다....하준이 출장을 간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이람은 계산해 보았다. 하준이 이 집으로 이사 와서 실제로 머문 건 고작 이틀이었다.그 뒤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일상에 딱히 변화는 없었다.이람은 달력을 펼쳤다.강수철 회장의 생일은 이제 딱 두 주 뒤.정확히 말하면, 아직 3주가 남아 있었다.이람은 강 회장을 제외하고는 이미 강씨 집안 사람들을 전부 차단해 둔 상태였다.그런데도 지금까지 강 회장에게서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강 회장은 이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다면 분명 연락이 왔어야 했다.안부 전화조차 없다는 건, 제헌이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이람은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제헌이 말하지 않는 건, 자기 체면이 깎이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혹은 이람이 먼저 나서서 모든 결과를 감당하길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강씨 집안 사람들의 눈에 이람은 애초에 이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한 쪽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이혼을 먼저 요구했다?그건 곧, 좋은 집안에 시집가 놓고도 복을 제 발로 걷어찬, 분수도 모르는 여자라는 평가로 이어질 게 뻔했다.제은이 바로 그런 예였다.‘이혼하면, 욕은 전부 내가 먹겠지.’이람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이혼사실확인서를 손에 넣는 것.그걸로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남이 떠드는 말이야 이제 와서 크게 상관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아무 말 없이 모든 비난을 떠안을 생각도 없었다.이람은 제헌이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게 만들 생각이었다.강수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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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이람과 민서의 자리는 하유리와 예정안 자리에서 몇 줄 뒤였다.유리와 정안이 앞줄, 이람과 민서는 그 뒤쪽에 앉아 있었다.통로를 지나며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알아봤다.유리는 늘 그랬듯, 이람을 눈에 담지 않았다.한 번 힐끗 보더니, 미묘한 불쾌감을 담은 채 시선을 거둬들였다.정안은 예전에 민서와 사실상 ‘결별’에 가까운 마무리를 한 사이였다.애초에 친분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그 후로는 몇 년간 거의 왕래도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원수처럼 껄끄러운 관계도 아니었다.정안과 민서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지만, 둘 다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렸다.오히려 정안의 시선은 이람에게로 향했다.정안은 이람이 제헌의 전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무심코 두어 번 더 눈길이 갔다.그리고 그 순간, 정안은 처음으로 자기 눈을 의심했다.이람은 지나치게 담담하고, 차분했다.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는 오히려 엄격하고 단정할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하준에게 기대어 올라타기 위해 제헌과 이혼한, 계산 빠른 야심가라는 소문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이람의 외모와 분위기로 보아, 누군가에게 아첨하거나 비위를 맞추는 얼굴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출세를 위해 자신을 돈에 팔아 넘기는 모습 역시 상상하기 어려웠다.무엇보다 가장 이질적인 건, 이람의 기질과 기세였다.타인을 발판 삼아 올라가려는 사람이라면, 마음 한켠에 늘 불안이 있기 마련이다.시선은 흔들리고, 주변의 평가와 눈길에 과도하게 민감해진다.하지만 이람은 달랐다.시선을 마주치면, 그 안에 확고한 중심이 느껴졌다.서두르지도, 피하지도 않는 눈빛.‘나는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여유.그런 태도는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정안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바로 그거였다.‘사람이 정말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는 건가?’‘겉이랑 속이 완전히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건가?’그때, 유리는 정안이 계속 이람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유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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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민서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무리 곱씹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애초에 자신과 정안은 이미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었다.굳이 이유를 캐묻고, 명확히 할 필요도 없었다.민서는 다시 이람을 바라보았다.이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얼굴이었다.상관없는 사람은, 애초에 이람의 주의를 빼앗을 수조차 없었다.‘나도... 조이람 태도를 좀 배워야겠네.’...경매는 차분하고 질서 있게 진행됐다.곧 명가의 그림 작품 차례가 돌아왔다.경매사가 시작가를 부르자 이람은 잠시 상황을 지켜봤다.이천만 원에서 사천만 원으로 올라갔을 때, 이람이 처음으로 패들을 들었다.뒤따르는 입찰자는 많지 않았다.육천만 원을 넘기자 더 이상 손을 드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정안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그 순간 유리가 패들을 들려는 걸 보았다.“선배, 이 작품 마음에 드세요?”유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전 에메랄드 쪽이 더 취향이신 줄 알았어요.”정안은 아까 유리가 그 앞에서 꽤 오래 머물렀던 걸 떠올렸다.“선배가 원하시면, 이건 제가 선물로...”유리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내가 할게.”“금액도 크지 않잖아요.”정안은 유리의 말을 막고, 단숨에 가격을 1억 원으로 올렸다.그 금액이 바로 이람이 생각해 두었던 예산이었다.민서는 유리가 패들을 들던 순간을 똑똑히 보았다.그리고 곧이어 정안이 나선 것까지.이 상황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민서는 얼굴을 굳힌 채 이람을 보며 말했다.“너... 여기서...”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람은 이미 패들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2억 원입니다.”민서는 이람의 예산을 알고 있었다.또 이람이 감정에 휘둘려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람은 단숨에 2억 원을 불렀다.이건 계산이 아니라 감정이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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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민서는 정말로 말리고 싶었다.하지만 앞에서 이미 이람이 한 번 크게 질러 버린 상황이었다.이람은 분명히 마음을 굳혔다. 그 그림을 끝까지 끌어올려서라도 판을 뒤흔들 생각이었다.민서는 벌써부터 이람이 이번에 이 그림 때문에 잃게 될 돈이 아까워 죽을 지경이었다.그런데 그때, 아무 예고도 없이 이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민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람을 따라갔다.표정에는 순수한 혼란이 떠올랐다.‘뭐야...? 지금 이람이 왜 일어나?’‘설마 서서 다시 올리려고?’‘내가 반드시 가져간다는 기세를 보여 주려는 건가?’민서는 그 장면을 상상하는 순간, 얼굴을 감싸 쥐고 싶어졌다.‘아, 너무 사회적 사망인데...’“너 지금 무슨 눈으로 보는 거야?”이람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비싸. 이 가격에는 안 사. 가자.”민서는 영문도 모른 채 이람을 따라 경매장을 빠져나왔다.걸을수록 의문은 더 커졌다.“잠깐만.”이람은 정말 말 잘 듣는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다.민서는 위아래로 이람을 훑어보다가 그제야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설마... 연기한 거야?”“하유리가 갖고 싶어 하는 것 같길래.”이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그냥 주자니 좀 아깝잖아.”이람은 분명히 보고 있었다.유리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큰 관심이 없었다.이람이 입찰하자 따라붙었을 뿐이다.그렇다면 끝까지 끌어올려서, 제대로 손해를 보게 만드는 게 맞았다.민서가 물었다.“하유리가 안 따라오면 어쩌려고?”“하유리 성격에 나한테 지는 건 못 참아.”이람은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게다가 예정안도 있잖아. 자기 돈 아니니까 크게 아까워하지도 않을 거고.”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유리는 민서와 이람을 은근히 깔보는 타입이었다.그런 사람일수록 사소한 곳에서라도 우위를 점하려 한다.그래야 스스로가 더 대단해 보이니까.“와, 너 완전 연기 쩐다.”민서가 말했다.“나도 진짜로 네가 끝까지 갈 줄 알았어.”이람은 너무도 침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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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하지만 유리의 말은... 단순히 편을 드는 수준이 아니라 앞으로는 정면으로 맞설 수도 있다는 뉘앙스에 가까웠다.‘그 정도까지 갈 일인가?’‘뭐, 상관없지.’예정안은 원래 성격이 유순했다.굳이 따지고 들며 신경 쓸 만큼의 일도 아니라고 판단했다....이람은 결국 그 그림을 낙찰받지 못했다.대신 백자 다기 세트를 하나 골라, 선물은 무사히 준비했다.결과적으로 오후 시간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다.저녁에는 민서와 함께 외식으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고, 이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밖에서 식사를 해결했으니 진영자가 따로 올 일도 없었고, 집 안은 조용했다.이람은 딱히 불편하진 않았다.다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하준이 아직도 출장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의외였다.‘서하준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시차 때문인지, 이람은 하준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대신 남진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 일정을 물었다.[내일 오후 2시 도착입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이람은 공항에 마중나가기로 마음먹었다.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이람 스스로도 깊이 따져 보지는 않았다.어차피 함께 지내는 사이였다.서로 돕고 배려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일주일 전, 하준은 술에 잔뜩 취한 이람을 데려다줬고, 머리카락까지 말려 주었다.그 정도였으면, 이람도 출장으로 고생했을 하준을 공항에서 맞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다음 날.오후 1시 반.이람은 하준이 도착할 항공편의 VIP 전용 통로에 30분 일찍 도착했다.이곳에는 작은 휴게실이 있었고, 이람은 여기 앉아 있으면 하준을 맞이할 수 있었다.아직 삼십 분이 남아 있었다.이람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차를 몰고 왔기 때문에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도 수월했다.이람은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리고, Lugi-X 개발과 관련한 초기 준비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이건 민서와 미리 맞춰야 할 부분들이었다.이람은 늘 준비를 끝내 놓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몰입하는 타입이었다.한 10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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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이람은 잠시 멈칫했다.이곳에 오면서 하준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하준에게 이미 마중 나온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이제 몇 분 남지 않았다.이람은 굳이 자리를 피할 생각도 없었다.“설마... 여기에서 일하려고 온 건 아니죠?”연나는 전혀 숨기지 않고 비꼬았다.“공부 잘하는 사람은 역시 다르네요. 주말 시간도 안 쉬고 쓰는 거 보면, 매번 1등만 하셨나 봐요?”이람은 천천히 눈을 들어 연나를 한 번 훑어봤다.이람은 학창 시절 내내 1등이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치는 순간, 말싸움에서는 이미 밀린다.더구나 이람이 하준과 ‘함께 있는 척’하는 이유는, 하준의 존재를 빌려 불필요한 골칫거리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연나는 연훈의 동생으로 신분 자체는 분명했지만, 성격만 놓고 보면 누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강씨 가문의 아가씨 강제은과는 결이 달랐다.아마도 나이가 조금 더 있어서 생긴 여유일지도 몰랐다.연나의 빈정거림이 한 바퀴 다 끝났을 즈음, 이람은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 부연훈 부대표님의 동생이셨군요. 평소에 부대표님께서 부연나 씨 이야기를 종종 하셨어요.”“동생이 사람 상대하는 데는 좀 서툴고, 말이 직설적이라 괜히 오해를 사기 쉽다고요. 생각 없이 말이 먼저 나올 때도 있다고 하셔서요.”이람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냥 농담인 줄 알았는데, 오늘 직접 뵈니까... 평가가 꽤 정확하시네요. 역시 부대표님은 동생을 잘 아세요.”연나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비스듬히 기대 앉아 있던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이람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그래도 오해하지는 마세요.”이람은 덧붙였다.“저는 부연나 씨 성격이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오히려 귀엽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어릴 때부터 고생 안 하고, 집에서 사랑 많이 받으면서 자란 티가 나서요. 그것도 장점이죠.”연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치 뺨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는데, 곧바로 사탕을 하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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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이람은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아마 하준이 아직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연훈과 하준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VIP 통로로 향했다.연훈은 핸드폰을 한 번 확인하더니 말했다.“연나 왔어.”하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연나한테 마중 오라고 한 적 없어.”연훈이 낮게 덧붙였다.“연나가 혼자 몰래 온 거야. 이따 넌 먼저 가. 내가 연나 데리고 갈게. 네 앞에서 연나가 거슬리게 하는 일은 절대 없게 할게.”연훈은 그동안 연나에게 여러 번 말했다.하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라고.연나는 그때마다 말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듣지 않았다.대답과 다르게 행동하면서, 빙빙 돌아서 계속 하준에게 접근했다.그럴 때마다 연훈은 머리가 아팠다.사실 이번 한 주 내내 연훈은 계속 신경이 쓰였다.귀국하기 전에 하준이 W국까지 한 번 더 날아가 아주 비싼 석조 예술 작품을 하나 사 왔기 때문이다.정말로 예술품이 좋아서라면 이해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돌아갈 필요가 있었을까?연훈은 W국에서 휴가라도 보낼 줄 알고 따라갔다가, 구매만 끝내고 바로 귀국하는 바람에 괜히 따라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사이, 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일주일 내내, 이람 씨한테서 아무 연락도 없었어.’‘이람 씨 혼자 집에 있으면서... 나 없는 게 더 편했던 건 아닐까.’‘나에게 같이 살자고 한 걸,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약 이람이 술에 취해 제헌의 이름을 부르지만 않았어도, 하준은 진작에 이람에게 연락했을 것이다.하지만 그 일은 아직 마음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그래서 하준은 마음을 따라 움직이지 못했다.하준은 다문 입술을 더 세게 눌렀다.‘그래도 다행이야. 이제 곧 집에 가니까?’‘이람 씨를 보면... 괜한 생각도 좀 사라지겠지.’하준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고, 연훈도 더 말하지 않은 채 그 뒤를 따랐다.출입 절차를 통과한 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나가 두 사람 앞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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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하준은 고개를 숙인 채 무심하게 걸어가고 있었다.그리고 몸에서는 늘 그렇듯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런데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이람을 보는 순간, 하준 스스로도 느낄 만큼 냉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빠르게 뛰기 시작한 심장과, 설명할 수 없이 가벼워진 기분이 그 사실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었다.하준은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이람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그대로 다가가다 보면, 자제하지 못하고 두 팔을 벌려 안아 버릴 것만 같아서 이람 앞 약 1미터 지점에서 겨우 멈춰 섰다.키 차이 때문에 고개를 조금 숙인 채 하준이 물었다.“데리러 온다고, 왜 말 안 했어요?”“메시지 보냈어요.”이람이 바로 답했다.하준은 속으로 생각했다.‘말이 안 돼. 내가 이람 씨 연락을 일주일 내내 기다렸는데...’‘비행기 타기 전에 핸드폰도 봤는데, 그땐 메시지 없었어.’하준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이람의 메시지는 불과 몇 분 전에 도착해 있었다.“봤으면, 바로 답했을 거예요.”하준은 차분하게 설명했다.사실 이런 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하지만 이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하준은 그 모습이 조금 신경 쓰여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부연훈 부대표님 동생분이 서 대표님 마중 나오셨던데요.”이람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부연나 씨 안 기다리세요?”하준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이람은 덧붙였다.“미리 부연나 씨가 오시는 줄 알았으면, 저는 안 왔을 거예요.”그 말이 끝나기가 전에 연훈과 연나 남매가 나란히 걸어왔다.연나는 이람을 혼자 봤을 때부터 이미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이람과 하준이 나란히 서 있는 이 장면 자체가 눈에 거슬렸다.연나는 곧바로 연훈에게 달려가듯 말했다.“오빠, 바로 저 사람이야. 조이람. 조이람이 나 괴롭혔어, 나한테 막말하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연나를 가로막았다.방금 전보다 훨씬 차가운 눈빛이었다.온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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