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이후 며칠 동안 새 실험 준비에 몰두했다.그 사이 딸을 데리고 고씨 저택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고 월말에는 M국으로 학술 교류를 떠날 예정이었다.그러던 중 진기태에게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그녀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이번 기회를 꼭 놓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소예지 역시 이번 학술 교류를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딸의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한 뒤 짐을 챙겨 출국할 계획이었다.그날도 소예지는 스미스 박사의 내부 자료에 접속해 이번 교류회에서 참고할 수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예전부터 신경 쓰였던, 잠겨 있는 마지막 문서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이던 소예지는 입술을 살짝 깨문 뒤 다시 문서를 클릭했다.곧 비밀번호 입력창이 나타났다.그녀는 떠오르는 비밀번호를 하나씩 입력해 보기 시작했다.예전에 고이한과 함께했던 시간, 딸의 생일, 자신의 생일, 고이한의 생일, 결혼기념일까지 생각나는 중요한 날짜를 모두 넣어봤다.하지만 십여 번을 시도해도 문서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소예지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고이한은 대체 어떤 비밀번호를 설정해 둔 걸까.’스미스 박사조차 이 문서를 언급하는 것을 몹시 꺼릴 정도였으니 그 안에는 분명 중요한 자료가 들어 있을 터였다.결국 소예지는 필요한 자료만 모두 정리한 뒤 컴퓨터를 끄고 딸을 재우기 위해 일찍 방으로 들어갔다.다음 날 오전, 유치원에서는 아이들 간 교류 행사가 진행되었고 오후 두 시 반에는 문화회관에서 졸업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오후 두 시.고수경은 할머니와 어머니를 모시고 문화회관 주차장에 도착했다.오늘은 고하슬의 공연이 있는 날이라 가족 모두가 함께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이한한테 도착했는지 물어봐라. 이런 날은 절대 놓치면 안 되지.”최현숙이 손녀를 재촉했다.“오빠한테 물어봤어요. 오는 중이래요.”고수경은 할머니를 부축하며 문화회관 안으로 들어갔다.진가영이 뒤를 따랐고 그 뒤에는 이문혁이 부하들과 함께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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