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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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전화기 너머로 피곤한 제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 지금 해외야. 당분간 못 돌아가.]“언제 나간 거야?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얼마 안 됐어.]제은에게 제헌은 늘 집안의 버팀목이었다. 기분은 들쑥날쑥했지만, 못 해내는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제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헌이 언제나 앞에 나서서 막아줬다. 그가 있는 한, 제은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그래서 제은은 그동안 제헌의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오늘은 괜히 말을 꺼냈다.“나 오늘 이람 언니 만나러 갔어. 서하준이랑 같이 있더라.”말을 내뱉고 나서야 제은은 숨을 들이켰다.‘괜히 말했나... 화내는 거 아니야?’전화기 너머는 잠시 조용했다.몇 초 뒤, 아주 담담한 목소리가 돌아왔다.[알고 있어.]“질투 안 나?”이런 건 보통 못 참는 거 아닌가 싶었다.제헌이 낮게 웃었다.[내가 뭘 바꿀 수 있겠어.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만 바꾸는 거지.]제은은 그 말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다만, 어딘가 자조적인 느낌이 들었다.‘진짜로 신경 안 쓰는 건가?’“근데... 오빠답지 않잖아.”[너나 잘 챙겨. 내 일까지 신경 쓰지 말고.]“알겠어!”전화를 끊으려는 기색이 느껴졌다.제은은 다급하게 외쳤다.“잠깐만!”[왜?]“오빠, 그게... 나...”[똑바로 말해.]“나 서하준이랑 좀 더 가까이 지내도 돼?”제헌이 웃었다.[이제 안 무섭냐?]“무섭긴 해! 근데 예전만큼은 아니야.”[갑자기 왜 변했어?]“이람 언니 때문이지! 아니면 내가 왜 먼저 서하준한테 들이대겠어!”제헌의 말투에 비꼬는 기색이 스쳤다.[그러게. 조이람 생기고 나서 서하준 인생이 점점 나아지네.]예전의 하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지금은 사랑도 있고, 활기찬 동생 하나가 곁에 있다.“오빠, 화났어?”제헌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서하준 사이 문제는 네가 끼어들 일 아니야. 서하준도 네 오빠니까, 네가 인정하면 그쪽에서도 널 챙길 거다. 너한테는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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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저녁이 되자 하준이 먼저 이 이야기를 꺼냈다.“앞으로 강제헌이랑 관련된 일은 다 나한테 말해도 돼. 예전엔 내가 그 인간을 너무 의식했어. 지금은 달라.”하준은 이람에게서 많이 위로받고, 회복되고 있었다. 사랑 안에서 점점 안정감을 얻었고, 이제는 제헌과 관련된 작은 일에 혼자 소모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이람은 그제야 숨을 돌렸다.“어쩔 수 없잖아요. 두 사람 생일이 딱 한 달 차이고, 거기에 과거 일까지 있으니까요... 우리 서 대표님, 그건 이해해 주세요.”“당연히 이해하지.”하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오히려 네가 강제헌이랑 관련된 일을 나한테 숨길까 봐 그게 더 무서워.”“나도 당신한테 약속했잖아요.”이람은 분명하게 말했다.“전부 다 말하겠다고요.”하준에게 필요한 건 이런, 망설임 없는 확답 한마디였다.이람은 늘 그걸 정확하게 하준에게 건넸다.하준은 그동안 결혼할 집 인테리어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미 여러 버전의 시안을 받아둔 상태였다.그는 이람을 불러 함께 화면을 보며 하나하나 살폈다.이람은 하준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았다.그저 곁에서 같이 고르고, 같이 고민해줬다....지후는 M국에서 제헌의 생일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1년도 안 됐는데, 진짜 많이 변했네요. 제헌 형, 여기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이에요? 일은 다 정리된 거 아니었어요?”제헌은 소파에 앉아 무심한 눈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딱히 흥미를 느끼는 것도, 집착하는 것도 없어 보였다.“돌아가고 싶지 않아.”지후는 자연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솔직히 말해, 지금 제헌의 모습은 잘 이해되지 않았다.제헌이 그의 시선을 알아차렸다.“할 말 있으면 해.”지후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형, 솔직히 궁금해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태 진짜 안 좋아 보였잖아요. 한동안은 무너질 줄 알았고, 적어도 한 번쯤은 크게 흔들릴 줄 알았어요. 말이 좀 세도 이해해 주세요. 전 형의 그런 감정적인 모습 처음 봤거든요.”지후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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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운이 좋다고?”제헌은 시선을 들어 오랜 친구를 바라봤다. 지후의 얼굴에는 농담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제헌은 비웃듯 냉소했다.“너 어떤 눈으로 보길래 내가 운이 좋아 보인다는 거냐?”“형이 인정하든 아니든...”지후는 담담하게 말했다.“난 형이 꽤 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제헌은 지후 머리가 잠깐 고장 난 게 아닌가 싶었다. 얼굴을 굳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은 분명 제헌의 생일이었다. 그런데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람을 만나기 전, 그 음울하던 시기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더 나빴다.하지만 제헌은 감정에 매달릴 여유가 없었다.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하는 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이.이람이 하준을 선택했고, 두 사람이 함께 제헌의 앞에서 분명히 ‘이별’을 고했을 때부터, 앞으로 제헌의 감정이 더 좋아질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그동안 제헌은 자신을 속이며 버텼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다.남은 건 잔인한 현실뿐이었다.제헌은 기대를 잃었다. 기쁨에 대해서도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됐다.‘하지만 앞으로의 일은...’제헌은 눈을 낮게 내리깔았다. 눈 밑에 깔린 감정이 깊고 무거웠다.지후는 제헌을 오래 알아 온 사람답게, 그가 해외에 나온 이후로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보통 무슨 일이 있으면 제헌은 그에게 말해왔다.말하지 않는다는 건 두 가지 중 하나였다.보안 등급이 너무 높거나 아니면 지후가 알 필요가 없다는 뜻.지후는 더 묻지 않았다.이전의 제헌이 무너져 있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고, 지금처럼 겉으로라도 괜찮아 보인다면 그걸로 됐다....제은은 이서림을 ‘모우 엔터’에 데려가기 전에 먼저 이전 소속사와의 계약을 정리해야 했다.그 일을 직접 제은이 맡았다.서림은 막 업계에 발을 들인 신인이었다. 아는 게 거의 없었고, 소속사가 말하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가스라이팅에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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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제은 씨,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더 주면 안 될까요? 매달 버는 돈에서 기본적인 생활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제은 씨한테 보낼게요. 저를 믿어줘요. 꼭 다 갚을게요.”서림이 그렇게 말하자, 제은은 아주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그 눈빛은 마치 ‘이게 뭐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아주 짧은 찰나, 분위기가 달라졌다.기품 있던 태도는 순식간에 위압적으로 변했고, 어딘가 공격적인 기색까지 섞였다.‘설마... 아니야.’‘제은 씨 같은 사람이 그럴 리가 없을 거야.’‘내가 잘못 본 거야.’서림은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역시나 제은은 여전히 부드럽고 친절한 얼굴이었다.오히려 다정하게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돈 얘기는 급하지 않아요. 서림 씨가 먼저 돈을 벌기 시작한 다음에 해도 돼요. 그리고 서림 씨가 이렇게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데, 돈 버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지금 서림 씨가 자신감 없는 건, 전 회사에서 계속 서림 씨를 깎아내렸기 때문이에요.”“서림 씨가 부족하다고, 안 된다고 말하니까 그걸 그대로 믿은 거죠. 진짜 바보인 것 같아요.”제은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제가 말했잖아요. 친구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하나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 바로 데려가서 만나게 해줄게요.”“성은 ‘조’ 씨고, 사람 정말 좋아요. 다만, 가서 쓸데없는 말 하면 안 돼요. 괜히 심기 건드리지 말고, 얌전히 있으면 아마 당장 서림 씨와 계약해 줄 수도 있어요. 나중에 서림 씨가 뜨면, 돈 많이 벌게 될 거예요.”조급하고 불안하던 이서림의 마음은 제은의 몇 마디에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이렇게까지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은 처음이었다.갑자기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서러움이 올라왔다.서림은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눈물이 하나둘 떨어졌다.“왜 또 울어요? 왜 이렇게 잘 울어요?”제은이 손을 뻗어 서림의 눈물을 닦아줬다.운전석의 건민은 속으로 미친 듯이 눈을 굴렸다.‘저 인간 진짜... 착한 척도 정도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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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서림은 이런 집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거절하려고 입을 열기만 하면, 제은은 아주 미세하게 힘이 실린 눈빛으로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서림은 제은처럼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강단 있으면서도 눈부신 그 눈빛 앞에서는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었고, ‘싫다’라는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제은과 건민, 그리고 로드 매니저까지 모두 떠나고 나서야,서림은 얇은 자기 팔을 꼬집었다.“아...”아팠다.꿈이 아니었다.그제야 긴장이 풀렸다.서림은 가구를 덮고 있던 방진 커버를 하나씩 벗겼다.소파에 앉는 순간, 몸이 푹 잠길 만큼 부드러운 촉감이 전해졌다.그제야 소파가 새하얀 색이라는 걸 깨닫고, 마치 큰 실수를 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집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리고 조심스럽게 식탁 의자에 앉아 쉬었다.그때 핸드폰이 진동이 울렸다.새 회사에서 온 연락인가 싶어 화면을 켰는데, 연예 뉴스 알림이었다.별생각 없이 넘기려다가 기사 제목 속 이름에 시선이 멈췄다.자신을 거의 함정에 빠뜨릴 뻔했던 그 제작자였다.서림은 바로 기사를 열었다.작은 투자 사기가 아니라 노골적인 스캔들이었다.기사를 다 읽고 나니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눈빛이 서늘해졌다.‘연예계는... 정말 이렇게 험한 곳이구나.’그 제작자에게서 불미스러운 사진까지 유출됐다는 내용이었다.사진에는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침대 위에서 지극히 보기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있는 모습이 분명했다.얼굴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고, 술에 취한 기색이 역력했다.본인은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그 제작자는 서림의 옛 소속사 대표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던 사람이었다.그런 인물도 이렇게 당할 수 있다니.‘위에는 또 위가 있구나...’서림은 한동안 손이 떨렸다. 조금 지나자 마음 한편에서는 묘한 안도감이 올라왔다.체면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이니, 이 사진들이 퍼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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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다시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이람은 A시 연예면 기사를 보게 됐다.연예면의 주인공은 아는 사람이었고, 이람은 차마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성모는 어떤 명문가 아가씨와의 혼사 성사 임박이라는 기사도 함께 떠돌고 있었다.성모는 가문과 자신의 위치를 위해 결국 정략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래서 나솔이 미리 그와 헤어진 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괜히 더 깊이 엮여 골칫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든 게 정리된 뒤에 이람이 민서를 붙잡고 함께 나솔을 캐보면 될 일이었다....이람이 일에 치여 지내는 사이 눈 깜짝할 새에 새해가 다가왔다.아무리 바빠도 새해는 넘겨야 했다.H시는 이미 기온이 많이 내려가 사람들 모두가 패딩을 입고 다녔지만, 아직 첫눈은 오지 않았다.이람은 정오 무렵에는 심혜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 하준과 새해를 맞을 예정이었다.오전에는 함께 요양병원에 들러 문수혜를 만났다.문수혜는 지난번 심혜주를 보겠다고 떼를 쓴 이후로 상태가 꽤 안정되었고, 그 뒤로는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지금의 문수혜는 많은 걸 잊어버린 채 한가롭게 뜨개질하는 작은 체구의 노인이었다.문수혜를 만난 뒤,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자리에는 네 사람이 있었다.심혜영, 이람, 이건, 그리고 심태라.태라는 심혜영의 딸로 이람과 이건에게는 사촌 동생이었다.현재는 예술고등학교 미술 전공생으로 그 나이 특유의 냉소와 반항을 그대로 띠고 있었다.후드티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세상만사에 흥미 없다는 듯한 표정.태라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였다.심혜영이 태라를 불러 이렇게 한자리에 모으기까지 아마 꽤 애썼을 것이다.“그런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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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유리는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그걸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오늘 여기까지 온 이유도 애초에 일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유리의 시선이 복잡해졌다. 이어서 억눌린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내가 너한테 졌어.”이람은 그 말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강제헌은 결국 못 잡았어?”“잡는다고?”유리는 이람을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너는 강제헌이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이람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태도가 유리를 미치게 했다.유리는 손을 꽉 쥐며 말을 쏟아냈다.“제헌의 이너서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나는 정말 많은 걸 했어. 그렇게 몇 년을 버텼는데, 제헌 곁에 제대로 남아 있던 여자는 나밖에 없었어. 난 적어도 그랬어.”“내가 제헌 옆에서 가장 특별한 여자라고 생각할 때마다 제헌이 하는 행동들이 날 계속 실망하게 만들었고, ‘내가 착각했나’ 싶게 했지.”“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나한테 잘해주니까. 그게 계속 반복됐어. 나는 제헌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끝내 알 수가 없었어.”유리의 말은 점점 빨라졌고, 억울함은 이람을 향한 것만은 아니었다.자신을 향한 분노이기도 했다.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는 없고, 앞길이 보이지 않는 상태.설령 이람이 아니었어도, 유리는 결국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이람은 그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나는 강제헌이 너한테는 계속 잘해 주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었구나. 그래도... 정말 강제헌답네.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 등을 돌려서 상처를 주고, 가장 무례한 태도와 가장 아픈 말로 말하지. 자기한테는 너도 결국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강제헌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이람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다. 입에 올리는 것조차 피하던 사람을... 이제는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다.이람은 잠시 말을 고른 뒤 물었다.“그래서 나한테 뭘 말하고 싶은 거지?”‘설마, 감정만 쏟아내려고 온 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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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유리는 적어도 깊은 감정의 한가운데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그래서 받은 상처도 이람에 비하면 훨씬 적었다.이람의 말에는 분명 악의가 없었지만, 그건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유리는 그걸 느끼지 못했다.유리는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지금 나를 비웃는 거야? 내가 그렇게 애써서 집착하듯 바라던 사람을 정작 너는 벗어나고 싶다고? 내가 우스운 거야?”이람은 미간을 좁혔다.“그렇게 받아들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네.”“너...”유리는 눈이 붉어질 만큼 분이 치밀었다.원래 이람은 유리가 마음속으로 얕보던 여자였다.그런데 이람은 전문 분야에서도 유리보다 더 단단해 보였다.정작 유리는 제헌의 마음을 한 번도 얻지 못한 채, 이 두 달 가까이 아무 연락도 없는 냉담함에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더 큰 상처를 입은 쪽은 분명 이람일 텐데, 이람은 제헌이라는 이름 앞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그 담담함이 오히려 유리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능력도 밀리고, 감정도 매번 갈피를 못 잡고... 완전히 졌네.’유리는 그렇게 느꼈다.“더 할 말 있어?”이람이 물었다.유리는 감정을 쏟아내기 위해 이람을 찾아왔다. 충동적인 선택이었지만, 말로 내뱉고 나니 숨이 조금 트인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 억울함과 고통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강제헌한테... 연락 온 적 있어?”“없어.”그 대답에 유리는 아주 조금 편해졌다.“나한테는 몇 달째 아무 연락도 없어.”이람은 조용히 말했다.“강제헌은 무슨 일을 하든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야. 사라지고 싶으면 그대로 숨어버리는 사람. 다시 너를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그대로 완전히 남이 될 수도 있고.”그 말 뒤로 둘 사이에는 더 이상 말이 오가지 않았다.침묵이 그대로 흘렀다.15초쯤 지났을 때, 이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순간, 유리는 울었다.이 눈물이 온전히 제헌을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아마도 유리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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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심혜영은 잠깐 멍해지더니, 곧 크게 웃어버렸다.“아이고, 이 집에서 네가 제일 어른 생각하는구나. 걱정 마. 이모는 매일 운동하고 웨이트도 한다. 관리 잘하고 있어. 백 살까지 살 거야.”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이모 백 살까지 사시는 거 지켜볼게요.”이건은 심혜영을 한 번 보고, 이람을 한 번 보더니, 드물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혜영이 나중에 나이 들어서 말 많아진 작은 문수혜만 아니면, 이건은 심혜영을 마지막까지 책임질 생각이었다....이람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하준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자연스럽게 유리가 찾아왔던 이야기도 꺼냈다.“강제헌은 요즘 뭐 하고 있어요? 또 무슨 일을 벌일 줄 알았는데요. 강제헌 성격에 대해서는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나를 좋아하느냐와는 별개로 이렇게 조용할 사람은 아니지 않아요?”하준은 제헌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게 더 이상했다.하준은 계속 제헌을 주시하고 있었다.현재 파악된 바로는 제헌은 해외에서 회사의 다국적 사업을 정리하고, 그 지역에서 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일을 마치면 숙소로 돌아가는 단조로운 생활, 특별한 행보는 없었다.그 점이 가장 이상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았고, 하준도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었다.제헌이라는 불확실한 변수에 대해 하준은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정말로 제헌을 완전히 통제하려면, 강씨 집안을 건드려야 했다.제헌의 권력이 무너진 뒤에야 행동을 제한할 수 있을 테니까.그건 하준의 선택지에 아예 들어 있지 않았다.“현재로선 해외에 있는 이유는 전부 일 때문이야.”하준은 말하면서도 미간을 찌푸렸고, 제헌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하준과 이람도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그 말.하준은 제헌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현재 이람과의 관계는 안정적이었다.둘은 젊은 연인들처럼 하루 종일 붙어 다니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리듬은 놀라울 만큼 잘 맞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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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진결은 부부의 친아들임에도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밀려났다.“집이 좀 누추해서 제대로 대접 못 해 드려요.”박미래는 끝까지 공손한 태도로 이람과 서준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두 사람이 지닌 분위기는 이 작은 집이 감당하기 어려웠다.이미 아주 친근하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박미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이람과 서준은 이 공간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었다.아마 오는 길 내내, 같은 단지 안에서도 시선이 꽤 따라붙었을 것이다.“명절인데 집에서 먹는 게 제일 많이 북적이고 좋잖아요.”이람은 그렇게 말했다.이람의 기억 속에서 가족이 다 함께 밥을 먹은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준은 더했다. 아예 그런 기억이 없을지도 모른다.박미래와 주보승, 진결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이람과 하준은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두 사람 모두 이런 풍경이 싫지 않았다.박미래는 성격이 활달했고, 식사 중에는 자연스럽게 가게 이야기부터 꺼냈다.그러다 늘 그렇듯, 익숙한 질문으로 넘어갔다.“그래서... 두 분,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세요?”진결이 재빨리 말을 끊었다.“엄마, 우리 대표님 사생활은 좀 그만 물어봐요. 괜히 대표님 기분 상하면, 혹시라도 제가 잘리면 어떻게 해요?”박미래는 질문이 과했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웃으면서 화제를 바꿨다.이람과 하준이 함께한 시간이 아직 길지 않았다. 스스로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단정했던 마음도 요즘 들어 아주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이람과 하준은 모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결혼이라는 것도, 누구에게 알릴 필요 없이 구청에 다녀오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다.하지만 결혼 이후에는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이 따라온다.그중 가장 큰 건... 아이에 대한 문제였다.이람은 현재 임신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굳이 마주할 필요 없는 문제였다.하지만 만약 결혼을 전제로 한다면, 이건 반드시 서준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할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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