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정말 자게만 해 주려는 거야?’지난번에 만났을 때 하준은 이람에게 억지로 입을 맞췄다. 오늘은 이람이 예상했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다. 그래서 하준을 보는 것이 조금 겁이 났고, 자꾸 더 끔찍한 쪽으로 생각이 뻗어 나갔다.그런데 하준이 이람에게 한 말은 가서 푹 자라는 것뿐이었다.지후에게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미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그게 하준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뒤로도, 이람은 계속 편히 잠든 적이 없었다. 재원의 전화를 받은 뒤부터는 모든 일의 흐름이 아예 이람의 상상을 벗어나 버렸다.제헌이 사람을 붙여 자신을 감시했고, 아이들은 하준이 데려갔다. 이람은 곧장 차를 몰고 하준을 찾아왔고, 그 자리에서 하준과 제헌이 서로 주먹질을 하는 장면까지 마주쳤다. 거기다 하준의 과거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이람은 밤을 꼬박 새운 상태였다. S시에서 J시까지 날아왔고, 이른 아침부터 계속 충격이 연달아 닥쳤다.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 쇠로 만든 몸이라 해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하준이 그렇게 말하자, 이람은 자신이 지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후는 이미 하준이 다른 곳으로 보냈다. 차를 몰고 이곳에 들어오면서도 알게 되었다. 여기는 보안 수준이 아주 높았다. 지금 이람의 몸 상태와 정신 상태로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일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차라리 기운을 추슬러 놓고, 그다음 방법을 찾는 편이 나았다.이를테면 하준을 잘 설득해 보는 거였다. 괜히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어쩌면 길이 생길지도 몰랐다.‘아무리 그래도 서하준이 정말 나랑 아기들까지 여기 가둬 두겠어?’이람은 더는 소용없는 버티기를 포기하고, 하준의 손을 밀어내고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했다.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준의 시선은 계속 이람에게 머물러 있었다. 이람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전남친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상태에서 잠든다는 것도 몹시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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