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250

1440 فصول

제1241화

나흘째 되던 날 아침.소예지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고하슬은 어린이집에 가 있었고 양희순은 몸을 회복하라며 영양죽을 끓여주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소예지의 마음은 온통 연구실에 가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은 채 노트북을 펼쳐 든 소예지는 좀처럼 일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곁에 누워 있던 젤리는 이미 붕대를 푼 상태였다. 상처에는 딱지가 앉아 있었고 앞으로는 양희순이 단지 안에서만 산책을 시킬 예정이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바깥 화원까지 데리고 나갈 생각이 없었다.오후 다섯 시가 되자 고수경이 고하슬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작은 책가방을 멘 고하슬은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깡충깡충 뛰어 들어왔다. 영락없는 장난꾸러기였다.“엄마 왔어요!”고하슬은 곧장 소예지에게 달려들어 품에 안겼다.긴소매 옷을 입고 있던 덕분에 고하슬은 엄마의 팔이 다쳤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때 고수경이 슬쩍 끼어들었다.“하슬아. 오늘 밤에는 누구랑 자고 싶어?”고하슬은 반짝이는 눈으로 소예지를 올려다봤다.“엄마. 저 아직도 고모랑 자도 돼요? 엄마 왔으니까 이제 못 자는 거 아니에요?”소예지는 고수경의 배려를 알아차렸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얼마든지.”“예이! 고모 우리 또 같이 자는 거야!”고하슬은 신이 나 머리를 흔들며 환호했다.양희순이 정성껏 차린 저녁상을 함께 먹은 뒤 고수경은 고하슬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 의외로 고하슬은 제법 잘 따라 했다. 다음 어린이집 발표회 무대에 서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듯했다.소예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일을 하면서도 방 안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얼마 뒤 고하슬이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자 고수경이 물을 마시러 밖으로 나왔다.그러다 무심코 소예지의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복잡한 데이터와 수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고수경은 새삼 감탄한 얼굴로 소예지
اقرأ المزيد

제1242화

고수경이 입술을 깨물었다.“언니,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오빠랑 심유빈은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 몇 년 동안 오빠가 심유빈을 곁에 둔 건 전적으로 엄마 병 때문이었어요.”소예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벌써 오래된 일인데, 굳이 다시 꺼내지 않아도 돼요.”“아니에요, 아직 안 지나갔어요.”고수경이 소예지를 똑바로 바라봤다. 눈빛이 단호했다.“오빠 마음속엔 언제나 언니밖에 없었어요. 이혼하고 나서도 오빠 많이 힘들어 보였어요. 가끔 혼자 서재에 틀어박혀 있기도 하고. 한 번은 서재에서 오빠가 언니 간병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봤어요.”소예지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 시절의 동영상을 솔직히 되찾아서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수경은 소예지가 딴생각에 빠진 걸 눈치채지 못하고 혼자 말을 이어갔다.“언니,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오빠는 이미 잘못을 알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수경 씨.”소예지가 조용히 끊었다.“오빠가 변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근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고수경은 그제야 소예지에게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떠올렸다. 게다가 그 사람도 오빠 못지않았다. 오히려 훨씬 밝고 잘생겼다. 매일 무거운 얼굴로 다니는 오빠를 생각하면, 아무리 잘생겨도 함께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자기라면 두말없이 그 밝은 훈남을 택했을 것이다.고수경은 더 이상 소예지를 붙잡지 않기로 했다.그저 소예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소예지가 필요할 때 곁에서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고하슬을 돌봐주는 것처럼, 묵묵히 힘이 되어주는 것, 그뿐이었다.밤 아홉 시가 되자 고수경은 고하슬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그 후에도 소예지는 노트북 앞을 떠나지 않았다. 새벽이 깊도록 일을 이어갔고 그 사이 이호연과 화상 회의까지 진행하며 다음 실험에 대한 지시를 전달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엿새째 아침이 밝았다.고하슬을 학교에 보낸 뒤에도
اقرأ المزيد

제1243화

“고 선생님, 집에 간장이 떨어졌네요. 근처 마트 좀 다녀올게요. 사모님 팔이 아직 불편하니 좀 같이 있어 주세요!”양희순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선물 상자를 장식장 위에 올려두고 재빨리 현관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소예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양희순이 일부러 자리를 비켜준 것이었다.현관문이 닫히자 집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괜히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소예지는 결국 노트북을 덮었다.어느새 맞은편 소파에 앉은 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시선이 향한 곳은 얼굴이 아니었다.그의 눈은 줄곧 붕대가 감긴 소예지의 팔에 머물러 있었다.“상처 아직도 아파?”“안 아파.”소예지가 시선을 내리깔며 짧게 답했다.“이번 회의는 잘 끝났어. 나도 많이 배웠고. 그러니까 후속 투자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돼.”고이한이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소예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알겠어.”고이한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지금의 나한테 해명할 자격이 없다는 건 알아. 그래도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당신한테 심유빈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건 내가 그 사람의 가장 미친 모습을 봤기 때문이야.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거든. 그때 당신은 너무 순수했고 나는 당신이 다칠까 봐 두려웠어.”소예지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서 차라리 내가 바보처럼 사는 걸 지켜봤다는 거네.”고이한의 눈빛에 짙은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미안해.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당신한테 가장 큰 상처를 줬어.”소예지는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고이한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언제나 자신감이 넘쳤고 모든 걸 자기 손안에서 통제하려 했다.그 시절의 소예지는 그런 그의 뒤에 숨어 작은 가정을 꾸리며 살아갔다.그때는 그것
اقرأ المزيد

제1244화

고이한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몇 초 동안 멍하니 소예지를 바라보던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대답했다.“안 돼.”예상했던 반응이었다.화해의 기회를 포기하더라도 그 입을 열 생각은 없다는 뜻이었다.“왜?”소예지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그 안에 대체 뭐가 있길래 내가 계속 당신을 미워하는 걸 보고도 끝까지 숨기려는 거야?”고이한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복잡한 감정이 눈빛 깊숙이 뒤엉켜 있었다.“다른 조건은 뭐든 들어줄게. 이것만 빼고. 그리고 장담하는데 그 비밀은 당신과 아무 상관도 없고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는 일은 아니야.”소예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이혼 후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고이한과 마주하면 감정을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새 붉게 물든 눈가가 그 증거였다.“고이한, 당신은 항상 그래. 내가 알아야 할 것과 숨겨야 할 걸 혼자 멋대로 결정하지. 그게 우리 사이의 가장 큰 문제였어.”고이한은 붉어진 소예지의 눈가를 바라봤다.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순간 그의 몸이 굳어졌다.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소예지 앞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려 했다.하지만 손끝이 닿기도 전에 소예지가 그의 손을 쳐냈다.탁.소예지는 다가온 그의 손을 쳐내고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분명한 거절이었다.고이한의 손은 허공에 멈춘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몇 초 뒤에야 그는 천천히 손을 거둬들였고 굳게 쥔 주먹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미안해.”소예지는 손등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재빨리 훔쳤다.지금은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알려줄 생각이 없다면 우리 더 할 얘기 없네.”“소예지...”고이한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소예지가 먼저 말을 잘랐다.“가.”소예지는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그리고 시선을 화면에 고정했다.“나 아직 일해야 돼.”명백한 퇴장 명령이었다.고이한은
اقرأ المزيد

제1245화

산후조리 기간 동안 소예지는 젖몸살을 자주 앓았다.고하슬은 아직 너무 어려 젖을 제대로 빨지 못했고 답답한지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분유를 먹으려 하지도 않았다.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방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늘 고이한이었다. 양희순이 고하슬을 안고 뒤따라 들어가면 소예지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아이를 키워본 양희순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한집에 사는 이상 그런 모습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한밤중이면 고이한이 소예지를 안아 들고 안방과 건넌방을 오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두 사람의 다정한 기척이 느껴질 때마다 양희순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해주곤 했다.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결혼 후 처음 4년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고하슬이 잠든 밤이면 소예지는 늘 고이한의 어깨에 기대 책을 읽었다. 고이한은 한 팔로 소예지를 감싸안은 채 다른 손으로 서류를 처리했고 소예지가 책을 읽다 잠들면 조심스럽게 안아 침실로 데려가곤 했다.그 시절의 별장은 어디를 가도 두 사람의 다정한 흔적으로 가득했다. 정원에서도 그랬고 식탁에서도 그랬으며 거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그때의 소예지는 고이한에게 아낌없이 사랑받고 있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처럼 맑고 순수했고 눈빛에는 언제나 행복한 빛이 어려 있었다.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건 결혼 4년째 되던 해였다.어느 날 공항에서 양희순은 김경환과 함께 귀국하는 고하슬을 마중 나갔다가 한 여자를 보게 됐다.화려하고 당당한 분위기를 가진 여자였다.그 여자는 고이한의 곁에 서서 숨김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에는 동경과 흠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돌아오는 길에 고이한은 양희순을 따로 불렀다.그리고 그 일을 사모님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그날 이후 양희순은 마음 한구석에 팽팽한 긴장을 안고 살았다.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소예지는 결국 눈치채고 말았다.양희순은 깊은 밤 홀로 눈물을 흘
اقرأ المزيد

제1246화

마침내 실밥을 뽑을 차례가 됐다.의사가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아플 수 있어요. 참으셔야 합니다.”첫 번째 실밥을 제거하는 순간, 소예지는 통증에 입술을 세게 깨물며 눈을 감았다.무의식중에 허공을 더듬던 손이 옆에 있던 고이한의 팔을 붙잡았다. 다른 걸 찾을 여유조차 없이 손톱이 그의 팔에 파고들었다.고이한은 팔을 빼지 않고 그대로 잡힌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금방 끝나. 조금만 더 참아.”의사가 실밥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제거할 때마다 소예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고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소리가 새지 않게 안간힘을 쓰는 대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마침내 마지막 실까지 모두 제거되고 소예지는 깊게 숨을 내쉬며 붙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잠시 후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 위에 남은 세 줄의 흉터를 바라봤다. 지네가 기어간 듯 울퉁불퉁한 흉터였다.흉터는 평생 남겠지만 소예지는 이미 개의치 않았다.진료실을 나서며 소예지는 약봉지를 챙겨 들고 고이한에게 말했다.“당신도 이제 가봐.”그때 기사가 다가와 소예지를 차로 안내했고 고이한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기사가 먼저 문을 열려 하자 고이한이 한발 앞서 뒷좌석 문을 열고 소예지를 향해 손짓했다. 소예지는 그의 과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한쪽 손이 다친 탓에 거부할 여유가 없었다. 몸을 숙이자 고이한이 차 문틀을 막아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했다.차 문이 닫히고 소예지의 차량이 병원을 빠져나갔다. 고이한은 자신의 마이바흐로 돌아가 뒷좌석에 올랐고 김경환도 뒤이어 출발했다.고이한은 고개를 숙여 팔을 내려다보았다. 소매를 걷자 선명한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자국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적어도 자신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그때 김경환이 백미러 너머로 고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심유빈 씨 생일이 사흘 뒤인데 이번에도 예전처럼...”“신경 쓰지 마.”고이한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김경환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그래
اقرأ المزيد

제1247화

심유빈은 문득 지루함을 느꼈다. 방기성은 그녀를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대신 신용카드 한 장을 쥐여주며 쇼핑으로 심심풀이를 하라는 뜻을 전했다. 한도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심유빈은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곧 심유빈은 유미나에게 연락해 차를 몰고 오게 했다. 두 사람은 시내 한복판의 가장 고급스러운 백화점으로 향했다.오는 길에 유미나가 미리 확인한 결과, 심유빈이 눈여겨둔 한정판 핸드백이 오늘 출시됐다고 했다. 심유빈의 눈빛이 번뜩이며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사람은 곧장 매장으로 달려갔다.또각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매장 안으로 들어선 심유빈의 시선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놓인 핸드백에 꽂혔다.그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이 가방을 노리고 온 사람이 한둘이 아님을 직감했다.재빠르게 뒤를 돌아본 심유빈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심유빈은 잠시 굳었다가, 눈빛에 스친 당혹감이 곧 특유의 미소로 바뀌었다.“오랜만이네, 수경아.”고수경은 친구 한 명과 함께 있었다. 그 친구는 과거 심유빈과 차를 마신 적이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사실은 몰랐고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유빈 언니. 오랜만이에요!”고수경은 곧장 핸드백으로 시선을 돌린 뒤 매장 직원에게 말했다.“이 가방 포장해 주세요. 선물할 거예요.”“네, 고객님.”직원이 밝게 응했다.“잠깐요.”심유빈이 재빠르게 막았다.“분명히 제가 먼저 보러 온 거잖아요.”고수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돌아서 말했다.“그거 유감이지만 이 가방은 내가 살 거야.”옆에 있던 친구가 놀란 얼굴로 고수경의 팔을 잡았다.“수경아, 너 유빈 언니랑 무슨...”“나중에 설명할게.”고수경은 친구를 잠깐 바라보고 다시 심유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이 가방은 예지 언니한테 줄 거야. 절대 양보 못 해.”심유빈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이내 비웃듯 말했다.“소예지한테 선물한다고? 이제 소예지한테 잘 보이는 법도 배웠네?”고수경이 차갑게 받아쳤다.“예전엔
اقرأ المزيد

제1248화

심유빈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교태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날 밤 네 오빠 엄청 적극적이었는데. 소예지보다 내가 오빠를 더 잘 안다고도 했고...”“닥쳐.”고수경이 이를 악물고 심유빈을 노려봤다.“심유빈, 진짜 역겨워.”“역겨워?”심유빈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나한테 새언니라고 할 땐 안 역겨웠어?”그때 직원이 곱게 포장된 상자를 들고 다가왔고 고수경은 상자를 받아 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장을 빠져나갔다.심유빈은 멀어지는 고수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백화점을 둘러볼 마음은 사라지고 대신 더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고이한에게 받을 선물이었다. 수십억짜리 선물을 그냥 날릴 수는 없었다.“쇼핑은 그만하고 고신 그룹으로 가.”심유빈이 유미나에게 말했다.“유빈아, 고신 그룹에는 왜 가려고?”유미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이한이 이미 만나주지 않겠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당연히 고이한 만나러 가야지.”심유빈은 선글라스를 꺼내 쓰며 눈빛에 어린 야심과 탐욕을 감췄다.한편 고수경은 친구와 헤어진 뒤 차에 올라타자마자 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신호음이 울리자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오빠, 나 방금 백화점에서 심유빈 만났어.”고수경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가 담겨 있었다.“걔가 오빠랑 잤다고 하던데 그거 사실이야?”전화기 너머가 잠시 침묵했다가 곧 고이한의 단호한 부정이 들려왔다.“아니야. 나는 손댄 적 없어.”“근데 걔가...”“그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 다 거짓말이야.”고이한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냉기가 배어 있었다.“그럼 맹세해.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고.”고수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전화기 너머가 잠시 침묵하자 고수경은 재촉했다.“오빠, 빨리 말해. 나한테는 진짜 중요한 일이야.”잠시 후, 체념한 듯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맹세할게. 심유빈과는 어떤 관계도 없었어. 만약 내가 거
اقرأ المزيد

제1249화

잠시 후 김경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의 목소리는 예의 바르면서도 어딘가 형식적이었다.“심유빈 씨, 올라오세요.”심유빈은 고개를 돌려 안내데스크 직원을 쏘아봤다.“이제 내 신분 다시 확인해 볼 생각이 있어요?”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 사이 옆에 있던 동료가 재빨리 손짓했다.곧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심유빈 앞으로 다가왔다.“심유빈 씨,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심유빈은 다시 선글라스를 쓰고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또각또각.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고이한의 전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이곳은 여전히 익숙했다.마치 제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옆에서 안내하던 직원은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분명 지난주 김경환이 직접 메일을 보내 심유빈을 사무실로 안내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이번에는 먼저 만나주기까지 한다.‘설마 두 사람이 다시 화해한 건가? 아니면 아직도 미래 안주인 후보인 건가?’직원은 슬쩍 심유빈을 훑어봤다.공들여 꾸민 모습은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요염하면서도 기품이 있었고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요즘 회사에는 여러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이한을 유혹하려 했다는 이유로 대표실 여자 비서 몇 명이 정리됐다는 이야기였다.실제로 지금 대표사무실 비서진은 전부 남자로 교체된 상태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직원이 한쪽으로 물러서며 말했다.“심유빈 씨, 이쪽입니다.”심유빈은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총재 집무실 방향으로 향했다.복도 중간쯤 이르자 김경환이 직접 마중 나왔다.“심유빈 씨, 고 대표님께서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심유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김경환이 이미 내가 찾아온 이유를 전달했을 텐데 굳이 회의실로 부른 이유가 뭘까.’“김 비서님, 제 부탁은 말씀드렸죠?”심유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김경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말씀드렸습니다. 고 대표님도 그 문제 때문에 부르신 겁니다.”그 말에 심유빈의 기분이 조금 들떴다.‘역시 고이한도 내가 필요하잖아.
اقرأ المزيد

제1250화

심유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꿈도 꾸지 마. 이런 노예 계약에 절대 서명 안 해.”날카롭게 갈라진 목소리가 회의실 안에 울렸다.옆에 있던 김경환이 대신 입을 열었다.“심유빈 씨, 새 계약서를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세요. 기존 계약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입니다.”심유빈은 차갑게 비웃었다.“나한테 유리하다고?”그녀는 원망과 증오가 뒤섞인 눈빛으로 고이한을 노려봤다.“내가 지난 십 년 동안 당신한테 쏟아부은 감정이 얼마인데 결국 얻은 게 뭐가 있었어? 손 한 번 제대로 잡아준 적도 없잖아. 고이한, 서명은 해줄 수 있어. 대신 조건이 두 가지야. 들어줄 수 있는지 한번 들어봐.”심유빈은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렸다.“첫째, 1년간 나랑 자. 둘째, 평생 소예지 다시 만나지 말고 재결합도 하지 마.”옆에서 듣고 있던 김경환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심유빈 씨, 자중하시죠.”그 순간 고이한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회의실 안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왜? 싫어?”심유빈은 두 손을 테이블에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선물도 필요 없어. 평생 헌혈도 해줄게. 이 두 가지 조건만 들어주면 되잖아.”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차갑게 가라앉은 그 얼굴을 볼수록 가슴은 더 아파왔다.“심유빈.”고이한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의 시선이 정면으로 심유빈을 꿰뚫었다.“아직도 네 처지를 모르는 것 같네.”고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심유빈을 내려다봤다.“내가 지금 너랑 조건을 협상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심유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눈빛에 담긴 냉기에 순간 압도당했다.그녀 역시 이제 이 남자에게 자신이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저 혐오스러운 짐짝에 불과했다.하지만 남아 있는 자존심이 그녀를 버티게 만들었다.“그럼?”“그럼 기존 계약대로 가는 거지.”고이한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면 새 계약에 서명하는 게 나을 거야.”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
...
123124125126127
...
144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