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은 다시금 말문이 막힌 듯 난처해졌다.그러면서도 이람에게 더 바짝 기대어, 이람에게 밴 체온과 향기를 욕심내듯 깊이 들이마셨다.“이람아, 너도 나 사랑한 적 있었잖아. 네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고, 나를 붙잡으려고 했잖아. 너도 나 좋아했을 때 그렇게 쉽게 나를 놓지 못했어.”제헌은 쉰 숨을 내뱉듯 말을 이었다.“굳이 남자 입장에서 볼 필요도 없어. 너 같은 여자 입장에서 봐도 똑같아.”“네가 나를 싫어하는데도 내가 계속 들러붙는 건, 내가 억지 부리는 거고 너를 지치게 하는 거겠지.”“근데 너는 하준을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도 서하준은 끝내 겁먹은 사람처럼 뒤로 물러섰어. 너를 붙잡으려고 제대로 나서지도 않았고. 그건 결국 서하준이 너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는 뜻이야.”제헌의 목소리는 갈수록 낮아졌다.“이제 서하준 생각은 그만해. 다 잊고, 나를 봐.”이람은 제헌의 도발을 받아도 화를 내지 않았다.맞서 부정하지도 않았다.그저 담담하게, 들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네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야. 사귀자고 먼저 말한 건 나였고, 하준 씨는 받아들였어. 헤어지자고 말한 것도 나였고, 하준 씨는 그것도 받아들였지.”“그렇게 보면, 나는 한 번도 하준 씨에게서... 확실하게 선택받아 본 적이 없는 셈일 수도 있겠네.”이람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래도 먼저 놓아 버린 건 나였어. 하준 씨는 어쩌면 마음이 남아 있어도 붙잡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향한 독점욕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나는 하준 씨한테 꼭 유일해야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하준 씨는 이별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겠지. 받아들인 거면, 그냥 그걸로 된 거야.”그 말을 듣는 동안, 제헌은 이람의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물처럼 느껴졌다.아무 파문도 없는, 너무 잠잠해서 무엇도 담아 두지 않는 물 같았다.제헌도, 하준도, 이제는 이람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제헌의 입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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