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251 - Chapter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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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고이한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괜찮아.”김경환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이한이 새 계약서를 준비한 이유는 방기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었다. 방기성 역시 IT 업계에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고신 그룹의 기반이 탄탄해도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심유빈 하나 때문에 두 회사가 분쟁에 휘말리는 건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회의실 문 앞까지 걸어간 고이한은 잠시 멈춰 고개를 돌렸다.“태산 그룹 세무 조사 한번 해봐.”김경환은 즉시 뜻을 알아들었다. 고이한은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보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었다. 방기성이 끝까지 심유빈 편을 들 경우, 결국 고신 그룹과 얽히는 상황도 피할 수 없을 터였다.한편 심유빈은 이미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심유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미나 역시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저 손가락을 꼬아 뜯으며 이를 악물고 있는 심유빈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보기만 해도 단단히 화가 난 게 분명했다.사실 유미나는 애초부터 고이한을 찾아가는 걸 반대했다. 직접 고이한의 수완을 본 이후 그는 유미나에게 두려운 존재가 됐다.‘사업가는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과연 심유빈이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유빈아, 앞으로 고이한 만나지 마. 더 당하기 전에.”유미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심유빈의 눈빛에는 억울함이 차올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히려 고이한이 새 계약서를 들고나온 것 자체가 방기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자신 때문에 방기성과 맞서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흥, 고이한도 두려운 게 있긴 하구나.’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그럼 태산 그룹 법무팀이나 기다려 보라고 해. 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줄 테니까.’“내가 걔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해?”심유빈이 고개를 돌려 유미나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운명 앞에서 고개 숙일 사람처럼 보여?”유미나는 할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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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그당시 공항에는 이미 유미나가 마중 나와 있었다. 유미나는 그 장면을 빠짐없이 사진으로 남겼고 심유빈은 곧바로 언론사에 전달했다. 소예지가 그 사진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기사가 올라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김경환이 이를 발견했고 즉시 언론사에 연락해 기사를 내리게 했다.그래도 심유빈은 확신했다. 소예지는 자신과 고이한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었으니 그 사진도 분명히 봤을 터였다.다만 그 무렵 소예지는 이미 사설탐정을 고용해 같은 장면을 확보해 두었고 그 사진들이 결국 소예지의 이혼 결심을 굳히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는 사실을 심유빈은 끝내 알지 못했다.심유빈은 예전 자신이 좀 더 과감하게 나서지 못한 걸 후회했다.‘고이한이 마시는 물에 무언가를 탔더라면, 김경환을 멀리 내보냈더라면, 진작에 그와 같은 침대에 있을 수 있었을 텐데.’한 번만 그렇게 됐다면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심유빈은 믿었다.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녀의 첫 경험은 방기성이 아니었다. 열일곱 살, 고이한을 알기 전 백인 남학생과 몰래 첫 경험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 남학생은 한 학기 동안 식비와 용돈을 책임졌다.하지만 지난 일들은 오래 남지 않았다. 심유빈은 언제나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했고, 방기성이야말로 자신의 미래를 든든하게 지탱해 줄 존재였다.“방기성이 인공수정을 제안했어. 아직 고민 중이야.”심유빈이 뒤를 돌아보며 유미나에게 말했다.유미나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언제 그런 얘기까지 나온 거야?”심유빈의 눈빛에 은근한 경멸이 스쳤다.“그 나이에 자연임신은 거의 불가능하지. 방 대표한테 고이한과 맞설 힘을 빌리려면 결국 임신은 해야 해.”“근데 인공수정은 엄청 힘들다고 하잖아. 진행하는 동안 활동도 전부 중단해야 할 텐데.”유미나는 다급하게 만류했다. 심유빈이 늙은 남자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심유빈은 차갑게 웃었다.“꿈? 내 꿈은 남들 위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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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소예지의 눈가가 뜨거워졌다.편정우에게도 한때는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그를 끝내 견디지 못한 아내는 곁을 떠났고 그렇게 그는 가족과 반평생을 떨어져 살아왔다. 앞으로도 혼자 늙어갈 가능성이 큰 사람이었다.“교수님, 제 마음속에서 교수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에요. 몇 년 뒤 은퇴하시면 제가 모실게요.”소예지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편정우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는 소예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직 그런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니야. 너는 네 가정이나 잘 챙겨.”편정우가 떠난 뒤 소예지는 다시 연구에 몰두했다. 저녁 무렵 이호연과 이지원이 구내식당으로 내려가고 나서도 소예지는 혼자 뇌파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실험 대상이 특정한 사고 활동을 할 때마다 뇌의 특정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독특한 동기 방전 패턴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그 발견에 소예지는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곧바로 과거의 실험 데이터를 전부 불러와 반복해서 대조하고 검증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소예지는 즉시 편정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편정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소예지, 네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뇌 정보 인코딩 메커니즘을 증명한 거야. 이 발견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에 혁명적인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에도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어.”편정우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 담겨 있었다.“예지야, 이건 노벨상급 발견이야!”하지만 그는 곧 목소리를 가라앉혔다.“물론 과학 연구의 가치는 상에 있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있지만.”“교수님, 바로 정리해서 논문으로 쓰고 국제 학술지에 제출할게요. 지금 맡은 과제가 끝나면 이 메커니즘의 임상 응용 가능성도 더 깊이 연구해 볼 생각이에요.”“좋아. 정말 잘했어. 훌륭하다.”편정우가 흡족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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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한 가지 더 있어.”편정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발견은 분명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될 거야. 미리 지식재산권 보호 조치부터 해두는 게 좋겠어.”고이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중요한 문제라는 걸 알기에 그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바로 법무팀을 붙이겠습니다. 모든 특허는 소 박사 개인 명의로 출원하고 고신 그룹에는 귀속시키지 않겠습니다.”편정우는 찻잔을 손에 쥔 채 눈앞의 젊은이를 바라봤다. 예전에는 그를 다소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지만 소예지를 지키는 모습만큼은 진심으로 인정할 만했다.“정식 의식을 치른 적은 없지만 예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이미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했어. 소예지가 그렇게 부르진 않더라도 앞으로도 딸처럼 생각할 거야.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고맙네.”편정우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고이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교수님, 제가 직접 챙기겠습니다. 특허 출원도 확실하게 도와드리고 다른 사람이 가로채지 못하도록 철저히 보호하겠습니다.”“후속 연구에서도 돌파구가 생기면 노벨상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거야.”편정우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날이 오기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바라는 듯했다.고이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교수님, 오늘 나눈 이야기는 소 박사에게 비밀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편정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 이런 걸 왜 숨기려고 하지?”“저와 소 박사는 이미 이혼한 사이입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감정도 남아 있고요. 제가 지원한다는 걸 알게 되면 받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고이한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소 박사의 연구에 투자하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명의로 투자할 생각입니다.”편정우는 미간을 좁혔다.“적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잖아. 과학 연구는 원래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분야야.”그 말을 하면서도 편정우는 문득 고이한이 안쓰럽게 느껴졌다.하지만 고이한은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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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고이한은 찻잔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깊어진 눈빛이 한곳에 머문 끝에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소예지의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전화 너머로 소예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중대한 발견을 했다고 들었어. 축하해.”“어떻게 알았어?”“편 교수님이 방금 다녀가셨어.”고이한이 솔직하게 답했다.“특허 신청 건은 내가 처리할게.”소예지는 별다른 거절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자신이 그의 연구실에 몸담은 이상 연구원의 특허를 보호하는 일은 원래 그가 책임져야 할 일이기도 했다.소예지는 밤 여덟 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양희순은 고하슬과 고수경이 아래층에 내려가 놀고 있다고 알려줬고 젤리 역시 그곳에 있었다.지친 몸을 소파에 기대앉자 양희순이 홍삼 한 포를 내밀었다.“사모님, 이것이라도 드세요. 요즘 너무 무리하시잖아요.”요즘 소예지는 눈에 띄게 수척해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연구에 매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양희순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유난히 머리를 많이 쓴 탓에 지금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한편 아래층에서는 고수경이 고하슬과 함께 기타를 치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고이한은 맞은편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딸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하슬은 연주를 하다가도 몇 번씩 아빠를 힐끔거리며 바라봤다. 아빠가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고이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격려의 미소를 보내줬다. 그런 아빠의 응원에 힘을 얻은 고하슬은 마침내 ‘작은 별’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했다.“하슬이 최고야.”고이한이 두 팔을 벌리자 고하슬은 기타를 내려놓고 곧장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아빠, 나 아까보다 더 잘했어요?”“응, 많이 늘었어.”고이한은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정말 열심히 했네.”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고하슬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엄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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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6화

고이한이 두 사람을 위층까지 바래다주려는 게 분명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수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예지가 선물을 받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신호였다.소예지와 고하슬이 현관 앞에 도착하자 고이한은 몇 걸음 뒤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두 모녀와 젤리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몸을 돌렸다.고하슬은 원래 선물 상자 뜯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엄마에게 선물한 가방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소예지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명품 핸드백이 들어 있었다.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소예지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와, 엄마! 이 가방 진짜 예뻐요!”고하슬이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소예지는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쇼핑에 시간을 쓰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면 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골랐고 지금 들고 다니는 가방 역시 몇 년째 사용 중이었지만 바꿀 생각은 없었다. 오래 사용한 물건만이 주는 익숙함은 새것으로 쉽게 대신할 수 없는 법이었다.일주일 뒤.소예지가 연구실에 도착하자 국제 특급 우편 한 통이 와 있었다.봉투를 열어본 그녀는 특허 예비 심사 통과 통지서를 발견했다.역시 고이한이었다. 그는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특허를 출원해 두었다.일 처리만큼은 언제나 빈틈이 없었다.그때 휴대폰으로 메시지 한 통이 들어왔다.[특허 후속 절차는 내가 처리할게.]소예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고마워.]답장을 보낸 뒤 흰 가운을 걸친 소예지는 실험실로 향했다.복도로 들어서던 순간 이호연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소예지는 방해하지 않으려고 발소리를 죽인 채 조용히 지나가려 했다.하지만 이호연은 소예지가 가까이 온 줄도 모른 채 전화 너머 상대에게 보고하듯 말했다.“저희 프로젝트는 아직 섣불리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실험용 원숭이에게서만 돌파구를 얻은 상태라 임상 실험이 더 필요합니다.”소예지는 무심코 지나치려다가 다음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임 대위님은 더 이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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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7화

소예지는 차에 올라타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껏 핸들을 쥐었다.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자, 성능 좋은 벤틀리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도로 위를 날아갔다. 목적지는 고신 그룹 본사였다. 지금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고이한을 찾아가 모든 걸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달리는 동안 소예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이 프로젝트가 중증 혼수 상태 환자와 식물인간을 깨우기 위한 연구라는 걸 떠올리면서 살려야 할 사람이 고이한이 말한 전 총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극히 높은 확률로 중상을 입고 혼수 상태에 빠진 임현욱일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위험이 닥쳤을 때 망설임 없이 자신을 감싸 칼을 맞았던 남자, 언제나 환한 웃음을 지닌 나라의 중책을 짊어진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떠올리자 심장이 조여왔다.고신 그룹 빌딩에 도착한 소예지는 차를 정문 앞까지 몰았다. 경비원이 다가오려다 내리는 사람이 고이한의 전처임을 알아채고 발걸음을 멈췄다. 소예지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대단했다. 영락없이 고이한과 한판 붙으러 온 사람 같았다.“소 박사님, 차가...”경비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10분만요. 금방 뺄게요.”소예지는 짧게 답한 뒤 곧장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안내 직원이 재빠르게 다가와 물었다.“고 대표님 만나러 오셨어요? 예약하셨나요?”“예약했어요. 바로 올라갈게요.”소예지는 직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감정을 억누르느라 눈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직원도 그 기운에 압도돼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소예지는 고신 그룹의 주주였으므로 막을 이유가 없었다.직원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고이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카드로 열어주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소예지는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소 박사님. 괜찮으세요?”직원이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소예지는 짧게 대답했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막 발을 내딛자 부하 직원과 대화를 나누던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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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고이한은 거의 무너질 듯한 소예지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소예지의 손목을 잡아 소파로 이끌어 앉혔다. 소예지가 자리를 잡자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진정해.”“어떻게 진정해?”소예지는 어깨 위에 얹힌 그의 손을 쳐냈고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터져 흘러내렸다.“다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내가 연구하는 이 프로젝트, 깨어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 거지?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진 거야? 아니면 식물인간이 된 거야?”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고통과 분노 그리고 속았다는 배신감이 뒤엉켜 있었다.‘정말 그랬다면 왜 숨긴 걸까. 왜 처음부터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고이한은 눈물로 젖은 소예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 한쪽이 저릿하게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과 무거운 솔직함이 담겨 있었다.“맞아.”짧은 한마디가 묵직한 망치처럼 소예지의 가슴을 내리쳤고 숨이 막힐 만큼 아팠다.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고이한은 몸을 낮춰 소예지와 눈높이를 맞추고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임현욱 씨는 지난번 임무에서 대원들을 엄호하며 철수시키다가 폭발 충격으로 중증 혼수상태에 빠졌어. 벌써 두 달이야.”소예지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자신이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이미 임현욱은 병상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왜... 왜 숨긴 거야?”소예지의 목소리가 산산이 부서졌다.“총리께서 직접 내린 명령이었어. 나도 따를 수밖에 없었고.”고이한은 온몸을 가늘게 떨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당신이 알게 되면 감정적으로 흔들릴 거라고 판단하신 거야. 연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판단도 흐려질 수 있으니까.”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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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9화

소예지를 감싼 팔이 힘 있게 당겨오며 흘러내리는 그녀의 몸을 단단히 받쳐주었다.“왜 그래?”고이한의 낮은 목소리에 옅은 긴장이 묻어 있었다.“어지러운 거야, 아니면 심장이 안 좋은 거야?”“어지러워.”소예지가 눈을 감은 채 힘겹게 답했다. 울고 난 뒤라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천지가 뒤집히는 듯 어지러웠다.밀어내고 싶었다. 본능적으로 그의 손길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소예지에게는 제대로 서 있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극도의 감정적 충격과 연이은 고강도 업무가 몸의 한계를 넘어섰다.고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몸을 살짝 숙여 팔을 부드럽게 안아 올렸다.“내려놔...”소예지가 버둥거렸지만 고이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를 안은 채 사무실 안쪽 벽면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숨겨진 문이 열리며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휴식 공간이 나타났다.“내려놓으라고.”소예지가 항의했지만 이미 침대 위에 부드럽게 내려져 있었다. 몸을 일으켜 버둥거리려 하자 커다란 손이 그녀를 눌러 뉘었다.“지금 당장 쉬어야 해.”고이한이 낮고 단호하게 말하며 옆에 있던 얇은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었다.“여기서 쉬기 싫어...”소예지가 고개를 돌리며 속삭였다. 이 공간에 남아 있는 그의 기운도 싫었고 그의 보살핌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숨긴 진실 때문에 지금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임 대위를 살리고 싶다면 먼저 당신 몸을 챙겨. 당신이 쓰러지면 임 대위는 희망을 잃어버려.”고이한이 침대 옆에 서서 깊은 눈빛으로 소예지를 내려다봤다.“더구나 하슬이도 생각해야지.”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딸은 소예지의 가장 약한 곳이었다. 임현욱은 그녀의 연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목숨을 버티고 있었다. 지금 어지러움이 극심한 상태에서 제대로 누워 쉬어야 한다는 걸 소예지도 알았다.소예지는 입을 다물고 붉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가에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눈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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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버틸 수 있을까요?”고이한이 낮게 물었다.“일단 저희 쪽에서 상태는 안정시켜 놨어요. 하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요. 연구 속도를 더 끌어올려야 해요.”“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습니다.”고이한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전화기 너머에서 주경호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그럼... 소 박사는 고 대표님께 부탁드릴게요.”통화가 끊기자 고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휴게실 문을 바라봤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 속으로 조금 전 소예지가 터뜨렸던 분노가 가느다란 가시처럼 박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이어지던 두 사람의 신뢰는 이번 일로 또 한 번 깊은 균열을 맞고 있었다.십여 분쯤 지나 휴게실 문이 안쪽에서 조용히 열리자 소예지가 고개를 숙인 채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감정이 한 차례 무너졌다가 겨우 가라앉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함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여전히 짙은 불안과 초조함이 남아 있었다.“어지러운 건 좀 괜찮아졌어?”고이한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실험실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조용히 내뱉은 한마디에 고이한의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려왔다.소예지가 괜찮아진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그저 모든 분노와 괴로움을 억눌러 삼킨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기 위해 애써 감정을 눌러 담고 있다는 것을 고이한은 알 수 있었다.“응.”고이한은 짧게 대답한 뒤 책상으로 가 차 키를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사무실을 나섰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김경환이 이미 차량을 준비해 둔 채 기다리고 있었다.차 안은 내내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했고 소예지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거리만 바라봤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고이한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위로도 어떤 설명도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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