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이한은 바로 이런 남자였다.냉정하고 이성적이고 빈틈 하나 없이 계산하며 모든 것을 거래의 패로 삼는 남자.그리고 자신은 스스로를 사냥꾼이라 여겼지만 결국 가장 어리석고 우스운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이한...”심유빈이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 속에 고통과 무력감이 번졌다.“당신, 처음부터 나를 속인 거야?”고이한이 눈을 내리깔아 그녀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득의양양함도 미안함도 아닌 그저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함뿐이었다.“서로 원해서 한 거래잖아. 무슨 속임수가 있어.”그가 담담하게 말했다.“넌 원하던 인맥이랑 명성, 부를 얻었고 난 어머니 건강 지켰어. 각자 필요한 거 가져간 거야. 깔끔한 거래였지.”“깔끔한 거래...”심유빈의 목소리가 갑자기 치솟았다. 울먹임과 원망이 뒤섞였다.“오빠도 알잖아, 내가 오빠 사랑했다는 거. 꼬박 10년이야. 한 여자의 가장 소중한 청춘을 다 바쳤어. 내가 했던 모든 노력, 오빠 옆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 거였어. 근데 당신한테 난 도대체 뭐였어?”억울함과 굴욕이 뒤범벅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이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나한테 마음 흔들린 적 없었어?”바로 그 순간이었다.휴게실 복도 모퉁이에서 가느다란 실루엣 하나가 갑자기 멈춰 섰다.소예지는 스미스 박사와 방안을 의논하러 가던 중이었는데 이런 장면과 마주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박사에게 가려면 반드시 공용 휴게실 옆 복도를 지나야 했고 그 길목에서 그대로 발이 굳어버렸다. 손에 쥔 서류에는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었다.막 돌아서려는 순간 등 뒤로 고이한의 차분한 목소리가 떨어졌다.“심유빈, 난 진작에 말했잖아. 나한테 시간이나 감정 낭비하지 말라고. 우리 거래는 계약서에 다 적혀 있어.”심유빈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돌리다가 시선이 복도 모퉁이로 삐져나온 흰 가운 자락을 포착했다.누구인지 바로 알았다. 소예지였다.눈 속에 원한이 번득였다. 심유빈이 목소리를 높였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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