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람은 눈앞에 놓인 것들을 보고, 지후가 오늘 왜 여기 온 건지 대강 짐작했다.솔직히 말하면, 몹시 뜻밖이었다.지후와 가까워진 지난 시간 동안, 이람이 느낀 건 지후의 유쾌함과 안정감 있는 태도,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능숙한 자세, 유난히 대화를 잘 이끄는 재주였다. 어쩌면 이람이 지후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지후의 성격이 친구로 두기에 무척 잘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남자로서 자신을 좋아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이람은 문득 예전에 하준의 고백을 받아들이고 사귀게 되었던 날이 떠올랐다.그날 지후에게 전화가 왔었다. 제헌이 열이 난다며, 한 번 와서 보라고 했었다. 물론 이람이 그곳에 갈 리는 없었다.그런데 지후는 이람이 하준과 사귀게 된 일에 몹시 궁금해했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 이람은 어딘가 조금 이상하다는 기분을 느꼈다.두 사람의 관계는 그저 몇 번 마주치고 몇 마디 나눈 정도에 불과했다. 친하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지후는 제헌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런 지후가 어째서 친구의 전처가 새로 시작한 연애에 관심을 보이는지, 그게 쉽게 납득되지는 않았다.그때 이람은 잠깐 의심했다. 하지만 곧 스스로 너무 오지랖을 떨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지후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 하나 분명하게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까.무엇보다 이람의 삶에서 지후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람에게는 자기 생활이 있었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제헌과 관련된 일들은 오래전에 마음 한구석에서 밀려나 있었고, 그 일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이제야 비로소 다시 떠올랐을 뿐이었다.지후가 이렇게까지 격식을 차린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람은 그때 스쳐 지나간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정말 이상했다.‘고지후가 나를 좋아한다고?’이람은 어릴 때부터 얼굴도 예뻤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다만 정말로 이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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