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341 - Chapter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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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1화

고이한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런데 당신 앞으로의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이 하나 있어.”소예지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무슨 제안인데?”“상회 주도로 독립적인 신경과학 연구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야. 최첨단 뇌과학 연구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곳이지.”고이한은 말을 마치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재단에서는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할 거고 연구 분야에는 당신이 말한 신경퇴행성 질환도 포함돼. 물론 재단은 지원만 할 뿐 어떤 연구에도 간섭하지 않아. 한번 생각해 봐.”소예지는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보았다.“이 재단이...”“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돼. 어떤 상업적 이익에도 휘둘리지 않을 거야.”고이한이 덧붙였다.소예지는 살짝 놀랐다. 이런 조건이라면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학계에서 이 정도로 자유로운 연구 환경이 얼마나 드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상회가 왜 갑자기 이런 재단을 만들려는 거야?”결국 참지 못한 소예지가 물었다.고이한은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상회 회장으로서 나는 자금의 운용 방향을 결정할 권한이 있어.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건 상회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이기도 해.”흠잡을 데 없는 대답이었다.하지만 소예지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직감이 들었다.“그게 다야?”그녀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상회의 지원을 포기하면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 훨씬 힘들어질 거야.”“연구비를 마련하는 일만 해도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테고 장비 구입이나 연구팀 구성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고.”소예지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국내에서 이런 수준의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 상회 말고는 이 정도 자금 지원과 연구의 완전한 자유를 동시에 보장해 줄 곳을 찾기 어려울 거야.”고이한은 눈을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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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재단의 자금 출처는 꽤 다양해.”고이한은 핵심은 살짝 비껴간 채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상회 자체 자금도 있고 회원사들이 매년 출연하는 기금도 적지 않아. 과학기술 분야야말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니까.”소예지는 태연한 얼굴로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다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이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생각에 잠겼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고이한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적어도 지금은 다른 생각보다 연구가 먼저인 모양이었다.다행히 소예지는 과학 연구에는 천재적이었지만 사업이나 자본의 세계에는 그리 밝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이한도 이런 선의의 거짓말로 그녀를 감쪽같이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사실 한 달 전 편정우와 이야기를 나눈 뒤부터 그는 이미 해외 법인을 통해 상회에 자금을 흘려보내고 있었다.겉으로는 상회가 주도해 설립한 재단처럼 보였지만 실제 자금의 80%는 고이한 개인 자금이었고 나머지 20%는 상회의 전략 지원 기금에서 충당되었다. 그는 일부러 자금 흐름을 복잡하게 설계해 소예지가 진실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해두었다.다행히 소예지는 더 깊이 파고들 생각이 없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상회의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들일게.”그 말에 고이한의 깊은 눈빛에는 옅은 웃음이 번졌다.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채 말했다.“좋아. 며칠 안에 상회 쪽에서 연락이 갈 거야.”“고마워.”소예지는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어쨌든 상회의 지원 기금을 움직여 자신을 도와준 것은 분명 그가 베푼 호의였다.“정말 이 일 때문에 당신이 구설에 오를 일은 없는 거지?”소예지는 여전히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진심으로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고이한은 웃음기를 머금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답했다.“걱정 마. 모든 건 규정대로 진행될 거야.”두 시간쯤 지나 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하자 소예지는 창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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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밤이 내려앉은 공항에는 차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고 검은색 SUV 두 대 사이에는 롤스로이스 한 대가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심유빈이 공항 로비를 막 나서는 순간, 고이한이 소예지를 보호하듯 차에 태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예지 역시 그의 세심한 배려를 특별히 거부하지 않았다.곁에 있던 유미나도 그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인터넷에 떠돌던 기사들이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고이한이 정말 소예지와 재결합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세 대의 차량은 유유히 정차 구역을 벗어나더니 이내 멀어져 가는 차량 행렬 속으로 사라졌고 두 사람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심유빈은 억지로 시선을 거둔 뒤 자신의 밴으로 걸어갔다. 차에 올라 선글라스를 벗자 그녀의 눈빛에는 음울한 기색이 짙게 드리워졌다. 이번 해외 일정은 건강검진을 위한 것이었고 머지않아 다시 해외로 나가 시험관 시술을 받을 예정이었다.유미나는 차에 오른 뒤 창밖을 바라보며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심유빈을 보았다. 만약 소예지와 고이한이 정말 재결합한다면 소예지가 과거 심유빈이 저질렀던 일들을 가만히 넘기지는 않을 것 같았다.어쨌든 당시 소예지가 고이한과 이혼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심유빈이었다. 심유빈이 자작극처럼 꾸며냈던 수많은 장면들 역시 모두 유미나가 함께 도와 촬영하고 퍼뜨린 것이었다.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심유빈은 누가 봐도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끼어든 여자였다.비록 지금은 진실이 모두 밝혀져 심유빈과 고이한이 단지 거래 관계였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유미나는 한편으로 심유빈이 안쓰럽기도 했다.적어도 그 시절 고이한 곁에 있었을 때 아이 하나라도 낳았더라면 이용만 당한 채 버려지는 처지까지는 되지 않았을 테니까.심유빈은 외모도 뛰어났고 몸매 역시 매력적이었다. 웬만한 남자라면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여자였다.‘그런데도 이 몇 년 동안 고이한은 어떻게 그렇게까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걸까.’유미나는 문득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설마 고이한 몸에 무슨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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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네!”양희순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예지는 몸을 숙여 젤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뒤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했다.헐렁한 긴 티셔츠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녀는 아이패드를 켜 이메일을 확인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는 마무리만 되면 군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인수인계 작업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다.여덟 시 반이 되자 집 초인종이 울렸다.양희순이 서둘러 문을 열었고 고이한은 고하슬의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왔다.신발을 갈아 신은 고하슬은 곧장 소예지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엄마, 보고 싶었어요.”소예지는 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엄마도 하슬이 보고 싶었어.”말을 마친 그녀는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를 꺼내 딸에게 건넸다.“열어봐.”고하슬은 신이 나서 상자를 받아 들고 열어보더니 눈을 반짝였다.“우와! 작은 탱크예요!”“현욱 삼촌이 너 주라고 준 거야.”소예지가 설명하자 고하슬은 더욱 기뻐했다.“정말요? 너무 신나요.”그 말을 마친 아이는 곧바로 소파에 앉아 탱크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현관 쪽에 서 있던 고이한이 소예지를 향해 말했다.“나 먼저 내려갈게.”소예지는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주 여행을 다녀온 뒤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진 듯했다.양희순은 주방으로 가 소예지를 위해 국수를 끓이기 시작했고 옆에서 탱크를 손에 쥔 채 한참을 놀던 고하슬이 문득 궁금한 듯 물었다.“엄마, 현욱 삼촌은 언제 우리 집에 놀러 와요?”“현욱 삼촌은 요즘 많이 바쁘셔.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소예지가 부드럽게 답하자 고하슬은 턱을 괸 채 다시 물었다.“그럼 나중에 현욱 삼촌 부대에 가서 반딧불이 또 볼 수 있어요?”그 질문에 소예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기대에 찬 딸의 눈빛을 바라보던 그녀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달랬다.“그래. 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야.”고하슬은 더 이상 조르지 않았고 양희순은 아이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씻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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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고 대표님.”이호연이 먼저 인사했다.고이한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잠시 소예지에게 머물렀다가 이내 고이한은 모두를 향해 자리에 앉으라는 듯 가볍게 눈짓했다.“오늘 여러분을 모신 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의 향후 진행 방향을 발표하기 위해서입니다.”고이한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군 측과 협의를 마친 결과,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과 연구 성과를 모두 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예상치 못한 소식에 이지원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실험실은 해체되는 건가요?”“실험실이 해체되더라도 여러분이 계속 연구할 수 있는 자리는 마련될 겁니다.”고이한은 이지원을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소예지에게 시선을 옮겼다. 마침 그녀의 새 프로젝트에도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이지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고신 그룹은 민간 분야 연구 권한은 계속 보유하게 됩니다.”고이한은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깊은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았다.“군 측에서는 기존 팀이 계속 기술 인수인계를 맡아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기간은 석 달입니다.”소예지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이 박사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고이한이 이호연에게 말했다. 어쨌든 그는 주경호 측 사람이었으니 기간이 끝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이호연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별말씀을요. 소 박사님과 이지원 씨랑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오히려 영광이었습니다.”“소 박사님, 앞으로 군과의 인수인계 작업은 이 박사님, 그리고 이지원 씨와 함께 맡아주세요.”말을 마친 고이한은 강준석을 바라보았다.“강 박사님은 민간 프로젝트를 계속 총괄해 주시면 됩니다.”강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고이한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는 소예지를 향해 말했다.“열한 시 반에 데리러 올게. 점심 같이 먹으면서 상의할 게 있어.”소예지는 잠시 멈칫했지만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이한은 주현우를 데리고 먼저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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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소예지는 휴대폰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로비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마주 오던 누군가가 자료를 안고 다가왔다. 안채린이었다.안채린은 소예지가 다가오는 걸 보고는 순간 얼굴이 살짝 굳었다.소예지는 가방을 든 채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자료를 안고 있던 안채린이 몸을 돌리자 실험실 로비 입구에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고이한이었다.소예지는 익숙한 듯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고 차창이 다시 올라가자 세단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이 모습에 안채린은 질투심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료를 꽉 움켜쥐었다.‘소예지와 고이한이 언제 이렇게까지 가까워진 거야?’지금은 한창 점심시간이었다. 안채린은 두 사람이 몰래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더 나아가 언젠가 다시 재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 장면이 떠오르자 질투심이 순식간에 가슴을 옥죄었다.안채린은 예전에 소예지를 비웃었던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재벌가 안주인이라는 자리도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비웃었고 버림받은 그녀의 처지를 조롱하기도 했었다.그런데 지금, 불과 이 년 반 사이에 소예지와 고이한이 재결합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설마 앞으로도 소예지가 다시 고씨 가문 사모님이 되는 걸까?’안채린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질투와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소예지는 막대한 연구 지원은 물론, 한때 고씨 집안의 안주인이었던 데다 핵심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석 연구원이라는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었다.그 모든 것은 지금의 안채린에게는 감히 넘볼 수도 없는 것들이었고 그런 현실이 그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그런데 이렇게 눈부신 소예지가 올해 겨우 스물여덟 살이라니 하늘이 그녀에게 너무 후한 것 같았다.한편 차 안에서는 고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뭐 먹고 싶어?”“아무거나 괜찮아.”소예지는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은 채 오히려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나랑 무슨 상의할 게 있는데?”신호 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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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이어서 고이한은 고개를 돌려 소예지를 바라봤다.“상회가 이 재단을 만든 본래 목적은 돌파구가 될 만한 연구와 장기적인 가치를 지닌 최상위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서야. 당신의 연구가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이고 상회도 이걸 중요한 전략적 투자로 보고 있어. 다들 전망을 좋게 보고 있고.”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에 잠긴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고이한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왜? 부담스러워?”소예지가 다시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당신이 곤란해지지만 않는다면 이 정도 부담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마음 놓고 연구만 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고이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점심 식사는 조용한 개인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자리에 앉자 고이한이 메뉴판을 소예지에게 건넸다.소예지는 메뉴판을 넘기다 말고 순간 표정이 굳었다.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이한과 마주 앉아 식사하는 풍경은 어느새 그녀에게 낯설지 않은 일이 되어 있었다.그 변화를 눈치챈 듯 고이한이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소예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메뉴판으로 시선을 내렸다.고이한이 말을 이었다.“정관 세부 내용은 가져가서 천천히 검토해.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 재단은 다음 달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야. 그 전에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해. 등록 절차와 이후 평가에 활용될 거야.”“알겠어.”소예지가 가볍게 답했다.“그리고.”고이한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군 쪽과 연결하는 이 석 달 동안도 고생 좀 해줘.”“고생이라 할 것까지는 없어.”어차피 소예지는 이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인수인계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생각이었다.“군 쪽 요구 사항이나 기준은 일반 상업 프로젝트와 달라. 절차도 훨씬 엄격할 거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알려.”그 말에는 분명 보호해 주고 책임지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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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고이한의 전처, 과학계의 천재 소예지입니다.”방기성은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상회 회장 자리를 두고 그토록 필사적이길래 이유가 뭔가 했더니 결국 사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거였군. 역시 본색은 숨길 수 없나 봐.”“전처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혹시 이번 일도 고 회장이 전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방기성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입가에는 계산적인 미소가 번졌다.“옛정을 빌미로 권력을 이용한다는 건가? 이거 괜찮은 약점인데.”그는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계속 지켜봐. 특히 자금 흐름과 승인 절차를 꼼꼼히 확인하고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이 보이면 즉시 보고해.”전화를 끊은 방기성은 창가로 걸어가 저 멀리 하늘 높이 솟은 고신 그룹 본사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고이한, 상회 회장 자리에 앉았다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번에는 제대로 망신을 당하고 명예를 잃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려주마.’예전에 방기성은 고이한과 심유빈의 계약 해지 문제를 따로 논의하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이한은 아예 그를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다. 이제야 그의 약점을 잡아 망신을 줄 기회를 얻었는데 방기성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게다가 지난 상회 회장 선거에 대한 앙금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상회 회장 자리는 원래 그가 노리던 자리였다.만약 이번에 고이한이 그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다음 임기는 자신의 차지가 될 수도 있었다.한편 레스토랑 안.고이한의 휴대폰으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은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일 저녁 상회 쪽 만찬이 있는데 당신도 함께 갈 수 있을까?”소예지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거절하려 했지만 고이한이 먼저 말을 이었다.“만찬에 의학 재단 이사분들이 몇 분 참석하셔. 앞으로 연구에 도움이 될 테니 소개해 주려고.”소예지는 원래 이런 비즈니스 모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고이한이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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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잠시 후 소예지는 사무실로 들어가 군 측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확인했다. 다음 주 수요일부터 첫 번째 기술 인수인계가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앞으로 석 달 동안 그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의 인수인계 업무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었다.게다가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시간적인 여유도 생길 터였고 그동안 딸에게 충분히 해주지 못했던 시간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날 저녁, 방기성의 별장.방기성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롱드레스를 차려입은 심유빈이 나비처럼 가볍게 달려와 그의 팔에 매달렸다.“자기, 왔어요!”심유빈은 방기성에게 그저 곁에 두고 예뻐하며 즐기는 존재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마음껏 예뻐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제 뜻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상대이기도 했다.무엇보다 그녀는 그가 잃어버린 젊음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여자였다.방기성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오늘 집에서 얌전히 있었어?”“당연히 얌전하게 있었죠!”심유빈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녀는 먼저 그의 양복을 받아 걸어주려 했지만 그 순간 방기성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상회는 할 일도 없나? 맨날 이런 시시한 만찬이나 열고. 안 가.”방기성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러자 심유빈은 곧바로 그의 팔에 매달리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자기, 저 너무 답답해요. 만찬에 데려가서 바람 좀 쐬게 해주시면 안 돼요?”방기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그런 자리는 재미없어.”“저도 데려가 주세요.”심유빈은 그의 팔을 살짝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세상 구경도 좀 하고 싶어요. 네? 부탁드려요.”그녀의 애원에 마음이 흔들린 방기성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어. 데려가면 되잖아.”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고이한이랑 그 전처, 재결합할 것 같아?”심유빈은 순간 흠칫했지만 겉으로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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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소예지의 시선이 연한 샴페인색 롱드레스에 머물렀다.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디자인에 화려한 장식 하나 없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그녀는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이거 한번 입어볼게요.”“네.”매니저는 곧바로 소예지의 시착을 도왔다.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매니저의 눈빛이 밝아졌다.소예지의 안목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그녀 특유의 지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정말 잘 어울리세요.”매니저가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이어서 매니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불러 오늘 저녁 메이크업을 맡겼다.소예지는 순순히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았다.한참 뒤 눈을 뜨자 거울 속의 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밝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스물여덟 살.풋풋한 소녀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젊음의 생기를 간직하고 있었고 정성스럽게 완성된 메이크업이 더해지자 한층 성숙한 매력이 드러났다.소예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눈빛과 표정에 어느새 여유와 담담함이 깃들어 있음을 느꼈다.“정말 아름다우세요.”매니저가 옆에서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고마워요.”소예지는 손을 들어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한 뒤 시계를 확인했다.다섯 시 반이었다.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던 순간, 매장 문이 열렸다.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 고이한은 짙은 회색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고 금속 테 안경 너머의 시선은 곧바로 계단을 내려오는 소예지에게 향했다.어린 시절의 풋풋한 모습도, 사랑 앞에서 서툴게 수줍어하던 모습도, 누구보다 환하게 웃던 순간들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오늘의 그녀는 그 기억 속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웠다.고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오직 소예지만 담겨 있었다.실험실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연구에 몰두하던 그녀도, 회의실에서 또렷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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