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성은 3년 전에 아내를 떠나보냈다.해외에 아들이 하나 있긴 했지만 관계는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었고 재혼 역시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그 사이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간 여자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그리고 지금 심유빈은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였다.데리고 다니기만 해도 체면이 섰고 남들 앞에 내놓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사람 기분을 맞춰주는 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방기성이 왜 자신에게 빠졌는지 심유빈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아주 능숙하게 이용하고 있었다.지금 심유빈이 방기성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 고이한과 맺은 계약을 끊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다.고씨 가문 내부 사정은 워낙 철저하게 감춰져 있어서 방기성 역시 고이한 어머니 일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공회 회장 자리를 고이한에게 빼앗겼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직 속이 뒤틀리고 있었고 심유빈의 부탁은 그 불쾌한 감정을 제대로 건드렸다.그날 저녁 만찬 자리에서 심유빈은 샴페인 빛 롱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몸에 부드럽게 감기는 드레스 라인 아래로 늘씬한 몸매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공들인 메이크업 위로는 단정하면서도 은근히 사람을 홀리는 분위기가 묻어났다. 심유빈이 등장하자 자리에 있던 다른 여자들은 한순간에 빛이 죽어버렸다.방기성 입장에서는 데리고 다니기 딱 좋은 여자였다.“방 대표님,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안 갑니다. 상공회 회장 자리는 원래 대표님 거 아니었습니까?”“그러니까요. 연륜이나 경험이나 뭘 봐도 고이한보다 대표님이 훨씬 위인데 대체 어떻게 그 자리를 가져간 건지.”주변에서 한마디씩 거들 때마다 방기성 손에 들린 술잔이 조금씩 세게 쥐어졌다.안 그래도 속이 뒤집히는데 저런 말들이 오히려 더 신경을 긁었다.그때 심유빈이 타이밍 좋게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부드러운 팔이 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감겼다.“자기야,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방기성은 심유빈 손을 잡은 채 그대로 테라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바깥 밤공기가 얼굴을 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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