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유빈은 거울 속 자신을 향해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우습고도 쓴웃음이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그녀가 얻은 것은 젊은 날 갈망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으니까.돈, 인맥, 명성 이 모든 것이 고이한이 준 것이었다. 10년 동안 그의 사람을 얻지 못한 것을 빼고는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그러니 이제 두 눈 똑똑히 뜨고 소예지가 고이한의 딸을 데리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그날을 지켜보면 됐다. 아마 윤하준이 아닌, 임현욱이라는 그 군인일 터였다.소예지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른 남자 곁에 서는 순간 고이한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때 고이한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 떠오를까. 억울함일까, 고통일까. 후회일까, 아니면 체념일까.’그 장면이 너무 보고 싶어 기다려질 지경이었다.“그날이 오면 소예지, 내가 꼭 축하해 줄게. 그 군인과 백년해로하길 바란다고.”“그리고 고이한, 당신은 오래오래 살면서 혼자 늙어가길 바랄게.”심유빈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번졌다.소예지의 집에서는 고하슬이 몇 번이나 아래층에 내려가 문을 두드리고 싶다고 졸랐다. 소예지가 없다고 했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함께 내려가 고이한의 방문을 두드렸다.역시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아빠 어디 갔어요?”고하슬이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앞으로 여기 안 오시는 거예요?”“아마도.”소예지가 짧게 대답했다. 사실 그게 소예지가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그럼 보고 싶을 때 어떡해요?”고하슬의 입꼬리가 축 처졌다. 매일같이 아래층으로 달려가 아버지를 볼 수 있었던 요즘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다.소예지가 어떻게 달래 줄까 생각하던 찰나 등 뒤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안 온다고 했어?”소예지가 화들짝 몸을 돌렸다. 고이한이 언제 왔는지 엘리베이터 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아빠!”고하슬이 작은 새처럼 훌쩍 날아가 그의 품에 안겼다.“아빠, 어디 갔다 왔어요? 많이 보고 싶었어요.”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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