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소예지는 짧게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두 사람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소예지에게 제대로 링거를 맞고 쉬어야 한다며 혈액 검사까지 진행했다. 다행히 바이러스성 감기는 아니었다. 최근 계속된 과로에 몸이 버티지 못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소예지는 텅 빈 링거실에 앉아 주삿바늘이 꽂힌 손등을 내려다봤다. 잠시 후 고이한이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와 그녀에게 건넸다.병원 에어컨은 생각보다 강했다. 열이 오르고 있었지만 몸은 오히려 으슬으슬 추웠고 소예지는 팔짱을 낀 채 한기를 견디려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잠시 후 돌아온 그의 손에는 수트 재킷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재킷을 펼쳐 소예지의 어깨 위에 덮어주었다.재킷이 내려앉자 차가운 냉기가 한순간 차단됐다.소예지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고마워.”낮게 건넨 말에도 고이한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채 조용히 링거가 떨어지는 모습만 바라봤다.고요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지던 가운데, 먼저 입을 연 사람은 고이한이었다.“당신, 아버님이랑 정말 많이 닮았어.”뜻밖의 이야기에 소예지가 고개를 돌렸다.“예전에 소 교수님이 우리 아버지 주치의로 있을 때 일이야. 그때도 39도가 넘는 열이 있었는데 팀을 모아 치료 방안 회의를 하셨거든.”고이한의 시선이 천천히 먼 곳을 향했다.“한 손에 링거를 꽂은 채 회의를 진행하셨는데 오늘 회의실에서 당신을 보니까 그때 아버님 생각이 나더라. 정말 똑같았어.”소예지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붉은 입술이 살짝 다물렸다.분명 아버지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현욱 씨 상태를 더는 늦출 수 없어서.”“걱정하는 건 알아.”고이한의 시선은 소예지의 창백한 얼굴에 머물렀다.“하지만 당신이 쓰러지면 그게 진짜 프로젝트를 망치는 거야.”소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 봤다.“어쨌든 현욱 씨를 위해 해준 일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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