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박사님, 좋은 아침이에요.”복도에서 마주친 조교가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소예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옅게 미소 지었다.“좋은 아침이에요.”그녀는 그대로 천천히 실험실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기억들은 다시 깊은 곳으로 눌러 담았다.이제는 일할 시간이었다.오전 내내 소예지는 이호연과 함께 다음 단계 실험 준비 회의를 진행했다.프로젝트 진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 방향 역시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었다.기존보다 훨씬 위험 부담이 큰 방식이었지만 그만큼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높았다.점심시간이 되어 두 사람이 구내식당 한쪽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강준석이 식판을 들고 이쪽으로 걸어왔다.“이 박사님, 저 소예지랑 잠깐 둘이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이호연은 금세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별말 없이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편하게 이야기하세요.”그는 식판을 들고 자연스럽게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소예지는 조금 놀란 얼굴로 강준석을 바라봤다.“선배, 무슨 일이야?”강준석은 맞은편에 앉으며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예지야, 내가 요즘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어. 우리 다시 연락 닿게 된 거 기억하지? 먼저 연락한 건 나였잖아. 그때 난 진짜 좋았어. 네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소예지는 조용히 그날 밤을 떠올렸다.강준석이 먼저 메일을 보냈고 마침 온라인 상태였던 소예지가 바로 답장을 했다.그렇게 이어진 첫 통화 이후 두 사람은 스카이프까지 연결하며 자연스럽게 연락을 이어갔다.처음에는 아버지 연구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그러다 강준석이 소예지 이론 몇 개에 깊은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대화는 점점 의학 전반과 연구 방향 이야기로 넓어졌다.오랫동안 혼자 품고 있던 생각들을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두 사람은 서로의 말에 끝없이 빠져들었다.강준석 눈빛에 짙은 자책이 스쳤다.“가끔 그런 생각이 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