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온은 약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가 있어. 네가 받은 상처들은 진짜였잖아. 당시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심유빈 때문에 연기를 해야 했다고 해도 그게 너한테 차갑게 굴었던 이유가 될 수는 없지. 심유빈이 없던 시절에 둘은 분명 서로를 사랑했었잖아.”소예지는 턱을 괴고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그 사람은 그 사람 갈 길이 있고 나는 내 삶이 있어. 오해를 푼다는 건 다시 잘해보겠다는 뜻이기도 한데 나는 이제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박시온은 친구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은 듯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였다.“너 진짜... 마음 정리된 거야?”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오기도 아니고 원망도 아니었다. 이미 완전히 내려놓은 사람의 얼굴이었다.“나는 그냥 내 삶을 잘 살고 싶어. 일도 있고 하슬이도 있고 그리고 이렇게 가끔 너랑 차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소예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그 미소를 본 박시온은 확신할 수 있었다. 소예지는 이미 과거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고, 그 안에서 고이한은 더 이상 중심에 남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한때 그렇게 깊이 사랑했던 사람이었음에도 그렇게 느껴졌다.“좋아.”박시온이 찻잔을 들었다.“그럼 새 출발 기념으로 건배하자. 옛날 사람, 옛날 일은 다 과거로 던져버리는 걸로.”소예지도 웃으며 잔을 맞댔다.“건배.”박시온은 그래도 마음이 덜 풀린 듯 투덜거리듯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고이한도 옛날에 네가 그를 좋아했던 것처럼, 다시 너한테 매달려봐야 해. 그 불안하고 애태우는 기분을 제대로 느껴봐야 한다고. 그러고 나서 네가 딱 잘라 거절해 버리면 그제야 네 마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네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었는지 깨닫게 될 거야.”소예지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내 시간하고 에너지가 얼마나 소중한데 그런 데 쓰고 싶진 않아.”박시온이 콧방귀를 뀌었다.“나라면 절대 그냥 안 넘어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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