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821 - Chapter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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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이람은 이 말을 할 때도 겉으로는 차분했다.하지만 내뱉는 말마다 스스로 자기 상처를 헤집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이람은 가장 가까웠던 엄마의 죽음을 겪은 사람이다.그래서 아픔을 견디는 힘도, 그 상처를 삼키는 힘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했다.남들은 견디지 못할 만큼 아프다고 여기는 일도... 이람은 마음 가장 깊은 데에 꾹 눌러 담을 수 있었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갈 때도 많았다.정말 더는 버틸 수 없을 만큼 몰리고, 고통이 끝까지 차올라야만 이람은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내보일 수 있었다.지금처럼.어쩌면 그것도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일지 몰랐다.너무 큰 충격이 닥치면, 이미 한 번 크게 다친 적 있는 이람의 뇌는 위험을 먼저 감지했다. 이람이 이 일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하면, 감정을 한동안 눌러 버렸다.감당할 수 없는 생각들이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하게 막아 버리는 식으로 자신을 보호한 셈이었다.이를테면 유산했던 아이에 대한 일 같은 것들이 그랬다.처음부터 되짚어 보면, 이람은 그 일을 꽤 빠르게 넘긴 것처럼 보였다.유산에 대해 먼저 입을 연 적도 없었고, 누구에게든 그 일을 꺼내 놓은 적도 거의 없었다.마치 정말로 완전히 그 일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그러다가 제헌이 각종 법률 서류와 임신 검진 기록을 들이밀며, 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람 앞에 들이닥치듯 꺼내 놓았다.그제야 한때 아이를 잃었던 기억과 그때의 상처가 한꺼번에 이람을 덮쳤다.이람의 반응이 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어쨌든 당시 이람은 제헌과 하준, 그리고 두 아이까지 얽혀 있는 이 관계를 감당할 수 없었다.거기에 이미 한 번 아이를 잃어 본 사람이었기에, 자기 유전자를 받은 작은 생명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하지만 아이들을 선택하면, 곧바로 또 다른 문제가 따라왔다.하준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게 두려웠다.설령 처음에는 받아들인다고 해도 하준이 그 마음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고작 8개월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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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여자친구로 지내던 동안만큼은 이람도 하준 앞에서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이 떳떳했다.하준을 배신한 적도 없었다.이람은 그저 하나의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아이들을 택했다.그 선택이 결국 하준을 저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그래서 끝은 이별이었다.하준이 이람을 붙잡지 않았다고 해도,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쪽은 이람이었다.그러니 이람에게는 하준을 원망할 자격도 없었다.게다가 지금 와서 그 일은 중요하지 않았다.이람은 앞으로 하준과 다시 함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런데도 하준이 자기를 얼마나 아꼈는지, 정말 마음이 깊었는지 같은 걸 붙들고 고민하면 괜한 괴로움만 늘어날 뿐이었다.어쩌면 이것 역시 이람의 뇌가 만들어 낸 방어 기제일지 몰랐다.이 문제만큼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스스로를 막아 세우는 것.하준이 흔들림 없이 돌아섰기 때문에 이람도 자기 마음을 더 빨리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그 편이 이람에게는 나았다.그래야 이람은 더 빨리 자기 몫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었다.하준에게 기대고, 하준이 자기와 함께 더 많은 걸 감당해 주길 바라며 희망을 거는 쪽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버티는 쪽으로 갈 수 있었다.기대가 무너지면 정말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제헌에게서 이미 한 번, 사람을 산산조각 내는 식의 고통을 겪었다.이람은 더는 그런 식으로 다시 무너질 수 없었다.어쩌면 자기 안의 방어 본능과, 닥쳐올 위기를 먼저 감지하는 감각이 이람을 이별로 밀어 넣었는지도 모른다.그래도 분명한 건, 이람이 자기 마음을 따라 헤어짐을 택했다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이람이 하준을 좋아하는 마음은 정말로 컸다.그래서 그만큼 헤어지는 일은 실로 고통스러웠다.그 아픔이 너무 커서 이람은 더는 그 부분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제헌은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이람의 가슴 한가운데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핸드폰 속 영상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다.벌써 세 번은 넘어갔다.이쯤이면 제헌도 분명 제대로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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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제헌은 다시금 말문이 막힌 듯 난처해졌다.그러면서도 이람에게 더 바짝 기대어, 이람에게 밴 체온과 향기를 욕심내듯 깊이 들이마셨다.“이람아, 너도 나 사랑한 적 있었잖아. 네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고, 나를 붙잡으려고 했잖아. 너도 나 좋아했을 때 그렇게 쉽게 나를 놓지 못했어.”제헌은 쉰 숨을 내뱉듯 말을 이었다.“굳이 남자 입장에서 볼 필요도 없어. 너 같은 여자 입장에서 봐도 똑같아.”“네가 나를 싫어하는데도 내가 계속 들러붙는 건, 내가 억지 부리는 거고 너를 지치게 하는 거겠지.”“근데 너는 하준을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도 서하준은 끝내 겁먹은 사람처럼 뒤로 물러섰어. 너를 붙잡으려고 제대로 나서지도 않았고. 그건 결국 서하준이 너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는 뜻이야.”제헌의 목소리는 갈수록 낮아졌다.“이제 서하준 생각은 그만해. 다 잊고, 나를 봐.”이람은 제헌의 도발을 받아도 화를 내지 않았다.맞서 부정하지도 않았다.그저 담담하게, 들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네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야. 사귀자고 먼저 말한 건 나였고, 하준 씨는 받아들였어. 헤어지자고 말한 것도 나였고, 하준 씨는 그것도 받아들였지.”“그렇게 보면, 나는 한 번도 하준 씨에게서... 확실하게 선택받아 본 적이 없는 셈일 수도 있겠네.”이람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래도 먼저 놓아 버린 건 나였어. 하준 씨는 어쩌면 마음이 남아 있어도 붙잡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향한 독점욕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나는 하준 씨한테 꼭 유일해야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하준 씨는 이별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겠지. 받아들인 거면, 그냥 그걸로 된 거야.”그 말을 듣는 동안, 제헌은 이람의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물처럼 느껴졌다.아무 파문도 없는, 너무 잠잠해서 무엇도 담아 두지 않는 물 같았다.제헌도, 하준도, 이제는 이람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제헌의 입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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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붙잡는다는 건, 그만큼은 아쉽다는 뜻이다.놓아주면, 그건 결국 하준이... 이람의 선택을 존중한 것이리라.하준은 늘 그랬다.사귈 때도 이람의 뜻을 따랐다.헤어질 때도 이람의 말을 따랐다.그게 바로 이람이 알던, 흠잡을 데 없는 서 대표의 모습이었다.그러니 이람은 그렇게까지 자기 결정을 존중해 준 하준에게 고마웠다.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람의 가슴 한쪽은 계속 저릿하게 쑤셨다.날이 선 것처럼 예민한 통증이었다.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모순투성이다.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늘 더 바라기 마련이다.더 신경 써 주길 바라고, 더 귀하게 여겨 주길 바라고, 있는 그대로 봐 주길 바란다.내가 오면 기뻐하길 바라고, 내가 떠나면 아쉬워하길 바라게 된다.제헌이 씁쓸하게 웃었다.“그러니까 내가 아직도 네 앞에 있을 수 있는 건, 결국 아이들 때문이라는 거네?”이람은 망설이지 않았다.“맞아. 아이들 때문이야.”말이 끝나자마자 제헌은 이를 악문 채 이람을 세게 끌어안았다.그러더니 이람의 얼굴을 감싸 쥐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이람은 바로 눈앞에 있었고, 살결도 맞닿아 있었지만, 제헌은 끝내 이람에게 닿지 못했다. 단 한 겹도, 가닿지 못했다.이람은 손을 뻗어 제헌의 허리를 세게 비틀었다.제헌은 보기 흉하게 몸을 움찔하며 이람을 놓았다.이람은 차갑게 입술을 문질러 닦아 내며 말했다.“나한테서 떨어져.”제헌은 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서하준이 키스하면 괜찮고, 나는 더럽다는 거야? 내 첫 키스도 너한테 준 거였어.”이람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답했다.“내 허락 없이 억지로 하는 키스는... 누구든 싫어.”하준이 이람의 입술을 물어 터뜨렸던 그때도 이람은 두려웠다.겁이 났다.따뜻함이라고는 없는 입맞춤이었다.누구도 그런 걸 좋아할 리 없었다.제헌은 포기하지 못했다.“내가 너한테 키스하고 싶다고 하면, 해도 돼?”이람은 제헌을 보며 낮게 말했다.“강제헌, 너 정말 유치하다.”제헌은 곧바로 받아쳤다.“그럼 어떻게 해야 안 유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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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이건은 여자 하나가 이렇게까지 진저리나게 싫었던 적이 없었다.그래서 제은과는 마주칠 일조차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면 엮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제은을 그대로 지나쳐 아기방으로 들어갔고, 문을 닫아 버렸다.아기방은 꽤 넓었다.이건은 소파에 앉은 제헌을 봤다.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있어도, 제헌에게서 밴 퇴폐적인 기운은 가려지지 않았다.초라해진 모습 속에서도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거만함과 오만은 여전히 숨지 않았다.이건은 곧장 제헌에게 다가갔다.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제헌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묵직한 소리와 함께 제헌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이건은 제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이건의 얼굴에는 겁이라고는 없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다음에 또 우리 누나 건드리면, 그땐 주먹질 한 번으로 안 끝나.”제헌은 이건이 배짱 있는 어린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또래들보다 훨씬 더 일찍 철이 든 타입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제헌이 마음만 먹으면, 손 하나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경호원들에게 이건을 바닥에 눌러 놓게 만들 수 있었다.제헌이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렇게만 해도 이건의 기세쯤은 얼마든지 꺾을 수 있었다.그런데 이건은 이람이 가장 가까이 두고 믿는 사람이었다.제헌은 눈 밑으로 차갑게 내려앉는 기운을 억눌렀다.맞고 돌아간 얼굴을 천천히 바로 세운 뒤, 욱신거리는 입가를 손으로 문지르며 비웃듯 물었다.“나랑 서하준 중에, 너는 누가 더 역겨워?”이건은 한 치도 망설이지 않았다.“둘 다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야. 그래도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너지.”제헌은 입꼬리를 비틀었다.“다음에는 어떻게 우리 누나 지킬 건데?”이건의 대답은 짧고 차가웠다.“네 목숨과 누나의 목숨을 맞바꿀 거야. 내가 누나랑 같이 죽는 한이 있어도.”제헌은 피식 입꼬리를 당겼다.역시 남매는 남매였다.이람이나 이건이나, 한 번 싸늘하게 돌아설 때 보이는 결은 닮았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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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감히 저렇게 나에게 하는 사람은 없어.’제은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조이건, 저 미친개만 빼고는...’제은은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쏟아 냈다.“미친, 지가 뭐라고 나한테 저따위로 굴어? 감히 나한테? 조이건이 우리 강씨 가문 땅 밟고 들어올 수 있는 것도 다 내 여신 덕분이지, 지가 잘나서야?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뻗대?”“고작 게임회사 하나 굴리는 주제에? 나는 마음만 먹으면 그런 회사 두세 개쯤 눈 하나 안 깜빡하고 사 버리는데.”“내가 조카들한테 툭 던져 주는 회사 아무거나 하나만 해도, 조이건 그 허접한 게임 회사보다 훨씬 값나가지. 그런데 그런 조이건이 감히 나를 사람 취급도 안 해?”제은은 이람과 이건을 철저하게 따로 봤다. 자기 눈에 들면 하늘 끝까지 떠받들 수 있었고, 마음에 안 들면 바닥까지 짓밟아도 아무렇지 않았다.“내가 돈 주고 데리고 노는 애들도 조이건 같은 스타일로는 안 골라. 그런데 저게 감히 나를 무시해?”제은은 성질이 뒤틀리면 사람을 끝도 없이 깎아내릴 수 있었다.물론 제은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전부 사실이었다.제은은 실제로 돈을 써서 곁에 둔 남자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반짝거리는 연예인 같은 부류였고, 질리면 미련 없이 버렸다.그런 제은의 눈에 이건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애송이 같았다.그런 주제에 감히 자기를 건드렸다.건민은 오랜 친구로서 변덕 심한 제은이 화를 풀 때 어떤 순서로 폭발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제은이 입에 담을 수 있는 험한 말을 한바탕 다 쏟아 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근데 내 생각엔, 조이건이 네 오빠까지 때렸잖아. 그걸 네 오빠가 그냥 넘어간 거면, 저 개새끼 손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그게 바로 제은이 이건만 보면 더 열 받는 이유이기도 했다.힘으로도 누를 수 없고, 뒤에서 조용히 건드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제은도 나름대로는 이건을 좋게 대한 적이 있었다.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웃으며 대한 적도 있었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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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최근에야 그 영상이 이람에게 전달된 거라면, 그나마 별문제 아닐 수도 있었다.하지만 하유리가 귀국하던 바로 그날, 그 영상이 이람에게 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그렇다면 제헌은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었다.그래도 지금 제헌은 지후에게 따질 여유 따위는 없었다.제헌의 머릿속은 온통 이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제헌이 이람에게 했던 말은 전부 진심이었다.제헌은 절대 이람을 포기할 수 없었다.사실 제헌도 알았다.하준 역시 이람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걸.그런데도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왜 하준이 석 달이나 이람을 내버려둘 수 있었는지.고작 차인 것뿐인데.제헌은 이혼까지 당했다.예전에 이람은 제헌을 좋아했을 때, 오랫동안 직접 다가오고, 붙잡고, 마음을 얻으려고 애썼다.그런데 하준 쪽은 어땠는가?여자가 헤어지자고 한마디했다고, 자존심이 그렇게 상하고, 체면이 무너지고, 자신감마저 송두리째 꺾여 버린 건가?정말 그렇다면, 제헌은 하준이 더더욱 한심하게 여겨질 뿐이었다.그건 하준을 두둔하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오히려 제헌은 하준을 잘 알았다.제헌이 아는 하준이라면, 아직 이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한 절대 손을 놓을 리 없다.겉으로 조용해 보여도, 뒤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을 가능성이 더 컸다.그래서 제헌은 더 다급해졌다.하준은 드러내지 않고 버티다가 때가 되면 단번에 급소를 찌르는 쪽이었다.제헌은 이미 아이들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걸 손에 넣었다.하지만 입장이 반대로 바뀌면, 그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제헌은 더 서둘렀다.이람의 마음을 흔들어서 다시 자기 쪽으로 돌려세우고 싶었다.그런데 제헌은 오늘 직접 눈으로 확인해 버렸다.이람의 마음 깊은 곳 자기 상처를 꺼내 보였다.그제야 제헌은 알았다.자기가 남긴 상처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무겁다는 걸.그러니 이람을 되찾는 일도 더 어려울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어쩌겠는가?제헌은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정말 포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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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이람은 그런 제헌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너도 이제 애는 아니잖아. 그런데 무슨 선물을 바라?”제헌은 곧바로 답했다.“선물 자체가 갖고 싶은 게 아니야. 네가 나한테 주는 뭔가를 받고 싶은 거지.”이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요즘 제헌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앞으로 협업을 매끄럽게 이어 가기 위해서라도, 같이 일하는 상대에게 공항에서 산 작은 선물 하나쯤 건네는 건 사람 사이에 흔히 있는 정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관계를 너무 뻣뻣하게 두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었다.“두고 봐.”이람은 그렇게 말한 뒤, 다시 한번 아기들에게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제헌은 이람이 일주일이나 비운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불안이 훅 올라왔다.결국 제헌은 이람이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와중에도, 억지로 이람을 끌어안았다.얼굴을 이람의 목덜미에 묻은 채 낮게 말했다.“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이람은 짜증을 누르며 제헌을 밀어냈다.“내가 말했지. 내 허락 없이 함부로 안지 말라고.”하지만 제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잠깐만, 잠깐만 안고 있을게. 안 돼?”이람은 화도 나고 질리기도 했다.“내가 그 영상 또 틀어 줘야 정신 차리겠어?”그 말에 제헌의 몸이 바로 굳었다.제헌은 이람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제헌은 가라앉은 눈으로 이람을 바라봤다.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안을 간신히 눌러 삼키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조금씩, 하나씩 다 갚아 나갈게.”이람은 잠깐 제헌을 바라봤다.그러다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이람이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탄 직후였다.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이람이 화면을 열어 보자, 하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그걸 보는 순간, 이람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지만 이미 메시지는 삭제된 뒤였다.조금만 더 빨리 확인했으면, 하준이 무슨 말을 보냈는지 볼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이람은 잠시 하준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 주길 기다렸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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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모든 감정이 가슴안에서 들끓으며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거대한 파도와 산사태가 동시에 덮쳐 오는 것처럼, 그 격한 충격이 제헌을 집어삼켰다.그런데 사람에게는 겉모습이라는 껍데기가 있다.제헌은 지금도 대표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말끔한 정장을 걸친 채, 아주 차분한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겉으로 보기만 하면, 지금 제헌의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다.윤정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도 제헌은 몇 초가 지나서야 윤정의 존재를 알아챘다.그리고 그다음이었다.윤정은 제헌이 똑바로 서 있다가 갑자기 힘이 빠진 사람처럼 두 손으로 책상을 짚는 모습을 봤다.제헌은 그대로 고개를 깊이 숙였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기 시작했다.숨소리는 갈수록 가빠졌고, 결국 제헌은 넥타이를 풀어 헤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키가 큰 제헌은 원래도 곧고 압도적인 체격을 가진 사람이었다.몸에 맞게 재단된 정장은 제헌을 더 고급스럽고 위압적으로 보이게 했다.그런데 지금은 양팔 쪽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선만 봐도, 얇은 원단 아래 근육이 얼마나 단단히 굳어 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거칠어진 숨소리가 점점 더 커질수록, 제헌의 안색도 달라지기 시작했다.서서히 핏기가 빠져나가며 창백해졌고, 이마 위로는 힘줄이 끊임없이 꿈틀거렸다.누가 봐도 엄청난 충격을 받은 사람 같았다.아니면, 차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언가를 마주한 사람 같았다.윤정은 너무 놀라서 곧장 제헌 쪽으로 다가갔다.윤정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바짝 긴장했다.목소리를 낮춘 채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제헌은 윤정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돌아온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그런데 제헌의 눈빛을 마주한 윤정은 그대로 숨이 멎는 듯했다.사납고, 날카롭고,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찢어 버릴 듯한 눈이었다.윤정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강... 강 대표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제헌은 입술을 떼며 말했다.“모진이랑 모연이가 없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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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사업이나 권력을 쥐는 데에는 그 방식이 통할지 몰라도... 여자를 다시 붙잡겠다고 들이대는 데에는 오히려 완전히 역효과였다.윤정은 예전에 제헌이 해외에서 몰래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놀랐다.그런데 한편으로 이상하게도 ‘강제헌이라면 정말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윤정은 여자였다.그래서 속으로는 오직 하나만 빌었다.제헌 같은 사람은 절대로 자기 인생에 엮이지 않기를.한 번 저런 사람에게 붙잡히면, 온몸이 다 벗겨질 만큼 시달려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그야말로 악몽 같은 존재였다.제헌이 원래부터 그런 성격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제헌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쥔 사람이었다.재벌가에서 자랐고, 부족함 없는 도련님으로 성장했다.부모가 있었고, 할아버지가 있었고, 가문 전체가 제헌의 울타리였다.거기에 머리까지 좋았고, 개인 능력도 뛰어났다.권력도, 돈도, 여자도 제헌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손만 뻗으면 닿는 것들이었다.제헌은 원하는 게 있으면 당연히 자기 것이 되어야 한다고 여겼다.그래서 이람을 잃고 나서도, 제헌은 다시 빼앗아 오려 했다.제헌은 그걸 집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상대를 괴롭히고 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쪽은 더더욱 아니었다.제헌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하준이라는 ‘예외’를 대할 때도 똑같았다.제헌이 갖고 싶은 것은 원래 제헌의 것이어야 한다는 감각, 그게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제헌 뼛속 깊이 박혀 있었다.오만했고, 그래서 더 당연하다고 믿었다.그것이 제헌이 늘 과격하게 움직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하지만 윤정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세상에서 가장 큰 변수는 결국 사람이었다.사람은 마음먹는다고 강제로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지금은 거기에 아이들까지 더해졌다.아이들은 더 큰 변수였다.일이나 권력은 다르다.누가 어떤 자원을 쥐고 있는지, 이해관계가 어떻게 나뉘는지 비교적 분명했다.원하는 걸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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