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연이 소예지를 안은 채 문 앞에 도착하자 고이한이 곧바로 그녀를 받아 품에 안았다.“이 박사님, 나머지는 부탁드릴게요.”고이한의 말에 이호연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당부했다.“고 대표님, 소예지 씨가 너무 지쳐 있어요. 얼른 데려가서 쉬게 해주세요.”고이한은 품 안의 여자를 내려다봤다. 놀랄 만큼 가벼운 몸이었다.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으며 의식마저 잃은 상태였다.그때 임성국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고 대표, 어서 소 박사 데려가서 쉬게 해요.”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이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이미 소예지를 가로로 안아 든 채 같은 층에 마련된 병실로 향했다. 평소 냉정을 잃지 않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눈빛에는 감추지 못한 당혹감이 어른거렸다.“의사 선생님, 빨리 좀 봐주세요.”의사는 곧바로 달려와 소예지의 상태를 살폈다. 각종 모니터링 장비를 연결한 뒤 심장 기능과 혈압을 확인하고는 고이한을 향해 설명했다.“현재로서는 소 박사님이 과로로 인해 실신한 상태입니다. 우선 수액을 투여하고 조용히 안정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이한의 시선은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는 소예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게 조여왔다.그 순간 장인어른이 마지막 응급처치를 받던 날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밤낮없이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에 매달리던 그는 결국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끝내 병원 문을 나서지 못했다.그날의 숨 막히는 무력감과 공포가 다시금 그를 집어삼켰다. 아니,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깊고 선명했다.소예지는 정말 아버지를 빼닮아 있었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도, 누구의 만류에도 쉽게 뜻을 꺾지 않는 고집도, 마음속에 품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조차 돌보지 않는 모습도 모두 똑같았다.‘설마 같은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는 건 아니겠지.’고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어느새 소예지의 차가운 손을 더욱 단단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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