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경이 입술을 깨물었다.“언니,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오빠랑 심유빈은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 몇 년 동안 오빠가 심유빈을 곁에 둔 건 전적으로 엄마 병 때문이었어요.”소예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벌써 오래된 일인데, 굳이 다시 꺼내지 않아도 돼요.”“아니에요, 아직 안 지나갔어요.”고수경이 소예지를 똑바로 바라봤다. 눈빛이 단호했다.“오빠 마음속엔 언제나 언니밖에 없었어요. 이혼하고 나서도 오빠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가끔 혼자 서재에 틀어박혀 있기도 하고. 한 번은 서재에서 오빠가 언니 간병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봤어요.”소예지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 시절의 동영상을 솔직히 되찾아서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수경은 소예지가 딴생각에 빠진 걸 눈치채지 못하고 혼자 말을 이어갔다.“언니,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오빠는 이미 잘못을 알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수경 씨.”소예지가 조용히 끊었다.“오빠가 변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근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고수경은 그제야 소예지에게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떠올렸다. 게다가 그 사람도 오빠 못지않았다. 오히려 훨씬 밝고 잘생겼다. 매일 무거운 얼굴로 다니는 오빠를 생각하면, 아무리 잘생겨도 함께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자기라면 두말없이 그 밝은 훈남을 택했을 것이다.고수경은 더 이상 소예지를 붙잡지 않기로 했다.그저 소예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소예지가 필요할 때 곁에서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고하슬을 돌봐주는 것처럼, 묵묵히 힘이 되어주는 것, 그뿐이었다.밤 아홉 시가 되자 고수경은 고하슬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그 후에도 소예지는 노트북 앞을 떠나지 않았다. 새벽이 깊도록 일을 이어갔고 그 사이 이호연과 화상 회의까지 진행하며 다음 실험에 대한 지시를 전달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엿새째 아침이 밝았다.고하슬을 학교에 보낸 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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