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한 뒤 소파에 앉아 있는 고이한을 바라봤다.“이제 가서 쉬어.”고이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문득 젤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젤리 데려가도 될까?”소예지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고하슬이 먼저 눈을 반짝이며 끼어들었다.“아빠, 젤리 잘 돌봐줘야 돼요!”그 말에 고이한 입가에 아주 옅은 웃음이 스쳤다.“응.”낮게 대답한 그는 자연스럽게 젤리를 한번 바라봤고 젤리 역시 분위기를 눈치챈 듯 절뚝거리면서도 곧장 그의 뒤를 따라 현관 쪽으로 향했다.소예지는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하슬을 씻기고 재운 뒤 다시 서재로 들어갔다. 오늘 세미나에서 받아온 자료들을 정리해야 했다.하지만 화면을 바라보고 있어도 머릿속에는 자꾸 다른 모습이 떠올랐다. 정원에서 마주했던 송세아의 얼굴이었다. 휠체어에 앉은 채 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조용히 바라보던 그 눈빛이 이상할 만큼 쉽게 잊히지 않았다. 아마 누구보다 다시 자유롭게 날고 싶어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소예지의 마음 한쪽이 묘하게 무거워졌다.다시 조종간을 잡고 예전처럼 하늘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그 생각이 들자 소예지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어깨 위에 얹힌 책임감이 전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고이한은 평소처럼 고하슬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줬고 소예지도 조금 뒤 집을 나서 실험실로 향했다.봄도 어느새 끝자락에 가까워진 시기였다. 소예지는 얇은 셔츠 위에 가볍게 재킷만 걸친 채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실험실 주차장에 도착한 뒤에도 곧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뒤쪽 경호차 한 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차 안에 있던 경호원이 급히 내려와 고개를 숙였다.“소 박사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소예지는 잠시 망설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임현욱 씨 소식 들으신 거 있으세요? 지금 어디 있는지라도... 알고 계신가 해서요.”말끝에는 아주 희미한 기대가 섞여 있었다.어차피 이 사람들은 임현욱 쪽에서 붙여준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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