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빈은 한때 하종호에게 애교를 부리며 자신을 고이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의학 포럼에 데려가 달라고 졸랐다. 밤늦은 시간에도 끈질기게 매달렸고 결국 하종호는 늘 심유빈의 부탁을 들어주곤 했다.그 시절 하종호와 고이한, 그리고 윤하준이 어디를 가든 심유빈은 빠지지 않고 함께했다. 물론 심유빈이 직접 초대를 받은 건 아니었다. 하종호를 통해 몰래 자리를 얻어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한 것이었다.그런 시간이 반복되다 보면 심유빈은 가끔 자신이 이 세 남자 곁의 유일한 공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이한과 하종호, 윤하준, 최정상 세 남자에게 둘러싸이는 느낌은 가장 달콤하고 중독적인 마약처럼 심유빈을 사로잡았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고이한은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고 윤하준은 하종호의 체면 때문에 억지로 함께 있을 뿐이었다. 하종호는 심유빈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고 여긴 남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주변의 부러운 시선과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들은 그녀의 허영심을 한껏 채워주었다.심유빈은 언론이 있는 자리마다 의도적으로 고이한 가까이 다가가 흠모의 눈빛과 화사한 미소를 보냈다. 그렇게 고이한의 연인이라는 이미지를 공들여 만들었고, 외부에서는 자신이 세 남자 곁에서 유일하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 존재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그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국내에 있는 소예지조차 결국 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심유빈은 알고 있었다. 소예지와 얽히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신이 공들여 짠 허구의 그물이 언젠가는 소예지와 고이한 사이의 사랑의 성벽을 무너뜨릴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어쩌면 고이한이 해외로 떠나야 했던 어느 여행 때문일지도, 자신이 일부러 고하슬에게 걸었던 전화 때문일지도, 또는 소예지가 홀로 잠 못 이루던 폭풍우 치는 밤 때문일지도 몰랐다.중요한 건, 마음에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그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폭발을 부른다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심유빈은 태블릿 속에서 빛나는 소예지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현재 처지를 돌아봤다.고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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