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301 - Chapter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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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소예지가 먼저 입을 열지 않더라도 어차피 임씨 가문 쪽에서도 고이한에게 부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이 직접 말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맞아. 갑작스러운 부탁인 거 나도 알아. 근데... 당신이 도와준다면 나도 그만한 보답은 할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칙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뭐든.”말을 마친 소예지는 뺨이 더욱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이건 거의 거래나 다름없었고 스스로 주도권을 내주는 말이기도 했다.고이한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깊어졌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진 듯 그의 눈빛 깊은 곳에서 파문이 번져 나갔다.“어떤 조건이든 다 된다는 거야?”고이한이 불쑥 거리를 좁히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자 소예지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본능적으로 반걸음 물러난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 애써 침착한 척하며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거라고 했잖아....”고이한은 그녀의 눈에 스친 당혹감을 놓치지 않았다.‘선 넘는 요구를 할까 봐 경계하는 거겠지.’그 생각이 들자 눈빛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감정도 조금씩 누그러졌다.“칩 문제는 나한테 맡겨. 안드레 측에 직접 연락할게. 빠르면 사흘 안에 당신한테 넘겨줄 수 있어.”그는 네 글자를 유독 또렷하게 강조했다.‘당신한테.’다시 말해, 그가 이를 받아들이려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직접 부탁했기 때문이었다.“사흘? 진짜야?”“응. 비용은 프로젝트 자금으로 처리할게. 당신이 따로 돈 낼 필요는 없어.”소예지는 눈을 깜빡였다.‘프로젝트 자금으로 처리한다고?’“그리고 아까 당신이 말한 그 조건.”소예지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당장은 내가 보류해 두지. 필요해지면 그때 쓰도록 하고.”그 말에 소예지는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정말 빚 하나를 진 기분이네.’“알겠어. 고마워.”“들어가서 쉬어. 약도 제때 챙겨 먹고.”“칩 문제는 잘 부탁해.”“칩 들어오면 바로 연락할게.”고이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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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고 선생님, 지금 라온파크에 계세요?”“네.”“사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계속 안 받으셔서요. 내일 아침에 들어간다고 말씀드리려고 했거든요.”고이한은 양희순이 이미 돌아온 줄 알았다. 그런데 집에 없다니, 게다가 소예지마저 전화를 받지 않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그는 곧바로 방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도어락 비밀번호 알려줘요. 올라가서 확인해 볼게요.”“그게...”양희순은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소 박사 지금 아파요. 방금 주사까지 맞았거든요.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안 되니까요.”고이한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자 양희순은 깜짝 놀랐다.“사모님이 편찮으세요?”잠시 후 그녀는 무언가 떠올린 듯 말했다.“아, 비밀번호가 하슬이 생일이에요.”고이한은 그 말만 듣고도 상황을 이해했다.전화를 끊은 그는 곧장 소예지의 집으로 향했고 현관 앞에 도착하자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문을 밀고 들어갔다.예상대로 거실은 온통 어둠에 잠겨 있었고 집 안 어디에서도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소예지.”낮게 이름을 부른 그는 곧장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빨라졌고 몇 걸음 만에 2층 안방 앞에 도착한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열었다.방 안 역시 어둠에 잠겨 있었다.멀리서 스며드는 희미한 불빛 아래 이불 속에 몸을 잔뜩 웅크린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고 깊이 잠든 듯한 모습이었다.고이한은 곧장 침대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인 뒤 손바닥을 그녀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미열이 느껴졌다.기절한 것이 아니라 그저 깊이 잠들어 있었을 뿐이었다.그제야 작게 숨을 내쉰 그는 침대 옆에 쪼그려 앉아 잠든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몸에서는 은은한 열기가 느껴졌고 내쉬는 숨결마저 뜨겁게 전해졌다.그때 소예지가 갑자기 몸을 뒤척이며 흐릿한 잠꼬대를 흘렸다.“현욱씨...”소예지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꿈속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칩이 보이지 않았고 눈앞에서는 임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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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고이한은 그녀의 이불 끝을 꼼꼼히 여며준 뒤 잠시 침대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다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집을 나서지는 않았고 그대로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어느새 밤이 깊어졌다.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은 딸과 함께 자 달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도 별다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고이한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이 어둑한 옆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손등에는 아직도 그녀의 눈물이 남긴 축축한 감촉이 가시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잠시 후 그는 다시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전용기를 D국 안드레 공장으로 곧바로 보내 최신 업그레이드 버전의 태양신 칩을 가져오라는 지시였다.그녀에게 한 약속이었기에 반드시 지켜야 했다.소예지는 밤 아홉 시 반쯤 잠에서 깼다.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손으로 얼굴을 만지자 눈가에는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꿈속에서 벌어진 일이 너무도 생생했다.임현욱의 생체 신호가 갑자기 사라지는 꿈이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준비는 모두 끝났지만 끝내 칩을 구하지 못했고 꿈속의 소예지는 실험실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결국 그녀는 눈을 뜬 채 임현욱의 상태를 보여 주던 모니터가 기기가 귀를 찌르는 경고음을 울려대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화면 위를 오르내리던 곡선이 차갑고 무정한 직선으로 변하는 순간까지 바라봐야 했다.지금도 소예지의 가슴엔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가 가라앉은 뒤의 둔한 먹먹함이 남아 있었다.잠옷은 찬 땀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그저 꿈이었으니까.소예지는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아낸 뒤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왔다.휴대폰을 찾았지만 곁에 없었다. 아까 거실 소파에 두고 온 것 같았다.방문을 열고 나오자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양희순이 돌아온 모양이었다.물 한 잔 마시러 내려가는 김에 딸도 돌아왔는지 확인해 볼 생각으로 계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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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고이한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이 말을 꺼낸 건 그녀의 감사 인사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칩은 반드시 제때 돌아올 테니 더 이상 그런 악몽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녀가 알아줬으면 했다.소예지는 물 한 잔을 따른 뒤 옆에 있던 일회용 컵에도 물을 채워 넣고 그것을 들고 고이한에게 걸어갔다.고이한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컵을 받아 들었다. 소예지는 이어 소파로 돌아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먼저 양희순에게 답장을 보낸 뒤 근처 식당 배달 앱을 열어 주문을 넣었다.그리고 소파에 앉아 있는 고이한을 향해 말했다.“나 위에서 잠깐 일 좀 할게. 배달 오면 좀 받아 줘.”“알겠어.”고이한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예지는 물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이 등을 따라 흘러내렸고 방금 열이 내린 탓인지 걸음은 아직 조금 비틀거렸다. 헐렁한 티셔츠 안으로 드러난 가느다란 뒷모습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그렇게 가녀려 보이는 여자가 세계 최정상 과학기술계를 뒤흔들 역량을 품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열에 시달리며 악몽 속에서 눈물을 흘리던 그 여자가, 세계 최전선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를 이끄는 핵심 개발자라는 사실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고이한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전율을 느꼈다.예전에는 그의 품 안에서 응석을 부리던 여자였고 어린아이처럼 천진했던 그의 아내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토록 천재적인 능력을 감추고 있었다니.‘만약...’만약 그가 그때 그녀와의 결혼을 승낙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훨씬 일찍 의학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사실 그는 처음에는 소예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아버지를 잃은 뒤 깊은 혼수상태에서 간신히 깨어난 스무 살 청년이었던 그는 폭풍 속에서 휘청거리는 제국 그룹까지 떠안게 되었다.내부에서는 파벌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거기에 중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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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딩동!”초인종 소리에 고이한의 생각이 끊겼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었다. 배달 기사가 건네는 쇼핑백을 받아 든 뒤, 2층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이어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먼저 꺼내 가지런히 차려놓고서야 소예지를 부르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갔다.소예지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데이터 행렬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완전히 집중한 탓에 문 앞에 누가 서 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따뜻한 노란 스탠드 불빛 아래 그녀는 턱을 괴고 앉아 데이터의 바다에 온전히 잠겨 있었다. 부드러운 옆얼굴과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 살짝 찌푸린 미간까지 고요히 드러나 있었다.그 모습은 고이한의 기억 속 도서 코너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그녀의 모습과 희미하게 겹쳐 보였다.조금 전 회상 속에서 일렁이던 감정이 다시 한번 심장을 두드리자 고이한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눈빛에 번진 감정을 가라앉히고 손을 들어 문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소예지는 그제야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배달 왔어. 좀 먹어.”고이한의 말에 소예지는 시간을 확인했다.어느새 삼십 분이나 지나 있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오며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귀 뒤에 넘겼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동작이었지만 어딘가 선을 긋는 듯한 거리감이 느껴졌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소예지는 식탁 위에 가지런히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물 두 잔을 따라왔다. 그렇게 마주 앉은 뒤에도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식사만 이어갔다.소예지는 별로 입맛이 없었다.서비스로 함께 온 죽 두 그릇 가운데 한 그릇을 다 비웠고 식탁 위에 놓인 반찬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고이한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들어가서 쉬어. 정리는 내가 할게.”“나갈 때 문 좀 닫아 줘.”소예지는 담담하게 말한 뒤 몸을 돌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너무 늦게까지는 하지 말고.”고이한이 뒤에서 말을 덧붙이자 위층으로 오르던 소예지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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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소예지는 집에서 출발해 MD그룹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이호연과 합류했다.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주현우의 비서가 사람들을 이끌고 마중 나왔다.“소 박사님.”“임 비서님, 오랜만이에요.”소예지가 인사를 건네자 임 비서는 곧바로 말했다.“칩은 이미 최상층 테스트 구역으로 이송해 두었습니다. 함께 올라가시죠. 그리고 고 대표님도 잠시 후 오실 예정입니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거대한 원형 테스트 대 앞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테스트 전 준비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고 소예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앙에 놓인 정밀 방진 케이스로 향했다.곧 개봉될 태양신 칩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바로 그때 실험 구역의 자동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곧고 냉철한 인상의 남자가 주현우를 비롯한 몇몇 임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고이한이었다.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프로젝트 담당자가 곧바로 앞으로 나와 보고했다.“대표님, 태양신 칩이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모든 인수인계 절차가 완료되어 언제든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고이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시작하죠.”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반대편에 서 있는 소예지에게 향했다.오늘의 소예지는 회색 정장을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올려 묶고 있었다. 덕분에 매끄러운 이마와 가느다란 목선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직원이 건네준 보호안경을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이호연과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주현우 옆에 서 있던 엔지니어 역시 그녀 곁에 서서 설명을 듣고 있었고 젊은 나이에도 그녀는 이 자리에 모인 최고 전문가들과 조금도 뒤처지지 않고 대등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는 과학자였다.고이한의 눈빛 깊은 곳에 감탄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그쪽으로 다가가 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 중앙에 자리한 채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고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통솔해 온 사람 특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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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소예지와 이호연은 곧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호연이 택시를 타고 왔던 터라 두 사람은 소예지의 차를 타고 실험실로 이동했고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칩도 뒤이어 실험실에 도착했다.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두 사람은 차분하게 작업에 착수했다. 첫 번째 구동 테스트가 끝난 뒤 결과를 확인한 소예지는 책상에 손을 짚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필요한 연산 성능은 완벽하게 충족된 상태였다.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가슴속에서는 심장이 쉴 새 없이 뛰고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소예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은 임현욱의 주치의인 조 박사였고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세게 조여왔다.소예지는 곧바로 실험실 밖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조 박사님.”입을 여는 목소리부터 이미 굳어 있었다.“소 박사님, 방금 임 대위의 바이탈 수치가 급격하게 흔들렸습니다. 심폐 기능에도 부전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요. 현재 긴급 소생 처치를 진행 중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휴대폰을 쥔 손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박사님, 저희가 방금 칩을 받아서...”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나요?”“첫 번째 테스트를 막 마쳤어요. 결과는 이상적이었는데...”조 박사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위급합니다. 더 이상 오래 기다릴 수 없어요. 주 총장님과도 상의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각성을 유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유일한 희망입니다.”소예지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현재 상태로 봐서는 사흘 후 반드시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소 박사님, 준비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조 박사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린 소예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칩은 방금 첫 테스트를 마쳤을 뿐이었다. 앞으로 통합 작업과 조율 과정, 임현욱의 뇌 데이터 매칭까지 수많은 절차가 남아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을 고작 72시간 안에 끝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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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괜찮아. 많이 나아졌어.”소예지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열이 겨우 내렸는데 방심하면 안 돼.”고이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지금 바로 김 비서한테 약 가져다주라고 할게.”“정말 그럴 필요 없어...”소예지는 거절하려 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일 생각뿐이었다.“소예지.”고이한이 답답하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한층 낮고 무거워졌다.“임현욱 수술 전에 먼저 쓰러지고 싶어? 그를 살리고 싶다면 먼저 자기 몸부터 챙기는 법을 배워.”소예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알겠어. 고마워.”결국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고이한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언제나 고맙다는 말뿐인 것 같았다.“먼저 끊을게.”고이한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소예지는 휴대폰을 쥔 채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은 모두 접어두고 몸을 돌려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72시간 동안은 집에도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정오가 되자 구내식당에서 준비한 식사가 실험실 휴게실로 배달됐다. 김경환이 가져온 약도 함께 도착했고 반드시 챙겨 먹으라는 당부까지 전해졌다.그 무렵 주현우의 팀도 도착했다.실험실 안은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불필요한 지시나 설명은 없었고 양쪽 팀은 곧바로 연구에 몰두하며 하나씩 난관을 돌파해 나갔다.저녁 무렵, 잠시 숨을 돌리던 소예지는 휴대폰을 확인했다.고이한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하슬은 걱정하지 마. 내가 잘 돌볼게. 일에만 집중해.]소예지는 몇 초 동안 화면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딸 문제를 생각할 틈조차 없었는데 그는 이미 그 부분까지 먼저 챙겨두고 있었다. 앞으로 72시간 동안은 단 한순간도 허비할 수 없었다.소예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고마워.]그리고 잠시 후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고생해.]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당신 할 일에만 집중해. 나머지는 내가 다 처리할게.]소예지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았다.이제는 아무 걱정 없이 이 생사의 싸움에 뛰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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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사흘 동안 고이한은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실험실 복도에서 몇 번 스쳐 지나가며 눈에 담은 것이 전부였다.그리고 지금, 그는 거대한 장비 옆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느다란 몸은 더욱 야위어 보였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흔들림 없이 맑고 단단했다.고이한의 시선이 깊어졌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경호가 다가와 임성국과 짧게 악수를 나누고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소예지 팀을 수술실 안으로 들여보냈다.고이한은 임성국과 함께 유리창 너머 관찰 구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생사가 걸린 이번 수술을 그곳에서 지켜볼 예정이었다.수술실 안에서 소예지와 이호연은 마지막 점검을 진행하고 있었다.임현욱의 병상이 안으로 밀려 들어왔을 때, 소예지는 의식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했다. 여위어버린 그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눈물을 참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었다.수술실 조명은 차갑고도 밝았다. 마치 숨겨진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낼 것 같은 빛이었다.임현욱은 수술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야위어 있었으며 곁에서 희미하게 오르내리는 생체 신호만이 그가 여전히 삶을 붙들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그의 뇌 부위에는 이미 사전에 초소형 칩이 이식된 상태였다.주현우가 소예지를 바라봤다.“소 박사님, 준비됐나요?”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마침내 조용히 잠들어 있는 임현욱을 바라봤다. 그리고 몇 차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무균 장갑을 낀 채 이호연과 시선을 마주했다.“시스템 접속 시작합니다.”소예지의 차분한 목소리가 수술실 안에 울려 퍼졌다.정밀하고 복잡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장비가 임현욱의 뇌 이식 지점과 연결됐고 거대한 화면 위로 방대한 양의 뇌파 데이터와 칩 피드백 정보가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소예지는 단 한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손가락은 컨트롤 패널 위를 바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조정 명령을 입력했다.수술실 안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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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이호연이 소예지를 안은 채 문 앞에 도착하자 고이한이 곧바로 그녀를 받아 품에 안았다.“이 박사님, 나머지는 부탁드릴게요.”고이한의 말에 이호연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당부했다.“고 대표님, 소예지 씨가 너무 지쳐 있어요. 얼른 데려가서 쉬게 해주세요.”고이한은 품 안의 여자를 내려다봤다. 놀랄 만큼 가벼운 몸이었다.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으며 의식마저 잃은 상태였다.그때 임성국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고 대표, 어서 소 박사 데려가서 쉬게 해요.”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이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이미 소예지를 가로로 안아 든 채 같은 층에 마련된 병실로 향했다. 평소 냉정을 잃지 않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눈빛에는 감추지 못한 당혹감이 어른거렸다.“의사 선생님, 빨리 좀 봐주세요.”의사는 곧바로 달려와 소예지의 상태를 살폈다. 각종 모니터링 장비를 연결한 뒤 심장 기능과 혈압을 확인하고는 고이한을 향해 설명했다.“현재로서는 소 박사님이 과로로 인해 실신한 상태입니다. 우선 수액을 투여하고 조용히 안정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이한의 시선은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는 소예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 한가운데가 답답하게 조여왔다.그 순간 장인어른이 마지막 응급처치를 받던 날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밤낮없이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에 매달리던 그는 결국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끝내 병원 문을 나서지 못했다.그날의 숨 막히는 무력감과 공포가 다시금 그를 집어삼켰다. 아니,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깊고 선명했다.소예지는 정말 아버지를 빼닮아 있었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도, 누구의 만류에도 쉽게 뜻을 꺾지 않는 고집도, 마음속에 품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조차 돌보지 않는 모습도 모두 똑같았다.‘설마 같은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는 건 아니겠지.’고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어느새 소예지의 차가운 손을 더욱 단단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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