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이람을 끌어안은 채, 조용히 자기 말을 끝까지 듣고만 있으면, 이람이 결국 자기에게 돌아올 거라고 제헌은 굳게 믿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품 안의 이람이 몸을 비틀며 벗어나려 했다.이내 이람은 제헌을 단호하게 밀어냈다.이람은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몇 번 눌렀다.곧 핸드폰에서 영상 하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이람이 아이를 잃었던 바로 그날, 지후가 보내온 영상이었다.이람은 떨리지 않으려 애쓰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유리 귀국하던 날, 너 걔한테 장미를 한가득 안겨줬지. 네 친구들은 옆에서 신나게 분위기 띄우고, 한번 서로 안아 보라고, 뽀뽀도 해 보라고 떠들었어. 예전에 프렌치 키스를 길게 했던 일까지 입에 올렸고.”이람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안에 눌린 감정은 또렷했다.“네 친구들은 네가 나랑 결혼한 걸 다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었지. 걔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결국 네가 밖에서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야.”“나를 그렇게까지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런 식으로 무시할 수 있었겠어? 걔들이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건, 네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얼마나 가볍게 취급했는지 그대로 드러나.”이람은 숨을 한 번 고른 뒤, 더 아픈 대목을 꺼냈다.“나는 너한테 병원 와서 수술받을 때 같이 있어 달라고 전화했어. 근데 너는 그 전화를 끊었지. 그러고 돌아서서 사람들 다 보는 데서 하유리를 안고 반갑다고 웃었어. 하유리 돌아왔다고 그렇게 기뻐했잖아.”이람은 제헌을 똑바로 바라봤다.“하유리는 그렇게까지 중요했는데, 나는 너한테 뭐였어? 너는 나한테 장미 한 송이도 준 적 없잖아.”제헌은 재생되는 영상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하유리라는 이름을 듣는 것조차 제헌에게는 이미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졌다. 마치 전생의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이람은 제헌의 반응 따위는 보지 않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내가 이 영상을 어디서 봤는지 알아? 병원이었어. 수술 막 끝내고, 혼자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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